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없는) 소르티노(Sortino's) 방문기

카메라를 항상 가지고 다님에도 불구하고, 사진 한 장도 안찍었습니다. 뭐랄까... 그냥 카메라 꺼내기가 싫었다고나 할까요. 특별한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어쨌든 어제 친구가 저녁을 산다고 그래서 이태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서 소방서 지나 100미터 정도 직진하면 '틈새라면'이 있는 건물 2층에 이탈리언 레스토랑 '소르티노(Sortino's)'가 있습니다. 그 동안 입소문이 난 내용에 따르면 화덕에서 직접 굽는 커다란 이탈리안 피자가 맛있다고 알려진 집이죠.

계단을 올라가면 오른쪽이 금연석이고 주방이 보입니다. 왼쪽은 흡연석이고 조그만 바가 있어요. 제가 주문하지 않아서 정확한 이름들은 모르겠습니다만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 샐러드(이거 이름 뭐라고 하더라... 자주 먹는 건데;;), 해산물이 들어간 토마토 소스 파스타, 시금치와 올리브가 토핑된 피자, 표고버섯에 까망베르(였던 것 같습니다) 치즈를 올리고 바질과 함께 나오는 안티파스토(였겠죠?) 정도를 먹었습니다.

우선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 샐러드는 아주 좋더군요. 통후추가 씹히는 느낌도 좋았고, 풍부한 향신료를 써서 입이 즐거웠어요. 특히나 모짜렐라 치즈가 일품입니다. 두툼하고, 쫄깃하게 씹는 맛도 좋아요.

다음으로 토마토 소스 해산물 파스타. 면을 삶는 솜씨가 남다른 것 같아요. 아주 적당하게 탱글거리는 면발이 좋았습니다. 최근 토마토 소스 파스타를 거의 안먹었었는데, 오랜만에 먹은 파스타가 괜찮았어요.

피자에는 시금치와 올리브가 위주로 토핑되어 있더군요(뭘 시켰는지 이름을 알면 이렇게 설명 안할텐데;;). 일단 생각보다 크기가 큽니다. 예전 라따볼라에서 먹던 피자를 생각했는데, 이 정도 크기라면 파스타를 안시켰어도 충분히 배가 불렀을텐데 말이죠. 세 명이서 먹었는데, 아마 네 명이 먹었으면 적당한 양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어쨌든 도우가 아주 바삭바삭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좀 딱딱한데요 그건 취향 차이가 좀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약간 짜더군요. 제가 워낙 음식을 싱겁게 먹는 편이긴 합니다만. 아 몇 가지 불만이 있지만 맛이 없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배가 텅텅 불렀지만 아직 와인이 남아서 안주할 겸 안티파스토를 하나 더 시켰습니다. 접시 위에 바질을 깔고 그 위에 표고 버섯의 머리 부분만 뒤집혀 있는데 그 안에는 치즈가 녹아서 들어 있는 요리였습니다. 그리고 화이트 트뤼플 오일을 뿌렸던 것 같아요. 혹시 오일이 부족하면 더 드시라면서 조그만 그릇에 더 내어 주더군요. 표고 버섯(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이 그렇게 부드러운 버섯인줄 몰랐습니다. 부드러운 버섯과 치즈가 어울리는 식감이 참 좋은 요리더군요.

와인은 두 병을 마셨습니다. 둘 다 빈티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2003~2005 정도의 녀석들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만.

Rivetto Nebbiolo d'Alba Lirano, Piemonte (Italy, →)
Poliziano Rosso di Montepulciano , Toscana (Italy, →)

피에몬테의 네비올로가 더 부드러울 줄 알고 먼저 시켰는데, 이 녀석은 아주 힘이 넘치더군요. 네비올로 100%인 와인이 이렇게까지 날뛰는게 좀 신기했습니다. 요리와 와인으로 혀가 좀 얼얼해진 다음 폴리찌아노의 몬테풀치아노를 시켰는데 이 녀석은 오히려 힘이 좀 빠져 있더라고요. 시간이 좀 지나면서 타닌이 다시 살아나긴 했지만... 아마 산지오베제 80%에 메를로를 20% 섞은 블렌딩에도 부드러운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봅니다.

전체적으로 소르티노는 괜찮은 레스토랑이었습니다. 메뉴를 구경을 못해서 가격은 잘 모르겠지만 아주 고가의 레스토랑은 아닌 것 같았고, 와인 가격은 이해할 수 있는 정도. 피자도 파스타도 샐러드도 안티파스토도 다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입니다. 다소 시끄러운 면이 있긴하지만 그건 어떤 때에는 매력이기도 하지요. 개인적으로 어제 먹었던 요리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면 토마토 모짜렐라 샐러드입니다. 같은 요리를 여기저기서 많이 먹어봤지만 소르티노만큼 제 맘에 들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피자나 파스타에 대해 조금 더 얘기를 붙이자면... 최근에 가본 적이 없어서 비교하기가 좀 힘듭니다만... 제 기억 속에는 같은 이태원의 라따볼라가 피자는 더 좋았던 기억입니다. 파스타는 분당 서현의 돈 파스타가 더 나은 것 같고요.

어쨌든 어제 저녁 식사 오랜만에 맛나게 잘 했습니다. 그 이후의 시간은... 한양대 앞으로 이동해서 광란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