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밋밋한 드라마. 작년 3월에 특집극으로 방영한 [엄마가 요리를 하는 이유]입니다. 히로스에 료코가 주인공 중 한 명이고, 나가사와 마사미가 카메오처럼 등장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히사모토 마사미(그러고보니 나가사와 마사미와 성이 같네요. 둘이 뭔가 관계가 있는 건가?)는 연기가 탄탄하긴 하지만 좀 오바하는 스타일이고, 목소리가 너무 허스키합니다. 그리고 배역보다 나이가 좀더 들어보입니다(남편이나 아들이 너무 어린 걸수도 있고요).
전체적인 스토리는 특집극이다보니 간단합니다. 왕년엔 인기가 있었지만 이젠 인기가 없어져버린 만화가 호라이 에츠코. 편집부에서는 이런저런 상황으로 요리와는 전혀 담쌓고 지내는 그녀에게 요리 만화를 부탁하게 됩니다. 우연히 얻게 된 어머니의 요리노트 덕분에 만화는 인기를 얻게 되죠. 하지만 어머니의 요리노트에 적힌 비법이 모두 바닥나자 편집부에서는 미식가이면서 글을 쓰는 마나카 타마키에게 원작을 부탁하게 됩니다. 둘은 스타일이 달라 삐걱거립니다. 거기에 아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호라이의 노력과 그걸 도와주는 마나카의 얘기가 겹쳐지죠. 전체적인 스토리는 따뜻한 가족 드라마입니다. 뭐랄까 뻔한 진행과 당위성없이 흘러가는 스토리지만 특집극의 특징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죠
이 드라마에서 놓치지 않고 생각해야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CM 또는 PPL에 대한 부분인데요. 요리를 주제로 한 드라마라서 그런지 관련 업체에서 큰 부분 스폰을 받은 것 같습니다(전적으로 제 추측입니다). 그러다보니 PPL도 해야되고 CM도 넣어야 되는데, 이 부분을 어색하지 않고 매끄럽게 그리고 신선하게 처리했습니다. 바로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직접 CM을 찍은 겁니다. 드라마 중간에, 내용상으로도 흐트러지지 않는 지점에 등장인물들(주인공들은 아닙니다)이 대놓고 상품 광고를 합니다. 그것도 세트마저 드라마 속과 완전히 동일합니다. 대충보면 드라마 속의 한 장면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처음엔 '어라? 갑자기 분위기가 좀 달라지네?' 싶었는데, 계속 보다보니 그건 완전히 광고더군요. 아마도 계속 방영하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해당 드라마의 중간에 삽입하는 용도로만 썼겠죠. 드라마와는 연결되지만 떼어놓고 보면 하나의 CM이 되기엔 좀 튀어보이니까요.
어쨌든 독특하고 신선한 발상이었습니다. 방송국에서 자체제작하는 드라마는 좀 어려워보이지만 독립 프로덕션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라면 시도해볼수도 있지 않나 싶은 방식이기도 하네요. 물론 CM으로의 효용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드라마 전체가 하나의 CM으로 보여져 버릴 수도 있다는 위험도 있긴 하네요. 만약 이런 드라마가 계속 만들어진다면 일본에서는 효용도 있고, 이미지도 나쁘지 않다는 얘기가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