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rop | Leica Dlux-3 | ISO 100 | Adobe Lightroom >
난생 처음 타봤다. 그러니까... '롤러 코스터'류의 놀이 기구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었다. 얼떨결에 끌려간 롯데 월드에서 얼결에 이것저것 타게 됐는데, 의외로 나는 놀이 기구를 타고 무서워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걸 즐기는 스타일의 사람이더라. 자이로 드롭은 무섭기는 커녕 너무 짧은 게 아쉬웠다. 자이로 스윙을 타지 못한 것이 아쉽다.
사진들은 두 번째로 탄 다음에 옆에서 잠깐 쉬다가 찍은 사진들. 아찔하게 높은 느낌을 내기 위해서 16:9 포맷을 썼다. 당연히 촬영은 RAW.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놀이 기구야 어차피 또 올라가고 또 내려올테니까. 아쉬우면 연사라도 날리던가.
오히려 촬영보다는 현상(Develop) 과정에서 고민이 생겨났다. 흠. 디지털 사진에 왠 현상이냐고? 난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리 디지털 사진이라도 자신이 의도한 바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후보정을 해야하고, 그 과정은 실제 사진작업의 '현상'과 같은
것이다. 최대한 자신이 잘 다룰 수 있는 도구(나 같은 경우엔 Photoshop CS와 Lightroom이다)로 자신의 의도를
살려내야 한다.
어쨌든 위 사진들을 현상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참 많았다. 작은 렌즈로 인한 깊은 피사계 심도. 아주
쨍하게 맞아버린 초점들, 아주 빠른 셔터 스피드. 심지어 하늘도 깨끗하게 맑기만 하다. 떨어지는 순간을 흘러가듯 표현할 수도
없었고, 배경이 드라마틱하지도 않다.
사진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까마득한 높이(이것에 16:9 포맷을 선택한
이유였는데)보다는 파란색과 하얀 구조물 그리고 포인트인 노란색만이 눈에 들어왔다. 드라마틱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차라리
필름으로 찍을 껄'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지만 이미 촬영은 끝난 상태.
< Drop II | Leica Dlux-3 | ISO 100 | Adobe Lightroom >
그렇다면 색상을 버리자. 컬러 사진의 장점이자 단점은 구도나 스토리보다 먼저 색상이 눈에 들어온다는 것. 같은 화면을 흑백으로 촬영하면(또는 변환하면) 먼저 눈에 띄는 내용이 달라진다. 축제장 만국기의 현란함 보다는 그들이 늘어서 있는 구도라던가, 그 아래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에 눈이 먼저 간다는 얘기.
그래서 가장 먼저 올린 한 장의 사진은 흑백으로 결정했다. 라이트룸에서 그레이 스케일로 변환하고, 색조(Tint)를 조절해 마음에 드는 컬러 스케일을 찾아냈다.
하지만 다른 두 장은 끝까지 고민했다. 컬러냐 흑백이냐. 이유는 잘 찍은 사진이 아니라서 그렇다. 흑백으로 하자니 얘기가 너무 없고, 컬러로 하자니 색상 또한 심심하다. 한쪽으로 결정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장면들. 사실 그렇다면 그저 하드에서 썩히면 되는 것을...
그래도 어떻게든 살려볼까 해서 컬러로 결정하고 꽤 많은 보정을 했다. Clarity(해석을 모르겠다 ㅠㅠ)를 높여서 더 선명하게 보이도록 하고, 채도(Saturation)를 올렸다. 구조물의 디테일이 살아났고, 하늘이 훨씬 더 쾌청해 보이게 됐다. 구도도 스토리도 약하지만 최소한 '쨍~'한 사진의 느낌이라도 살아났다.
자, 한 장의 디지털 사진을 가지고(사실은 세 장이지만), 라이트 룸에서(위의 작업은 포토샵을 거치지 않았다) 고민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과정에서 각각의 사진들은 아주 다양한 색상과 분위기를 거친다. 나의 의도가 드러나고 미적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최적의 결과를 만들기 위한 중간 단계들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중간 과정을 충분히 '현상(Develop)'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라이트 룸에서는 위의 작업을 하는 메뉴들이 'Develop'로 분류되어 있다.
인화(Print)는 뭐냐고? 그거야 말 그대로 출력하는 작업이다. 거기까지는 도저히 손을 못대겠다. 또 엄청난 시행착오들을 겪어야만 하는데... 거기엔 금전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까.
여하튼 이 포스트에 올린 세 장의 사진 중에 촬영-현상의 단계에서 가장 시간이 적게 든 것은 첫번째 사진이다.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것도 첫번째 사진이다. 현상(즉 후보정)으로 아무리 많은 것을 건드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역시 '촬영'이 가장 중요한 점이라는 교훈. 그걸 오랜만에 다시 한 번 느낀다. 잘 찍은 사진은 정/말/로 건드릴 필요 없이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