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부지런히(???) 일어난 우리들은 떡 벌어지게 차려진 밥상에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꽃게장과 각종 나물 무침에 해장을 위한 북어국 등등 어머니께서 너무 화려한 밥상을 저희 앞에 내주셨거든요. 뚝딱뚝딱 한 그릇씩 해치우고는 두 번째 날의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우선 두 녀석이 먼저 올라가봐야 된다고 하더군요. 익산에서 공부하는 녀석과 밤 늦게 합류한 녀석. 둘을 올려 보내고 우리는 대천으로 향합니다. 대천 해수욕장. 처음 가는 건지 아니면 오랜만에 가는 건지 조차 헷갈릴 정도인 곳입니다.
청양에서 대천으로 가는 길은 참 예뻤습니다. 왜 하필 이런 컷만 찍혀있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훨씬 예쁜 길입니다. 드라이브할 맛 나는 길이라고나 할까요. 요즘 면허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예쁜 길을 보면 직접 운전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드디어 대천입니다. 넓습니다. 해수욕장을 벌써 개장해서 그런지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물은 좀 차가워 보였습니다. 해수욕장 가는 길에는 각종 사격장, 농구 연습장, 다트 등등 인형을 딸 수 있는 곳들이 있더군요. 거기서 인형 1개, 요요 2개, 조개 목걸이 2개, 폭죽 3개를 얻었습니다. 한 친구가 다트 5개 중에 4개를... 풍선과 풍선 사이의 좁은 공간에 몰아 넣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죠.
바로 그 녀석입니다. 앉아서 담배 피는 넘.
그늘에 앉아서 뒹굴던 우리는 결국 모터보트를 타기로 했습니다. 이 컬러풀한 모터보트는 우리에게 파워풀한 즐거움을 주더군요. 예전에 해수욕장에서 탔던 모터보트들에 비해서 더 긴 시간을 더 박력있게 운전해 줬습니다. 내리니까 모두 허리가 아프다고 한 마디씩 하는데, 한 친구 왈, 잃어버렸던 허리를 찾았답니다. 바로 지금 아픈 곳이 허리라는 거죠.
신나는 보트를 타고나서 다리에 힘풀린 친구들.
유난히 해변엔 외국인들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근처 군부대에서 행사 비슷한 걸 하는 게 아니었나 싶었는데, 확인해보지는 않았습니다.
해수욕장 구경을 마치고는 점심을 먹기 위해 삽교로 올라왔습니다. 보이는 것은 삽교호 방조제의 수문 위입니다. 차를 돌려 주차장에 세워두고 대충 눈에 보이는 식당을 골라잡았습니다.
가게 앞에 놓인 조개들.
저희는 모듬회를 시켰어요. 물론 추가로 나온 음식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맛, 해삼, 멍개, 새우, 회무침, 고동, 개불 등등. 하지만 다 찍질 않아서 메인만 한 컷씩. 맛있었습니다. 농어랑 우럭의 상태가 좋더군요. 그래서인지 매운탕도 괜찮고요. 다른 해산물들도 모두 상태 굳이었습니다.
여기서 간밤에 남겨뒀던 화이트 와인을 마시고, 소주를 계속 부어라 마셔라... 하다보니 이런 얘기가 흘러 나옵니다. "우리 오늘 꼭 서울 가야돼?", "야! 운짱들은 술 못마시잖아!", "하루 더 있을까?", "어디로 갈까?" 결국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당진의 왜목마을로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했습니다.
그렇습니다. 1박 2일이었던 여행이 졸지에(?) 2박 3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누구하나 반대하지 않고 너무나 유쾌한 결정이었습니다. 모두다 너무 아쉬웠던 거죠. 잠깐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일요일 스케줄을 서로 정리하고는 바로 즐거운 2박 3일의 여행에 동참합니다.
즐거워 보이죠?
왜목마을을 가는 길에 석문 방조제에서 차를 세웠습니다. 정말이지 끝도 보이지 않는 방조제. 사람의 힘으로 이런 걸 세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10Km가 넘는다고 하네요.
위의 사진은 억지로 노출을 내렸더니 많이 어색합니다만, 해 모양이 특이하게 찍혔길래 함 올려봅니다.
모두 같이 내려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사진을 위해서라면 바닥에 엎드리는 것 쯤은 일도 아니죠.
모델인척 포즈를 잡아보는 것도 좋고요.
가끔은 미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다 힘들면 앉아서 쉬면 되죠.
자자. 그렇게 사진찍기 놀이가 끝나고 해 떨어지기 전에 숙소를 잡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왜목마을까지 달렸습니다. 사람들이 많더군요. 빈 방을 찾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겨우겨우 휑~하니 커다란 펜션을 하나 잡았습니다. 그리고 일몰을 구경하러 나왔죠.
하지만, 멋지게 바다로 들어가는 해를 보지는 못하고 철탑 뒤로 넘어가는 해라니. 미리 정보를 찾아보지 못했으니 정확한 촬영 포인트를 모르는 거겠지만요.
뒷 산에 올라가야 된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다면서 전망대(?)가 있는 쪽으로 등산을 감행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체력은 이미 바닥 상태였던 걸 이때는 몰랐습니다.
전망 공원(?)에서 보는 풍경은 훨씬 좋긴 하더군요. 하지만 이쪽은 일출을 보는 공원인 것 같았습니다. 일몰은 다른 쪽인듯. 아마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자리는 여기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결국 펜션으로 돌아온 우리들은 '도저히 다시 나갈 수는 없어!'를 외치면서 중국집에 음식을 배달시키기로 결정. 헌데 이게 또 멋진 선택이었습니다. 짬뽕이 엄청나게 맛있는 거죠. 그도 그럴 것이 바닷가의 중국집들은 신선한 해산물을 쓰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게까지 시원하게 넣었더군요. 다른 요리의 맛도 빠지지 않았지만 짬뽕이 아주 최고였습니다. 덕분에 소주가 쭉쭉 넘어가더군요.
한참 기분이 업되고 있을 때 해변에서 폭죽 놀이 소리가 들립니다. 헌데 가게에서 파는 조그만 폭죽이 아닙니다. 무슨 행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오랜동안 커다란 폭죽들이 터졌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얘기꽃을 피우다가 하나둘 뻗었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가지런히 정렬된 소주병. 오 마이 갓.
그렇게 1박 2일로 시작됐다가 2박 3일로 급조된 '오랜만의 동기 여행'이 끝났습니다. 9월달에 모두 함께 동강에 래프팅을 가기로 하면서 말이죠.
울고 웃으면서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들. 그 시간 보다 더 긴 시간을 떨어져 있더라도 악수 한 번으로 털어낼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이들과 함께했던 여행이니 뭐가 더 필요하겠습니까. 자주가 아니더라도, 종종 이런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일단은 다음 번 래프팅이 기대 됩니다. +_+
운전하느라 수고한 시현과 계현. 피곤한 몸으로 잘 따라와준 숙리, 중간에 운전 교대해준 인수, 설거지하느라 수고한 철우, 익산에서 바로 달려온 호준, 늦은 시간에 혼자 버스타고 내려온 효엽. 모두 반가웠고, 고맙다. 특히 좋은 기회 만들어준 계현에게 감사. 더더욱 큰 감사는 어머니, 아버지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