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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거짓말 | 정이현 | 문학과지성사
두 번째 책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분명 2006년의 소설들 중 주목할만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꽤 오래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여하간 [달콤한 나의 도시] 이후에 내가 읽은 두 번째 그녀의 책이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는 가지고 있지만 아직 읽지 않았다.
정이현은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작가다. 은희경과 비교하기엔 아직 부족할 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만큼 커줬으면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젠 섣불리 말을 꺼내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대작가(?)가 되어버린 은희경과 아직은 햇병아리(?)인 정이현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 그녀들은 '작가'라는 점이다. 무슨 당연한 소리냐고? 내가 느끼기엔 대부분의 여성 작가들은 자신들이 '여성' 작가인 것을 (아마도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들의 글에서, 주제에서, 어투에서, 캐릭터의 성격에서 대놓고 드러낸다. 그리고 민감한 얘기이긴하지만 남녀평등을 넘어선 여성우위를 부르짖는 작가들도 자주 보게 된다.
나는 그런 게 참 싫다. 은희경을 좋아하게 됐던 이유는 페미니즘(이 뭔지 난 잘 모르겠지만) 비슷한 어떤 것도 드러나지 않고 담담하게 이어지는 그녀의 글이 좋았기 때문이고, 정이현을 좋아하게 된 이유 역시 비슷하다. 그녀는 오히려 발랄하고 쾌활한 문체로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을 그려낸다(물론 그녀들이 살고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그리 발랄하고 쾌활하지만은 않지만...).
[오늘의 거짓말]도 그런 그녀의 문체가 가득한 글들이 담겨있다. 두껍지 않은 책에 10편의 단편이 들어있으니 하나하나의 길이는 매우 짧은 편이다. 경쾌한 문체 덕분인지 아주 빠르게 읽힌다. '빛의 제국'이나 '삼풍백화점' 같은 글은 조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문체는 무겁지 않고, 새로운 시도(인터뷰 형식)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식상하지 않은 느낌이다. 가장 기억에 남은 글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다니는 남자가 주인공이었던 '그 남자의 리허설'. 그리고 소설집의 제목으로 쓰인 '오늘의 거짓말'도 기억에 남는다.
글쎄 글 하나하나를 평가할만한 능력이 없는 덕분에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결론은 재밌다. 읽을만하다. 다음이 기대된다. 확실히 그녀는 아직 '젊은' 작가다(비록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그녀의 새로운 시도들이 다음 번 장편에서도 멋지게 표현되기를 바란다.
그러고보니 [오늘의 거짓말]은 소설집이다. 바로 앞에 읽은 [유쾌한 하녀 마리사]도 소설집이었다. 이상하게 책을 읽다보면 비슷한 류(?)의 내용을 연달아 읽게되는 경향이 있다. 일본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 쭉 일본 소설을 연달아 읽는다던가, 프랑스 소설을 읽으면 프랑스 소설을, 한국 소설을 읽으면 또 연달아 한국 소설이다. 이번엔 한국의 단편집들을 읽는 시즌인가 보다. 2007 이상문학상 수상집 → 용의 이 → 유쾌한 하녀 마리사 → 오늘의 거짓말 까지 단편집이었고, 다음에 읽으려고 꺼내 들은 책역시 2008 이상문학상 수상집인걸 보니 말이다.
그나저나 그 동안 읽은 책들을 보니 한 달에 두 권을 읽는 것도 힘든 속도다. 이래 가지고선 목표달성하기 힘든데 말이다. 책읽는 속도를 좀 높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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