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저께. 그러니까 8월 15일 아침 일찍 테크노 마트에 모였습니다. 이번엔 멤버가 좀 늘었어요. 총 인원 여덟 명. 2주 전에 답사를 다녀왔던 경기도 가평에서 화천으로, 명지산과 화악산을 끼고 넘어가는 길에 있는 조무락 계곡으로 출발했지요.
여름 휴가의 마지막 피크. 광복절 연휴를 맞아 어디로 가도 길은 꽉꽉!!! 차 있더군요. 실시간 교통정보를 이용해 그나마 안막히는 길을 택했습니다. 가평까지 직선으로 가지 않고 포천을 통해 화악산 반대편에서 넘어 들어가기로 한 거죠. 선택은 적절했습니다. 그쪽 길도 뻥뻥 뚫리진 않았지만 달릴만은 했고 약 3~4시간만에 가평에 도착했어요.
이번 여행은 나름 철저한(?) 준비를 했습니다. 기타도 챙기고, 노래책도 좀 사고, 바베큐 외의 먹거리들도 많이 준비해갔습니다.
달리는 건 참 즐겁습니다. 이런 잔잔한 풍경들이 마음을 편안하고 즐겁게 해 준단 말이죠.
캬라멜 고개 정상에서 단체 사진 한 방 박았습니다. 계현이는 몸이 피곤해서 조금 늦게 따로 오느라 사진에서 빠졌네요. 물론 사진 찍느라 저도 없습니다;;; 신입 참가자(?)인 영귀의 모습이 새롭네요. 다음엔 재인이도 데려 오니라~
가평에서 화천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엄청나게 많은 계곡이 있고, 그 계곡마다 유원지가 잘 꾸며져 있습니다. 그 중에 저희가 선택한 조무락 계곡은 화악산의 정상(?) 가까이에 있고, 물살이 빠른 계곡이 있는 곳입니다.
물살이 빨라서 계곡물 흐르는 소리 때문에 대화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물소리가 너무 좋아요.
저희가 자리잡은 방가로. 마시다가 발 담그다가 계곡 바라보다가. 신선 놀음이 따로 없네요.
물살이 너무 쎄서 조금 겁먹었지만(의외로 겁이 많거든요) 계곡을 건너가 봤습니다. 계곡 한 가운데서 바라본 하류쪽.
이건 상류쪽. 좀 흔들렸지만 애교로 봐주세요.
사실 물에 들어가기엔 좀 추운 날씨죠. 원래 여름 휴가는 8월 첫째, 둘째 주 정도가 피크인데 이번엔 광복절 연휴 때문에 사람이 많더라구요. 저렇게 신발을 신고 발을 담가도 발이 너무 시려워서 오래 있기 힘든, 정말 차갑고 시원한 계곡물. 보이시죠? 너무너무 맑은 거. 정말 투/명/한 물입니다.
그렇게 물놀이를 하는 동안 백숙이 모두 익었네요. 숙리의 솜씨가 한껏 발휘된 작품입니다. 정말 너무 맛있었어요. 압력솥에서 김 빼는 동안이라 화면이 뿌얘요.
정신없이 먹어치웁니다. 국물도 끝내줬고, 닭도 맛있었고, 마지막에 끓였던 죽도 좋았고요. 그 중에 제일은 역시 처음처럼?
배가 좀 불러지니까 기타를 꺼내서 노래를 부릅니다. 오랜만에 민중가요도 부르고 투쟁가도 부르고 최신 인기가요는 몰라서 못 부르고, 좀 오래된 가요들을 부르면서 정말 쌍팔년도 대학생들 엠티간 것 처럼 놀았네요.
저도 오랜만에 기타를 잡았습니다. 코드를 잡아보니 손톱이 길더군요. 그래서 민박집 사모님한테 손톱깍이를 빌렸습니다. 사모님이 그러시더군요. "이런 거 빌려달라는 사람은 처음이예요. 하하하" 네. 그렇습니다. 제가 좀 넉살이 좋습니다;;;
한약 공부하는 호준이가 챙겨온 비장의 무기. 여명 같은 거 필요 없습니다. 술 마시기 전에도 먹고, 술 마신 다음에도 먹고, 술 마시는 중간에도 먹고. 숙취를 없애는 약이랍니다. 고마워~ 호준!!!
노래 한참 부르다가 다시 계곡을 바라봅니다. 너무 편안하고 행복한 기분에 취해서 발가락도 쭉~ 펴보고요.
너무 마음에 들었던 계곡. 그 동안 산이나 바다에는 많이 가봤지만 계곡은 별로 가보지 않았던 게 후회됩니다.
해가 지고 드디어 바비큐가 시작됩니다. 고기랑 새우 굽느라 수고한 호준. 새우 못챙겨줘서 미안해. 너무 맛있어서 내가 다 먹어버렸어;;;
삼겹살도 좋았지만 새우가 너무 맛있게 구워졌어요. 배부르게 먹고 마시다보니 어느덧 하나둘 쓰러지더군요. 새벽까지 살아남은 건 계현과 저. 술을 별로 마시지 않은(!!!!) 계현이를 앞세우고 춘천까지 드라이브를 다녀왔습니다. 왕복 두 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지갑을 안가져가서 커피도, 물도 한 모금 못 마셨습니다. 민박집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라면을 끓여서 소주를 마시고 잠들었어요.
좋은 사람들과 돌아다니는 건 참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그리고 갑자기 고맙다는 생각이 울컥 밀고 올라오더군요. 이번 여행에서는 이상하게 북받쳐 오르는 고마움에 눈물을 자꾸 삼켜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