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모두의 기억에 남을 첫 번째 하루가 지났습니다. 배도 오래탔고, 너무 맛있는 음식도 먹고(이장님 사모님께서 해주신 점심 사진을 못 찍은 건 정말 아쉽), 멋진 경치과 좋은 사람들과 아주아주 행복했던 시간이었죠.
그리고 이제 그 이튿 날이 시작됐습니다.
다들 술도 거하게 마셨고해서 느지막히 일어났습니다. 사모님께도 아침겸 점심으로 느지막히 준비해달라고 말씀드렸어요. 참! 이번 여행에서 저희는 버너, 코펠 같은 걸 아예 준비 안했습니다. 모든 걸 사먹자고 계획했어요. 괜히 피곤하고 짐된다고. 맛난 거 사먹는게 더 행복할 거라고. ㅎㅎ
위의 사진은 이장님댁 사진입니다. 선착장에서 길따라 마을로 넘어 들어오면 처음 보게 되는 집이죠.
그 맞은 편에 집을 가지고 있는 굴업이. 이름이 여러 개였는데, 전 이장님(이런 인맥을 밝혀도 되나 모르겠지만 현 이장님의 처남이십니다)께서 지어주신 이름이 진짜라고는 하셨는데... 그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여튼 팔자 좋습니다. 놀아달라고 아양도 안부리네요. 아마 잠이 덜 깼을지도;
선착장 쪽으로 향하는 언덕길. 저 산을 넘으면 선착장 쪽입니다. 마을 분들이 가꾸시는 밭들이 보이네요.
소장님(태양열발전소장님이요)과 전날 밤에 나가서 잡아온 소라들입니다. 가운데에 큼지막한 녀석 보이죠? 그건 어린애 머리만큼 컸어요. 근데 너무 늙어서 그런지 살이 쭈글쭈글하고 맛도 없더라고요. 아, 이거 먹었냐고요? 네. 당연히 먹었죠. 회쳐서 다 먹었습니다. 정말 싱싱한 자연산 소라는 전복보다 더 맛있더군요. 아, 이거 먹은 얘기는 아침밥 먹은 다음입니다. 물론 먹느라 정신팔려서 사진은 없고요;;
지난 밤의 흔적. 이장님이 그러시더군요. 당신들 술 참 잘 마신다고. 전 이장님이 그러시더군요. 굴업도 사람 다 같이 모여서 잔치해도 소주 3병 마신다고. 그 중에 두 병은 당신이 드신다고. -0- 우리더러 술 잘마시고, 성격도 밝고 잘 어울리고 재밌어서 좋다고 하셨습니다. 하하하. 어딜가나 살아남는!! 그런 정신이 필요한 거죠!
다들 잠도 덜깨고 아직 자고 있더라고요. 전 샤워도 마치고 산책을 나섰습니다. 네, 이렇게 놀러 나가면 숙취도 없고 부지런해지는 쭈였습니다. 안개들이 솔잎 끝에 맺혀있네요. 접사 초점이 안맞아서 한참을 낑낑댔는데 결국 제대로 못 맞췄습니다. 에혀.
지난 번에 왔을 때에는 없던 헬기장. 바로 어제 와인을 마셨던 바로 그곳이죠.
아무도 없는, 안개 낀 아침 해변. 잔잔한 느낌.
아침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안개는 자욱합니다.
안개 낀 태양열 발전소. 소장님께서 머무시는 곳입니다. 나중에 알고봤더니 나이가 한 살 차이! 엄청 친해졌습니다. 메일이라도 한 통 보내야 될텐데 말이죠. ㅋㅋ 조만간 또 찾아뵙겠다고 했습니다. 이곳 발전소에서 굴업도의 전기를 만들어 낸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굴업도의 산책로를 동영상으로 찍으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자니 어느새 아침 겸 점심 상이 차려져 있더군요. 동영상은 올릴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동영상 편집을 전혀 할 줄 모르기 때문에요.
어쨌거나 이장님 사모님의 멋진 음식 솜씨를 볼 수 있는 상입니다. 전날 점심부터 음식 맛에 반해 있었지요. 저기 보이는 계란찜은 토종닭이 그날 아침에 바로 나은 계란으로 만든 겁니다. 이장님이 받아 오시는 걸 직접 봤어요.
밥 먹고 이번엔 선착장 쪽으로 산책을 나갑니다. 사실 낮 12시 정도 되면 배가 들어와야 대는데 오늘 배가 안들어온다고 그랬거든요.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착장 쪽은 안개 상황이 어떤가 둘러보러 출발한 거였어요. 가는 길에 뒤돌아 내려본 마을.
차를 타고 넘어왔던 길입니다. 물론 전에 왔을 때에도 수없이 걸었던 길이고요. 안개가 끼니까 운치 있네요. 그러고보니 이때에도 비가 왔던 것 같네요.
마을 분이셨던 것 같은데 어딘가로 가시더군요. 배도 안뜨는데 어디를 가시던 걸까요?
나비. 오랜만에 나비 사진입니다. 사실 나비 사진은 참 찍기 어려워요. 조금만 실수해도 날아갈 뿐만 아니라 가까이 다가갈 수 없기 때문에 굉장한 망원을 써야되고, 셔터 속도를 제대로 확보하려면 플래시까지 제대로 된 걸 써야되거든요. 하지만 멀리서 대충 찍고 크롭! 이라는 멋진 기술이 있죠;;;; 물론 그래서 사진은 저 모냥입니다.
유일한 차도에 있는 볼록 거울. 뒤에 무덤도 하나 보입니다.
이번 산책은 차가 다닐 수 있는 신작로(라고 말하기엔 좀 민망하지만) 말고 지름길로 가보기로 합니다. 사실 맨 처음 굴업도에 왔을 땐 트럭도 없었고, 짐은 경운기로 보낸 다음 이 길로 산을 넘어와야 했었어요.
꽤나 울창한 산길입니다. 별로 험하진 않아요.
다만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기 때문에 길이 다듬어져 있지 않더군요. 하지만 피서철이면 다시 더 다듬어 질 거예요.
가는 길에 놓여있던 통발. 낚지를 잡는 데 쓴다고 하시더군요. 문어 잡기에는 좀 작아 보인다 싶었는데 말이죠. 소라 껍데기로 낙지를 잡는다니 뭔가 재밌어요.
양쪽이 바다인 그 해변의 다른 모습입니다. 선착장에 좀 가까운 쪽의 모습.
선착장으로 가는 길이예요. 안개가 심하게 꼈어요. 우리 고속 훼리에 전화를 해봤는데 배가 뜰지 안뜰지는 시간이 좀더 지나봐야 알겠다고 하더군요. 어라? 근데 저기 뭔가 사람 얼굴이 보이지 않나요?
관광객들이 붙여준 이름인 것 같은데, 큰바위 얼굴이랍니다. 사람 얼굴처럼 생겼어요. 오른쪽 아래에는 주먹쥔 손 같기도 하고.
선착장 너머의 모습입니다. 파도는 별로 심하지 않은데,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닌데... 안개 때문에 배가 안뜨다니.
선착장에서 다시 전화를 해보니 배가 안뜨는 걸로 결정이 됐답니다. 오늘이 일요일. 그러니까 내일은 출근을 해야 된단 말이죠. 모두들. 헌데 배가 안뜨다니. 일단 어서 집으로 돌아가 다음 일을 상의해봐야 되는 타이밍입니다. 선착장에서 뒤로 돌아 마을쪽으로 걷다본니. 저 바위. 웬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에나 나올법한 자태로 굴러와 있지 않나요?
이런 저런 얘기를 해봤는데, 어쩌겠습니까? 배가 안들어온다는데? 다들 회사에 연락했습니다. 안개가 심해서 배가 안뜬다고. 서울은 폭염주의보가 내렸다더군요. 안믿어주더군요. 그래도 어쩝니까? 우린 섬에 갖혔는데. 하하하. 왜 웃음이 나는 걸까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더 재밌게 놀자! 라고 얘기가 끝난 우리들. 전날 저와 소장님이 잡은 소라랑 장어 남은거 구워서 소주 한 잔 마시고는 고동과 게를 잡으러 나섭니다. 장갑도 빌리고, 양동이도 하나 빌렸습니다. 모래사장에 저런 구멍이 보이면 구멍따라 파내려갑니다. 그러면 조그만 게가 잡힙니다.
다 같이 파라구!!! 흠. 저는 안 잡았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사진 찍고 저도 잡았습니다. 인증샷이 없는 것이 낭패;;
어제 와인을 마시던 바로 그 해변에 물이 빠진 모습입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질 않네요. 정말 자연의 신비로움이란.
쭈현이도 신났습니다.
토끼섬쪽으로 걸어가는 일행. 일행 말고 그 뒤의 주상절리를 보세요. 몇 장의 사진이 계속됩니다. 굴업도의 주상절리는 학문적으로도 굉장한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까지 보존이 잘 된 지형은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하더군요.
모래는 곱고, 경치는 좋고. 토끼섬은 멀고;;;
바로 이런 주상절리. 어디서 보신 적 있나요? 없으시면 말을 말라니깐요.
저 멀리 보이는 게 토끼섬입니다. 경치는 아무리 봐도,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절경입니다. 정말이예요. 정말!
드디어 토끼섬의 모습. 물이 빠져야만 걸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쪽에 고동이 많지 않을까? 해서 왔는데... 이쪽엔 고동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도 경치는 짱이었지요.
이런 모습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아무래도 선착장 쪽으로 가야 고동이 잡힐 것 같아서 뒤돌아 나오는 길에 보이는 우리가 파놓은 구덩이들. 저 안에서 게를 한 마리씩 다 꺼냈다고요.
선착장 쪽으로 가니까 고동이 엄청나게 많더군요. 손을 넣으면 막 나오는 거예요. 엄청나게 잡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름 모를 꽃입니다.
이건 이름 모를 풀. 이파리가 꼭 하트 같아요. 보여줄 사람도 없으면서 이런 사직 찍고 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깻잎도 하트모양인가요?
우리가 직접 수확한 고동과 게. 고동 너무 많이 잡았습니다. 우리가 다 먹을 것도 아니면서. 먹을 만큼만 잡을 껄...
제가 까먹은 고동의 흔적. 쌉싸름하니 맛있었어요. 까먹는 재미도 있고요. 고동까는 저 송곳(?)은 전 이장님께서 직접 만드시더라고요. 옆에서 도왔습니다. 피서철 되면 손님들이 써야되니까요.
그렇게 놀다가 다시 저녁 시간. 사모님의 멋진 요리솜씨와 정성이 가득한 저녁상을 받았습니다. 저 환상의 김치찌개!! 알이 꽉찬 돌게장. 어우. 말을 마세요.
저녁 먹고 술도 좀 마시고, 아까 그 해변으로 가서 물놀이도 좀 했습니다. 이 때 굴업도에 미친 아롸 괴물이 나타나서 두 명의 여인내가 해변에 자빠져 옷이 다 젖는 사고도 있었찌요. 바다를 향해서 소리도 막 지르고요.
그러고 방으로 돌아와서 고스톱으로 피로도 풀고(?) 얘기도 나누면서(?) 맥주도 한잔씩 하고 있자니 어느새 소장님과 약속한 12시가 되었습니다. 전원 고무장화와 랜턴으로 무장하고 소장님 트럭타고 선착장으로 궈궈!!
어제와 마찬가지로 별빛도 달빛도 없는 칠흑같은 밤. 하지만 오늘은 랜턴의 숫자가 더 많군요. 소장님이랑 저랑 앞장서서 소라를 줍기 시작합니다. 다들 전혀 찾지 못하더군요. 소장님은 일부러 소라를 찾기 쉽게 꺼내놓고 그냥 가시고, 저는 랜턴으로 그 소라를 환히 비춰주고... 그래도 못 찾는 사람들은 뭐야! ㅋㅋ
어쨌든 그렇게 엄청나게 많은 양의 소라를 잡았습니다. 물론 소장님이 가장 많이 잡으셨고 소나도르도 소리없이 강하게! 많이 잡았더군요. 하지만 이걸 어쩌나. 아로아스 형님은 하/나/도 못잡고 낙심. 갑자기 말수가 줄어드셨다는 ;;;;
소라를 들고 태양열 발전소로 갔습니다. 이장님과 사모님은 주무실테니 집에가서 시끄럽게 하지 말자는 좋은 취지죠. 총각 혼자 살고 있는 발전소에 우르르 몰려가서 소라를 삶고 씻고 회를 쳐서 소주를 도대체 몇 병을 아작냈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새벽 4~5시까지 마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