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출발하고 코스를 따라 각각의 섬들을 이동합니다.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아니 매우 긴 시간이지만(자그마치 여섯시에 출발해 두 시에도 배를 타고 있었다는 놀라운 포스팅도 있습니다) 경치를 구경하느라 지겨운 줄 모르고 달렸습니다. 흠... 같이 갔던 일행들도 그렇게 생각해주길 바랬지만 심한 비바람으로 선실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자, 어쨌거나 사진 올라갑니다.
섬 이름들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운무가 너무 멋져요. 모든 섬에 걸쳐있더라고요.
필카와 망원렌즈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던 샷. 흔들려 버렸습니다. 그래도 아쉬워서 올려봐요. 갈매기들도 배타네요.
제 기억이 맞다면 여기가 울도. 울도의 선착장. 물때가 안맞으면 잠기는 곳이 여기일 거예요.
승객들을 내려주고 우리는 출발. 아마 낚시하러 온 분들인가봐요.
이곳도 울도의 모습.
이름은 모르겠지만 경치가 너무 좋아서 또 한 컷. 이런 풍경이 계속해서 펼쳐집니다. 3시간 30분이 지루하지 않겠죠?
끝없이 계속되는 운무. 운무.
아우. 이런 컷은 흑백 필름으로 찍고 인화할 때 신경써야 되는 건데 말이죠. 후보정으로 살리기에는 무리가 있네요. 제가 좋아하는 TMAX 400 +2 증감보다 질감이 부드럽도록 Tri-X를 썼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살짝(뭔가 전문적인 얘기 같지만 나오는 대로 지껄인 농담 비슷한 겁니다. 이대로 믿으시면 안되요;;)
선실 밖에서 말씀 나누시는 승객분들도 계시네요.
계속해서 이어지는 절경들. 그런데 도대체 굴업도는 언제 도착하는 거야;;
이제 모든 섬을 들러서 승객들도 굴업도 가는 분들 몇 분밖에 안남았습니다. 우리도 지루해서 술판을 벌이고요. 제 동생(쭈현)은 멀미를 시작했는지 누워 자는 군요.
날씨가 이렇게 험했으니 멀미를 하는 게 당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잘 참고 버텨준 일행들 땡큐!
전 배를 타면 뱃머리보다 뒷전을 좋아합니다. 바로 이렇게 프로펠러(?) 뒤로 만들어지는 물보라의 모양을 보는 게 즐겁기 때문이죠. 동영상 편집이 잘 될지 모르겠는데, 이걸 찍어놓은 게 있습니다. 나중에 생각나면 보려고요.
정말 끝도 없죠. 이런 멋진 모습들. (여기가 굴업도던가?)
여기는 굴업도인 것 같아요. 마지막 사진인 걸 보면 말이죠. ㅎㅎㅎ 어쨌거나 3시간 30분의 항해가 끝을 향해가네요.
굴업도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비가 너무 심해서 사진을 하나도 찍지 못했습니다. 트럭을 타고 이장님댁으로 들어가서 방을 배정(?)받고 짐을 풀고 나니까 비가 좀 잦아들더군요.
비는 잦아들었지만 안개는 여전합니다. 그래도 놀아야죠. 경치 구경하러 나섰습니다. 저랑 쌍둥이라고 오해받는 제 여동생 쭈현. 저 멀리 소나도르가 보이네요.
아로아스 아저씨도 신났습니다. 모래가 너무 곱다고, 경치가 너무 좋다고 감탄을 연발했죠.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짱이야 아니야? 아유, 저걸 확!
굴업도 뒷산을 뛰노는 흑염소. 절벽 위에 멋들어지게 서서 우리에게 인사하더군요. 왠지 아가타 마스코트를 닮은 것도 같고;;;
안개속을 뚫고 우리는 먹을 것을 찾아 헤맵니다. 물이 많이 빠진 상태가 아니라서 다슬기 정도를 땄죠. 그냥 손만 넣으면 막 나옵니다.
굴업도의 해수욕장에는 갯벌이 없습니다. 물이 아무리 빠져도 이렇게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계속됩니다. 갯벌은 선착장 쪽으로 가야 나와요.
이 해변은 양쪽이 모두 바다예요. 그러니까 전라북도 선유도의 명사십리 해변처럼 양쪽이 바다이고 가운데에 모래사장이 섬과 섬을 연결하고 있는 거죠. 엄청 넓습니다. 제 생각엔 명사십리보다 더 멋집니다. 그리고 거기에 운치있는 나무 전봇대. 오래전에 봤던 그리스 감독 테오 앙겔로폴로스의 영화인 안개 속의 풍경이 생각나는 장면이예요. 벌써 이 풍경을 3~4번 봤는데(굴업도에 그만큼 갔어요) 볼 때마다 가슴 벅찬 풍경입니다.
그 속으로 우리가 걸어 들어갑니다.
그리고 동수와 함께 사진 찰칵~ 동수가 안보이신다고요? 그럼 말을 마세요;;;
갈매기들도 쉬고 있어요. 우리가 좀 놀아주긴 했지만.
바다에서 떠내려온 괴물체. 폭탄이다! 설정샷이었는데 아로아스 아저씨가 설정 지대로 못합니다. 폭탄보고 즐거워하면 어쩌란 거야.
위의 사진이 마음에 안들어서 다시 한 컷. 분위기 죽이죠? 캬~
이번엔 반대편 해수욕장으로 갑니다. 물속에 들어가서 놀기엔 이쪽 바다가 더 좋아요. 하지만 지금은 물에 들어가기 좀 추우니까 자리 펴놓고 와인 한 잔 합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이태리 화이트였어요.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흐르는 음악도 좋고~
이장님께서 어여 들어오라고 해서 뛰어갔더니 어이쿠야! 멸치횝니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멸치회! 이렇게 멸치가 맛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저 빛나는 은색의 비늘이 얼마나 부드럽던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먹어버렸어요. 물론 소주도 같이;;;
이건 우리가 직접 딴 다슬기. 이장님 사모님께서 삶아주시면서 이런 거 따오지 말랍니다. 고동도 많은데 뭐하러 이런 거 따오냐고. 그래서 다음엔 고동을 제대로 따오겠다고 말씀드렸죠.
아니 저쪽편에서 토종닭을 삶아 드시던 분들(섬 안에 여행객은 저희 뿐이었고, 전 이장님과 일을 같이하는 분들이었던듯)께서 저희에게도 한 점 먹어보라고 주시더군요. 바로 이런 게 토종닭의 맛인가 봅니다. 쫄깃하지만 질기지 않고 가슴살 조차도 퍽퍽하지 않은 맛! 최고예요!
저녁을 먹기 위해서 이장님께 횟감을 부탁드렸지만 요즘 낚시가 힘들어서 횟감 구하기는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낚시가 잘 안된다는 게 아니라 굴업도에는 손이 좀 모자라서 낚시하러 갈 사람이 없다거나 뭐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저희가 직접 잡아오면 회는 쳐주신다지만 저흰 낚시 실력이 없어서;;
어쨌거나 통발로 잡아놓은 장어들이 있으니까 그걸 먹어보라고 하십니다. 바로 콜~을 외쳤더니 전 이장님께서 직접 세팅하고 구워주십니다. 벌써 안면이 몇 번있다보니 저를 기억하시더군요. 그 안경, 긴 머리 어떻게 까먹냐! 바로 야자도 터주십니다. ㅎㅎ
시범으로 한 마리를 구워주시고는 굽는 방법을 알려주시곤 저에게 집게를 넘겨주십니다. 이제 네가 구워! 넵! 지글지글 엄청나게 맛있는 자연산 바다 장어들을 구워서 소주와 함께 그렇게 밤이 깊어 갑니다. 이제 카메라는 내려놨죠. 그래서 이 밤의 재미난 얘기들은 모두의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장어를 먹다가 밤 12시 즈음에 발전소장님께서 오셨습니다(다른 사진에 나오겠지만 굴업도에는 태양열 발전소가 있습니다). 이제 물 다 빠졌을테니 소라 잡으러 가자십니다. 다른 일행들은 일단 두려움에(?) 고개를 젓고 저만 바로 따라나섰죠. 소장님이랑 저랑 둘이서 고무 장화를 신고 선착장 쪽으로 갔더니 별도 달도 없는 완전한 암흑입니다. 랜턴을 끄면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조차 모를 암흑. 랜턴에 의지해서 갯벌 속으로 들어갑니다. 발이 푹푹 빠지는 곳은 위험하니까 다른쪽 길을 택하면서 바닷가를 왔다 갔다.
처음에는 소라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더군요. 어두운데다가 돌맹이에 붙어 있어서 눈에 잘 안띄는데 소장님은 잘도 찾으십니다. 시간이 좀 지나니까 찾는 요령이 생기더라고요. 결국 저도 몇 마리 잡았어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다음 날 모두 같이 소라를 잡을 때 저는 거의 달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ㅎㅎㅎ
그렇게 소라를 잡아서 다 같이 회쳐먹을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더니 모두 녹초가 되어 곯아 떨어졌습니다. 흑. 맥주 한 캔을 집어들고 집 뒤에 있는 부뚜막 앞에 앉아서 혼자 맥주를 마셨습니다. 하늘을 보고 술을 마시다보니 여기가 천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음이 너무나 평화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