2박 3일의 주말

- 부제 : 신두리 얘기...

에... 그러니까 지난 금요일 오후. 신촌에서 약속이 있었습니다. 뭐 언제나(?) 그렇듯이 주말의 술자리는 새벽 늦게까지 진행되죠. 그 날은 신촌의 동해 횟집(이름이 헷갈리는데, 그 서강대 가는 길목에 있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가볍게 농어 한 마리를 해치우는데, 소주 4병과 백세주 1병, 산사춘 1병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어쩌면 소주가 3병인지도). 총 인원은 3명.

얼큰하게 취해서는 오랜만에 빠숑을 찾았죠. 사장님이 권해주신 이태리 와인을 마셨습니다. 그러고는 날돼지군의 Vino를 타고 그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그 스쿠터의 뒷좌석에 탄 '최초의'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그 동안 '첫' 뒷좌석 시승은 꼭 '여자'여야 한다며 아껴뒀다고 하던데... 뭐 어찌됐든 제가 첫 테잎을 끊었습니다.

난생 처음 타 본 스쿠터의 뒷 좌석, 삼청동 길을 따라 남대문으로 향하는 길은 매우 신나고 재미난 것이었습니다. 오호호호홋! 남대문 근처 그의 집에 스쿠터를 세워두고 남대문 시장에서 유부초밥을 먹었습니다. 오~ 진짜 마시써 진짜 마시써~ 그리고 포장마차에 들러서 간단하게 소주 한 병과 꼼장어~!

흠... 굳이 제가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던 이유는 다음 날 여행 때문이었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면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여행을 안 갈 것 같아서. 여튼 다음 날 날돼지를 조르고 졸라서 김치볶음밥을 얻어 먹고는(날돼지가 직접!! 해줬습니다), 홍대에서 집결! 총 인원 4명은 충청남도 태안!! 신두리 해변으로 날른거죠!!!

면허 취득 이후 자신이 운전해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처음이라는 대발군의 말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떠나는 것이 신났으니까! 불안감 보다는 여행의 설레임이 컸으니까. ^^

여튼 그렇게 그렇게 달려서 도착한 신두리.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는 신두리의 해안사구를 먼저 둘러봤습니다.

조금은 갑자기 떠나게 된 여행이라 카메라마저 준비하지 못한 저는 날돼지 군의 Nikon FM2와 대발군의 Tamron 28-75 그리고 대발군의 Kodak Elite Chrome 100을 빌려 촬영했습니다.

아, 하지만 아래에 올라오는 사진들은 모두 제가 찍은 것이 아닙니다. 아직 현상도 안했거든요. 지난 남도여행 때의 사진도 현상 안 한 건 마찬가지. 여튼 그런 사진들은 나중에 갤러리에 올리기로 하고... 일단 남의 사진으로 분위기만 보세요. 호호호 ㅡ.,ㅡa

photo by mondaygirl

여튼 신두리의 해안사구는 생각만큼 '장관'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사진만으로 보기에는 뭐랄까... 넓은 사막같은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고 한 눈에 쏙 들어오는 정도의 넓이로 모래 언덕이 있더군요. 하지만, 사진으로는 충분히 분위기를 낼 수 있을 정도. ^^

photo by mondaygirl

나름대로 저는 오랜만에 진/지/하/게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멀리서 렌즈가 나를 향하더니.. 이런 사진을 찍고 있었군요. -0- 손가락 안에 갇힌 게 접니다.

photo by mondaygirl

꽤 늦은 시각에 도착했기 때문에 금세 해가 졌습니다.

photo by mondaygirl

사구와 해변은 매우 가까운 거리. 바로 바닷가로 달려갔죠. 갯벌(그러나 푹푹~ 빠지는 갯벌은 아닌)의 무늬와 해가 지는 해변. 그리고 그 해변에 보이는 사람들의 실루엣. 뭐 절로 셔터가 눌러지는 장면. 구름이 드라마틱하게 있어 줬다면 더 좋았겠지만, 뭐 이쯤에서 만족.

photo by flyingpig

석양을 배경으로 이런 사진도 찍었죠. 흠흠. 나름대로 표정도 신경썼는데, 전부 실루엣. ㅠㅠ

photo by bigfoot

태안 즈음의 롯데 마트에서 장을 봐왔죠. 뭐 요리하기 귀찮아서 목살와 소시지를 사왔습니다. 와인도 두 병. B&G의 vin de table 등급(제일 낮은 등급입니다) 한 병과 Jacob's Creek의 Grenache Shiraz를 각각 한 병씩 마셨습니다.

모두가 가장 만족했던 것은 역시 숯불구이 수제 소시지!! 제가 열심히 테이블 세팅을 했지만 모두 불가에 서서 먹더군요. ㅠㅠ

photo by flyingpig

그렇게 밤이 깊어가고, 바닷바람 덕분에 추워지고... 방 안에 들어와서 남은 술을 마시고, 조금 부족해서 더 사다가 더 마시고... 그러다가 잠들었는데, 새벽에 촬영 나갔다 온 날돼지군이 필터에 끼인 '성에'가 자연스러운 Fog 필터 같다며 찍은 사진. 흠흠.

photo by mondaygirl

그렇게 밤이 지나고, 아침이 오고 촬영을 하고(전 자고 또 자고), 서울에 도착해서는 토속촌에서 오랜만에 삼계탕을 먹었습니다. 그러고 대발군이 '내가 직접 운전하게 되면 꼭 하고 싶던 일이 있어!'라며 마지막 남은 체력을 쥐어짜서 북악 스카이웨이를 달리고, 팔각정에 올랐다가 환기미술관 앞의 클럽 에스프레소를 들렀습니다.

여행의 마지막을 그렇게 장식하고... 집으로 돌아왔습죠.

대발아!!! 또 떠나쟈~~~~ 얏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