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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 나의 사고방식과 인생에 꽤나 큰 영향을 미친 교수님이 계셨다. 비록 한 학기 뿐이었지만, 그 분에게 들은 얘기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그리고 그 몇 가지는 나에게 중요한 지침처럼 자리잡은 말들이다. 그 분이 하루는 수업 중에 꽤나 긴 설명을 하셨다. 그리고 수업을 듣고 있던 학생중 하나에게 질문했다.
"자네, 지금 내가 한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물론 이 보다 더 거친 말투다)그랬다. 학생의 대답이 틀린 것도 아니었고, 교수님의 말씀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두 개의 설명은 달랐다. 어쩌면 교수님이 사사로운 감정으로 괜히 화를 내셨던 것일 수도 있지만, 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특히 서로의 의견이 달라져서 논쟁이나 격한 감정싸움이 생길 때, 그 날의 얘기를 자주 떠올린다. 복잡한 인간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단계에서 벌써 상당한 손실이 발생한다. 헌데 그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긴 시간을 투자했는데(물론 중언부언 쓸데없는 표현들은 제외하고), 그걸 싹 싸잡아서 '그러니까 결국 네가 날 미워한다는 말이잖아?'로 몰아 부치지 않기 위해 신경 쓴다는 얘기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되기는 한다. 그게 인간인 건가 ㅠㅠ)
"네. 그러니까 OOO가 OOOO하다는 말씀 아니십니까?"
"후..... 아니 내가 15분에 걸쳐 설명한 내용을 단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자네들을 보면 참으로 놀랍네. 내가 아까 했던 이러이러한 비유와 저러저러한 예시는 다 어디로 간 건가? 그렇게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있었다면, 난 15분이라는 시간동안 구차한 설명을 늘어놓지 않았을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