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로모가 살아났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죠? 그래서 기분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새로 살아난 로모를 위해, 너덜너덜해진 레쟈를 벗겨내고 새로운 가죽을 입혀줘야 겠다고 생각하고 스웨이드 소가죽도 주문을 해 놨었고요.
오늘 퇴근길에 돼지표 본드와 칼자(칼질할 때 쓰는 쇠로 된 자. 플라스틱 자를 대고 칼질하면 칼이 자를 다 잘라버려서 반듯하게 안잘립니다)를 사서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작업을 시작했죠.
먼저 로모에서 너덜너덜해진 레쟈들을 뜯어 냈습니다. 적절한 도구들을 썼어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쉽게 뜯기는 편이예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뜯어낸 다음에는 본드 자국이 굉장히 덕지덕지 남아 있습니다. 옆에 보이는 칼같은 것들로 본드 자국들을 뜯어냅니다. 잘 안 벗겨지는데요, 너무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충 잘 붙더라고요.
그 다음으로 가죽을 재단합니다. 일단 굉장히 유명한 로모그래퍼이신 그사람(GSARAM)님의 사이트에서 알아둔 재단 사이즈를 참고하고 직접 대보면서 맞춰갔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어요. 가죽이 얇아서 잘 잘리더군요. 혹시나 잘 안잘릴까봐 비싼 칼날을 사왔습니다. 30도 칼날이라는 건데요. 일반 칼날보다 헐씬 잘 잘리는 칼날입니다. 끝이 뾰족해서 더 정교하게 작업이 가능하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일반적인 칼로 해도 전혀 무리가 없겠습니다.
아, 그리고 로모 코는 벗겨서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안쪽까지 대보면서 작업이 가능하거든요. 나사 4개만 빼면 벗겨지니까 너무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단!!! 끼울 때 홈들을 잘 맞춰야 됩니다. 이건 좀 신경쓰이는 작업이기는 합니다. 만약 끼울 때 잘 안맞는다는 생각이 들면 힘으로 끼우시지 말고 어딘가 홈이 어긋난 곳이 없는지 잘 봐야합니다.
재단이 다 끝난 상태입니다. 조그맣게 잘라낸 부분은 스트랩 구멍 때문에 필요한 자리입니다.
다음은 본드를 칠해야 하는 순서. 로모 본체에다가 본드칠을 하려고 위의 사진처럼 준비를 하다가... 아차 싶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가죽에 본드칠을 해야 작업이 더 쉬울 것 같더군요. 그래서 작전 변경. 가죽에 본드칠을 했습니다.
재단한 모양을 직접 로모에 대 보면서 방향이 틀리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재단한 가죽들은 앞뒤로 돌려서 써도 되는 모양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본드칠할 때 구석구석 본드를 잘 발라야 합니다. 특히 모서리는 본드가 잘 안칠해지면 잘 벗겨질 테니까요. 조심해서 잘 바른 다음, 살짝 말려 줍니다. 스웨이드의 특징인지 가죽의 원래 특징인지는 잘 몰르겠지만 굉장히 쉽게 스며들어서 건조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별로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로모에 붙일 수 있더군요.
빈틈없이 잘 붙인 다음 특히 모서리나 끝부분들을 쇠자로 잘 눌러줬습니다. 또, 로모 코(라고 주로 부르는 아까 벗겨낸 뚜껑) 옆에 나와있는 레버 2개 아래에 깔린 가죽들은 꾹꾹 눌러서 레버가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가죽을 다 붙이고 새로 산 스트랩을 끼운, 새로 태어난 저의 로모입니다. 스웨이드라서 보송보송한 느낌도 나고 좋네요. 잘라내고 남은 가죽은 받침대로 -0-
요건 뒷면. 깔끔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마음에 쏙 들게 작업되서 기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