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Places

바, 차가운 새벽 - 전주 청년몰의 개성 넘치는 칵테일 바

zzoos 2018. 10. 17. 19:45
728x90
반응형


일단 이 포스팅은 2017년 6월, 방문했던 시점을 기준으로 썼다는 걸 밝혀둡니다. (지금은 바뀐 내용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



작년에 자동차로 전국일주 할 때 전주에 들렀었는데,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이 추천해준 바. 위치는 전주 남부시장 2층 청년몰. 구글맵에서 검색해보니 좀 이상한 위치가 나오던데, 혹시 이사를 한 건가? 싶어서 페이스북을 보니 여전히 청년몰에 있는 듯.


사진에서 보이듯 아주 작은 바. 테이블은 없고 바에는 좌석이 4갠가? 5개 정도. 입장해서 자리를 잡고 앉으니 마스터가 처음 왔냐고 물어본다. 그렇다고 했더니 주의 사항을 알려주는데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칵테일의 이름으로 주문하지 말아달라'는 주의사항이 있었던 듯. 예를 들어 '올드 패션드 만들어 주세요'라고 주문하지 말라는 얘긴데. 어차피 칵테일 이름을 잘 몰라서 '지금 배가 부르니 탄산이 들어간 상큼한 칵테일 주세요'라던가 '위스키 글라스에 도수가 높은 술을 베이스로 해서 좀 찐한 칵테일을 만들어주세요'와 같은 식으로 주문을 하는지라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그런 식으로 주문을 했을 때 당황하는 바들이 있어서.



백바에 진열된, 바의 규모에 비해서 엄청나게 많은 술들. 특히나 처음보는 진과 리큐르들이 엄청 많았다.



구석에 보이는 위스키들을 보니 마스터의 위스키 취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아, 같은 부류구나. 분명한 건, 이곳의 마스터는 정말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는 것.



첫 잔으로 '탄산이 들어간 시원한 칵테일'을 주문했다. 대부분의 바에서 첫 잔으로 시키는 것. 일종의 술 버릇(?). 주로 하이볼을 마시는데, 이곳의 마스터는 '라임도 좋아 하시나요?'라고 묻고는 모스크 뮬을 만들어 주었다. 흔히 마시던 모스크 뮬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는데, 단맛이 많이 억제되어 있었다.


마스터와 잠깐 얘기를 해보니 진과 리큐르에 관심이 많고 '세월이 만드는 술 보다는 사람이 만드는 술'에 더 관심이 있단다. 그런 면에서는 나와 취향이 살짝 다른 것 같기도 하다. 난 세월이 주는 힘을 믿는 편인데 말이다.



두 번째 잔은 위스키 베이스의 숏 칵테일을 부탁했다. 러스티 네일이나 갓 파더 같은 걸 좋아한다고 했더니 '사팡(sapin) 앤 위스키'라는 칵테일을 만들어 줬다. 마셔보니... 이건 말 그대로 '사팡'이라는 리큐르가 모든 걸 다 하는 칵테일. 전나무 순으로 만들었다는 이 리큐르는 솔의 눈처럼 화~ 한 느낌이 나는 매력적인 리큐르. 그래서 칵테일의 전반적인 느낌도 독특해졌다.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한 세 번째 잔은 진 베이스의 칵테일로 부탁. 그랬더니 '얼 그레이 마티니'를 만들어 줬다. 베이스로 사용한 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얼그레이 리큐르가 꽤 좋았던 기억.


슬슬 2차로 옮길까 싶어 엉덩이가 근질근질 거리는 가운에 눈에 들어온 술병. 궁금해서 이것저것 물어보다보니, 결국 한 잔 마시게 됐다.




바로 '포틴(poitin)'이라는 술. 사탕무와 홉을 이용한 증류주라고 하는데, 마셔보니 럼의 느낌과 몰트의 느낌이 난다. 글렌달러(?)의 포틴이 두 종류 있었는데, 더 마시면 2차를 못 가고 여기서 취할까봐 한 종류만 마셔서 좀 아쉬웠다.



결국 내가 마신 칵테일 잔 들.



이곳의 매력은 영수증을 받았을 때 극대화된다. 가격이 너무 착하다.


가게 자체가 워낙 작은 곳이라 처음 본 손님들 끼리 왠지 모를 친밀감이 느껴지는 데다가, 주관이 확실한 마스터가 재미난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것도 좋고, 흔히 보지 못하던 진과 리큐르를 만날 수 있어서 재미난 곳. 단점이라면 너무 젊은 사람들의 공간 같아서 내가 오래 앉아 있기에는 좀 미안했다는 것 ㅠ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