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7일에 마셨던 와인들입니다. 벌써 한 달이 더 지났군요. 게다가 내일 모레면 4월. 이번 달 내에는 정리를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올려봅니다. 아무리 사진을 들여다봐도 도저히 와인들이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정말 메모를 하면서 마셔야 되려나 봅니다.
Ceretto Arneis Blange 2006, Langhe (→) La Chapelle De Bages 2002, Pauillac La Tour Haut Brion 2000, Pessac Leognan (→) Chateau Montrose 2002, Saint-Estephe (→) Chateau Rauzan-Gassies 2002, Margaux (→) Chateau de Beaucastel Chateauneuf-du-Pape 2004 (→) Tenuta di Trinoro Le Cupole 2004, Toscana IGT (→) Domaine Herve Sigaut Chambolle Musigny 1er Cru Les Sentiers, 2003
지금 사진을 보며 리스트를 정리해보니... 정말 이걸 다 하루에 마셨단 말인가? 싶네요. 뭐 엄청난 와인들이 주루룩 나열됐습니다. 게다가 대부분 그랑크뤼 클라쎄. 오 마이 갓. 어쨌거나 맛은 잘 기억 안나고(심지어 마신 순서도 가물가물), 사진은 올라갑니다.
쎄레토 아르네이즈 블랑제. 사실 처음 들어본 와인이라 마시기 전엔 '음? 뭐지?' 싶었지만 마셔보니 처음 느껴보는 맛입니다. 하지만 기품이 있었어요. 정확한 맛들은 기억이 안나지만 느낌만 대충 떠오르긴 합니다. 잘 살펴보니 아르네이즈라는 품종 100%로 만들었더군요. 처음 맛 본 품종이라 느낌이 매우 색달랐습니다. 쏘비뇽 블랑처럼 가볍지도 않았고, 샤르도네와도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모스카토 같은 단맛도 아니었고요. 드라이하고, 질감은 무거웠고, 향도 통통튀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떠올리려해도 잘 떠오르지 않는데, 어쨌든 다시 마셔 보고 싶은 와인입니다. 칠링도 좀 더 제대로 해서 말이죠.
이 와인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찾기가 힘들었지만, 뽀이악의 5등급인 Chateau Haut-Bages Liberal의 세컨드 와인이란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따자마자 마시기 좋은 느낌으로 피어 올랐습니다. 구입한 사람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가격또한 아주 납득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이런 와인을 찾아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맛과 향은 잘 기억 안나지만 이날 가장 많은 칭찬을 들었던 와인이었습니다. 물론 가격까지 고려한 것이지만 말이죠.
마시기 전부터 워낙 칭찬을 많이 들은 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전혀 기억 안납니다. 빈티지도 2000인데. 다시 만나볼 수 없는 와인일 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이 저주받은 혀과 코. 게다가 심하게 저주받은 머리. 오브리옹 3형제의 막내라고 하는데, 정확하게 스토리를 찾아보진 않았습니다. 에혀.
정확하게 4일만에 다시 만난 몽로즈 입니다. 2등급 와인을 이렇게 자주 마셔도 되는 건지. 4일 전에 마신 것은 2004 빈티지였고, 이건 2002 빈티지였습니다. 하지만 워낙 단단한 와인이라 이날도 결국은 제대로 열어보지 못했습니다. 디캔팅도 못했고, 병 브리딩과 잔 브리딩만으로는 도저히 열릴 기미를 보여주지 않는 녀석이더군요. 주변분들의 말씀으로는 15년~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지 않겠냐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시음적기인 녀석은 최소 80년대 빈티지여야 되는군요. 물론 도저히 구할 수는 없겠지만요.
저한테는 꽤 마음에 들었던 로장 가시입니다. 참 이상합니다. 어떤 마고 와인은 참 좋고, 어떤 마고 와인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으니 말입니다. 아직 샤토 마고는 제대로 못 마셔봤고요(딱 한 번 마셔본 마고는 탄생빈이라는 의미는 있었지만 와인으로는 별로였어요). 어쨌거나 로장 가시는 마음에 들었던 와인이었습니다. 잔 브리딩 만으로도 천천히 피어 올라오더군요. 전 역시 따자마자 마시기 좋은 와인들이 편합니다.
오랜만에 마시는 샤토네프뒤파프입니다. 헌데 그게 보카스텔이군요. 이날 아주 제 입이 호강했습니다. 꽤 어린 녀석이었죠. 2004년 빈티지. 그래도 좋았습니다. 사실 이날 마신 것 다 너무 좋았습니다. 그걸 제대로 평가할만한 코와 혀를 가지지 못한 스스로가 답답할만큼 말이죠.
자리를 옮겨서 시킨 와인은 마실 때마다 호감도가 상승하는 르 꾸뽈레. 이태리 와인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 와인은 좋습니다. 일단 편안합니다. 레이블도 매력적이고요. 가격이 더 저렴하면 마구 사 마시겠지만... 하지만 비싼 와인은 아닙니다. 그게 어디예요.
필받은 지인이 쏴주신 ... (이름이 기니까 한 호흡 가다듬고) ... 도멘 에르베 시고 샹볼 뮤지니 프리미에 크뤼 르 쌩띠에... (헥헥)... 입니다. 미천한 와인 경력으로는 에르베 시고의 와인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기억이 맞다면 샹볼 뮤지니의 프리미에 크뤼도 처음 입니다. 당연히 르 쌩띠에도 처음이고요. 제대로 디캔팅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더군요. 아마 시음 환경이 좋았다면 훨씬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좋은 경험이었어요. 샹볼 뮤지니. 자꾸 좋아지려고 하는 지역입니다. 그러면 안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