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날씨가 잔인할 정도로 좋습니다. 도저히 말이죠. 네 정말 도저히 떠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그런 날씨. '이래도 안 떠날 거야?'라고 말하는 듯한 날씨잖아요. 그런 유혹에 너무 쉽게 빠져버리는 저는 결국 친구와 둘이서 쿵짝쿵짝 여행 계획을 짰고, 덜컥 펜션을 예약했고, 사람들을 모았고, 결국 다녀왔습니다.
작년 봄에도 다녀왔던펜션이예요. 정확하게 11개월 전이군요. 그 때 너무 좋았어요. 결국 같은 곳 같은 방을 잡았고. 이번엔 작년보다 훨씬 더 좋았습니다. 제 평생에 이렇게 행복했던 날이 없었던 것 같아요. '행복지수'가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정말 너무나 행복했어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겠죠.
사진이 좀 많습니다. 그래서 두 개로 나눠서 올리려고요. 자, 그럼 사진 압박과 함께 염장 들어갑니다.
우선 가락 시장에서 고기, 새우, 소라, 야채, 과일 등을 샀습니다. 일행 중의 한 명이 오랫동안 거래하던 정육점이 있어서 아주 싸게, 질좋은 고기들을 살 수 있었어요. 등심과 삼겹살을 아홉 근이나 사고, 추가로 떡심까지 잔뜩 얻어왔습니다.
잠실 홈플러스로 이동해서 이것저것 음식과 기타 물품들을 샀죠. 그러고는 출발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곳은 양수리에 있는 '죽여주는 동치미 국수'입니다. 꽤 유명한 곳이더군요. 제가 타고 가던 차는 네비게이션이 없었는데, 조수석에 앉아있던 제가 휴먼 네비게이터가 됐죠. 네? 맞습니다. 당연히 단 번에 못 찾아갔습니다. 정말 한참을 헤맸습니다. 일행들은 벌써 다 먹고 배 두들기고 있을 때 도착했어요.
국수도 이미 팅팅 뿔어 있었지만, 시원한 국물이 좋더군요. 함께 먹은 친구들의 평가가 다들 제각각인걸 보면 모두에게 어필하는 집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도토리묵은 그저 그랬고, 녹두 빈대떡은 괜찮았습니다.
전 달릴 때가 좋습니다. 여행의 설레는 기분과 화창한 날씨. 그리고 좋은 사람과 함께 차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끝내주죠. 그래서인지 여행을 다니면 꼭 차에서 찍은 장면들이 있습니다. 제가 춘천을 좋아하는 여러가지 이유 중에 한 가지는 바로 강촌에서 춘천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 때문이기도 하죠.
펜션에 도착했습니다. 양평의 한적하고 외진 곳에 있는 깔끔한 집입니다. 위에 보이는 큰 건물 2층(아래층이 주인 집인데, 그 곳을 제외하고 층수를 계산하기 때문에 홈페이지에서는 1층이라고 되어 있어요.)이 바로 저희가 묵은 방입니다. 아주 크고, 넓고, 깨끗하고, 각종 시설이 모두 완비되어 있어서 좋은 곳이죠.
꽃이 너무 예쁘게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지천에 널린 게 이런 꽃들. 말 그대로 꽃분홍이죠? 쨍쨍한 색감을 보세요. 날씨가 얼마나 좋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예요. 정말 이번 주말의 날씨는 환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계곡에 내려갔습니다.
이렇게 펜션 바로 앞에 있는 계곡이예요. 요즘 좀 가물었는지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밤새도록 졸졸 물이 흘러가는 소리를 들려주는 멋진 곳입니다. 물도 아주 맑고 차가워요.
그래서 까바를 한 병 칠링했습니다.
딸기도 좀 씻어 오고요. 이미 모두 발은 계곡에 담근 상태입니다. 완전 신선 놀음이었죠.
시원하게 칠링...이 되기 전에 따버린 까바(저희가 성질이 좀 급합니다;;) 위에 딸기를 동동 띄우니... 캬~ 정말 온몸이 행복감으로 200% 충전됩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온 몸에 편안한 기운과 행복한 기운이 가득 스며들던 저 순간. 그 기분을 다시 떠올려보니 지금이라도 당장 떠나고 싶어지네요.
화창한 날씨. 사진을 안 찍을래야 안 찍을 수가 없죠. 열심히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는 친구. 아마 저 친구가 없었다면 이번 여행은 진행이 안 됐을 거예요. 함께 기획해줘서 너무 고마웠다구. ^^
그래서 저도 한 컷 찍어 봅니다. 사실 너무 화창한 날은 노출 잡기가 어려워서 사진을 잘 찍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요즘은 디지털 시대인데다가 RAW 파일은 '디지털 네거티브'라고 해도 될 만큼 관용도가 있는 편이라서 후보정으로 커버할 수 있기도 합니다.
까바를 마시는 동안 병을 물에 담궈뒀더니 마지막 한 잔은 시원해졌더군요. 탐스러운 기포들이 딸기에 송글송글 맺힙니다. 이 때 마셨던 까바는 뻬레 벤츄라. 할인 행사할 때 2만에 팔길래 몇 병 사놨는데, 잘 사놨다는 생각이 드네요. 식전주로 괜찮았습니다.
정말 지천이 꽃입니다. 이건 무슨 꽃이죠? 벚꽃? 사과꽃? 잘 모르겠지만 너무 예쁜 분홍빛입니다.
여긴 숙소의 테라스. 맨발로 걸으면 지압효과도 있습니다. 결국 저 테이블은 흡연 장소가 되어서 재떨이로 지저분해지긴 하지만...
아직 모든 사람들이 도착한 건 아니지만, 고기를 굽기 시작합니다. 에피타이져도 고기, 메인도 고기, 후식도 고기입니다. 지금은 에피타이저예요. 아직 메인이 아니구요. (라고 늦게 온 친구들에게 변명해 봅니다.) 장갑 낀 친구가 고기 굽느라 수고가 많았어요.
등심도 올리고 (옆에 보이는 자잘한 조각들은 떡심!)
새우도 올립니다. 알 럽 새우!! 츄릅!
건배하는 장면을 설정해 봅니다. 잔은 홈 플러스에서 2개 묶음에 5천원 짜리를 사갔어요. 꽤나 유용하게 썼습니다.
이제 해가 지고, 끝없이 고기를 먹습니다. 굽고 먹고 굽고 먹고. 등심이 참 좋더군요. 앞으로도 그 정육점을 자주 이용해야겠습니다. 소개해준 친구에게 감사. ^^
드디어 모두 모였습니다. 총인원 10명. 불도 하나 더 피우고, 한쪽은 등심, 한쪽은 삼겹살을 굽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맛. 도란도란 얘기하며 밤이 점점 깊어가....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초저녁. 밤은 깁니다.
고기와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서 서로의 어색함도 살짝 사라지고 방으로 들어와서 와인, 맥주, 양주, 소주가 마구마구 돌아갑니다. 술이 모자라서 마트에 두 번이나 더 다녀오고요. 저 리얼한 표정을 보세요. 얼마나 즐거웠는지 상상이 되지 않나요? (이 사진은 제가 찍은 게 아닌데, 제 카메라에 들어 있더군요. 표정이 좋아서 올려봅니다. ^^)
그렇게 밤이 깊어 갑니다. 이후에는 광란의 밤이 펼쳐졌기 때문에 사진이 없습니다. 노느라 바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