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Two Ton Shoe의 노래를 듣다가 갑자기, 문득, 뜬금없이 Toto의 노래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Toto IV도 좋아하고, Seventh One 앨범도 좋아하지만 역시 바로 떠오른 앨범은 Isolation입니다. 바로 제가 토토를 좋아하게 만든 그 앨범이거든요. 이 앨범이 아니었다면 토토를 듣지도 않았을 것이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밴드에 토토가 끼어있지도 않겠죠.
이 앨범을 저에게 추천해준 사람은 중학교때의 단골 레코드샵 누나였습니다. 당시 제가 중학생이었으니 띠동갑 즈음 될법한 나이의 키가 좀 작고 예쁘장한 누나였죠. 당시 중학교 입학 선물로 턴테이블과 CDP가 달린 뮤직센터(커다란 카세트에 스피커만 떨어져있는, 그러니까 콤포넌트 오디오보다 한 단계 낮다고할 수 있는 그런 오디오죠. 요즘엔 이런 말 안쓰지만)를 받았습니다. 용돈을 모아서 CD나 LP를 사고 싶은데 뭘 사야 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동네 레코드샵에 가서 추천을 받았습니다. 그 때 저에게 이런저런 노래들을 추천해준 누나예요.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의 I'm Your Man을 추천해 준 것도, 비틀즈(The Beatles)의 빌보드 1위곡 모음 앨범(도저히 앨범 정보를 찾을 수가 없네요;;)을 추천해 준 것도 그 누나였죠. 위의 앨범 토토(Toto)의 Isolation을 추천해 준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에 저에게 팝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던건 배철수와 레코드 가게 누나였죠.
1. Carmen 2. Lion 3. Stranger in Town 4. Angel Don't Cry 5. How Does It Feel 6. Endless 7. Isolation 8. Mr. Friendly 9. Change of Heart 10. Holyanna
이 앨범을 처음 턴테이블에 걸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토토라는 밴드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 앨범 자켓은 좀 독특하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A면 1번 트랙 Carmen에 헤드를 올렸죠. 부드러운 데이빗 패치(David Patch)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더니 바로 뒤이어 들려오는 객원 보컬 퍼기 프레드릭슨(Fergie Frederiksen)의 강렬한 목소리가 뒤따라 옵니다. 둘이서 주고받는 사운드에 바로 폭 빠져버렸어요.
토토의 다섯 번째 앨범인 이 앨범은 다른 앨범들과는 다르게 하드락 같은 분위기가 많이 풍깁니다. 아마 객원 보컬의 목소리 때문이기도 할테지만 실제로 사운드도 다른 앨범에 비해 좀 강렬합니다. 아마 그런 분위기가 제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사운드에 빠져있다가 LP를 뒤집어 B면의 첫 번째 곡에 헤드를 올렸습니다. 그 노래가 바로 Isolation이죠. 매력적인 데이빗 패치의 키보드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바로 Carmen과 함께 이 앨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됐습니다.
그 외에도 멋진 노래들이 많은 앨범입니다. 토토의 노래 중에 가장 유명한 Africa나 Rossana 같은 깔끔하고 부드러운 노래들만 알고 계신 분이라면 한 번쯤 들어볼만한 앨범이예요. Hold the Line 같은 약간 하드한 노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좋아하실 앨범이고요.
이 앨범을 시작으로 토토의 앨범들을 사모으기 시작했고, 토토는 비틀즈와 함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가 됐죠. 드러머인 제프 포카로(Jeff Porcaro)가 죽었을 때, 학교에서 엉엉 울었다니까요. 그렇게 좋아했던 밴드가 내한 공연을 두 번이나 했는데, 두 번 다 못가봤습니다. 다음 번엔 언제 올까요. 그 때는 꼭 가봐야 할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