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펌질(?)의 폐해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일력. 출근한 다음 한 장을 뜯어내고 3월 30일, 그러니까 오늘자 일력을 펼쳤더니 1889년 3월 30일에 완성했다는 에펠탑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모파상 얘기도 나오고 하는데... 그 중에 일부분

독일에서는 베를린 타워를 세울 때 에펠탑보다 더 높이 세울 수 있었지만 당시 에펠탑이 세계 최고의 명물로 떠오르자 프랑스의 자부심을 지켜주기 위해 일부러 에펠탑보다 3미터 낮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일본은 에펠탑보다 3미터 높은 도쿄 타워를 세우고 세계 제일의 탑이라 선전한다고.

이 글을 보고, '오호! 이런 일이 있었어? 괜히 블로그에 함 써볼까?' 하다가 '정말 3미터 밖에 차이가 안날까?'로 시작한 궁금증. 결국 에펠탑과 베를린 타워, 도쿄 타워를 검색했다.

에펠탑 : 공식 홈페이지, Wiki
베를린 타워 : 공식 홈페이지, Wiki
도쿄 타워 : 공식 홈페이지, Wiki

결과는 참담했다. 베를린 타워(368m)도, 도쿄 타워(332m)도 에펠탑(324m)보다 높았다. 심지어 베를린 타워가 도쿄 타워보다 더 높았다. 3m 같은 아슬아슬한 수치는 나오지도 않았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이라고 생각하고 네이버에서 "에펠탑, 베를린타워, 도쿄타워"로 검색해 봤다. 그랬더니 토시 하나 틀리지 않은 글들이 검색된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대충 짐작해보건데 내 책상 위의 일력을 만든 편집자께서는 자료 수집은 인터넷으로 하신 거다. 그리고 긁어다 넣으신 거다. 일력이면 365장. 대략 1000개가 넘는 에피소드들을 수집하셨을테니 일일이 사실 확인을 하실 순 없으셨을 거다. 이해한다.

그럼 왜 애초에 저런 글이 유포(?)된 걸까? 정말 모르겠다. 사실 생각해보면 "프랑스의 자부심을 지켜주기 위해 독일이 탑을 낮게 지었다"는 말 자체가 너무 이상한 말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