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제가 좀 바쁘긴 했나 봅니다. 지난달 11~12일에 다녀왔던 여행의 후기를 이제서야 올리게 되네요. 딱 한 달이 지난 후기로군요. 아니, 정확하게는 한 달하고도 일 주일이 지났네요. 어쨌든 얘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에... 그러니까 시작은 친구 녀석인 몽군에게서 온 연락이군요. 블로거들을 초청해 1박 2일로 체험 여행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이번 목적지는 전라남도 영암군 일대. 주말마다 뒹굴댕굴 어디 놀거리 없나 고민하는 저에게 참으로 솔깃한 얘기지요. 그래서 주저할 것 없이 참석했습니다. 행사의 주체는 영암군, 진행은 데모스 미디어.
아침 일찍 서울 광화문 부근에 모여서 관광 버스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오랜만에 일찍 일어난 일요일. 버스 안에서는 일단 잠을 보충했죠. 전라남도 영암.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지도를 보고 알았습니다. 거의 해남 땅끝까지 가야 된다는 사실을. 엄청나게 먼 곳이더군요. -0-
하지만 이렇게 푸르른 하늘과 함께하니 어찌 지겹겠습니까. 날씨가 우리를 도와주니 기분은 더욱 상쾌할 따름입니다. 게다가 버스 안에서는 흥겨운 노래와 함께 맘마미아를 시청했더랬습니다. 두 번째 영화는 The Earth였는데, 보다가 그만 잠들고 말았다죠.
오전 8시 경에 출발했는데, 점심 식사를 위해 식당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1시 정도 였습니다. 꽤 오랜 여정이었죠. 당연히 배도 많이 고팠습니다. 식당에 들어서니 쫙~ 깔린 밑 반찬과 해물탕. 국물이 시원하더군요.
제가 좋아하는 해물이 그득그득. 이렇게 푸짐하게 먹는데 1인당 5,000원이라니 이런 식당 회사 근처엔 안 생긴답니까?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식당 이름은 찍어 왔습니다. 수궁 한정식이었습니다.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는 월출산쪽으로 차를 돌렸죠.
월출산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간단한 산책로로 올라가기 전에 당일 영암 일대를 재밌게 설명해주신 선생님에게서 한 말씀 듣는 중입니다. 재미나게 말씀해주셔서 지루한 줄 모르고 영암 일대의 역사를 알 수 있었어요. 흠흠. 그래봐야 지금은 다 까먹긴 했지만요;;
간단한 산행의 시작입니다. 사실 산행이라고 말하기도 창피할 정도네요.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어서 코스를 좀 짧게 잡았기 때문에 험한 코스는 전혀 없었거든요.
햇살이 너무 좋다보니 노출로 장난 좀 쳐서 요런 사진도 찍어보고요. 살짝 아쉬운 건 앞서 걸어가신 분의 오른쪽 실루엣에는 햇살이 좀더 내려서 어둠 속에서 밝은 라인이 제대로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
그렇게 잠깐을 걸어 올라가니 월출산 천황사에 다다랐습니다. 아주 작은 암자였는데요. 암자 뒤로 보이는 월출산의 산세가 참으로 빼어납니다.
하늘이 너무 맑고 햇살이 너무 밝으면 사실 노출 맞추기도 힘들고, 사진 찍기가 더 어렵거든요. 아무리 A모드나 P모드로 찍는다고 해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거의 역광 상황이어서... 겨우 이렇게 밖에 월출산의 산세를 담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제대로 등반해보고 싶은 산입니다. 아, 그러고보니 우리가 올라갈 때 암벽 등반 장비를 제대로 갖춘 많은 분들이 등에 번호를 써붙이고 걸어가셨더랬습니다. 혹시 암벽 등반 대회같은 게 열렸던 건 아닐까요? 산세를 보니 그런 포인트가 있을만도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천황사에서 월출산의 아래쪽을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네, 하늘은 거짓말 맞습니다. Graduated Filter 효과를 준 겁니다. 참고로 Graduated Filter는 (주로) 풍경 사진을 찍을 때 한 화면 안의 노출 차이가 너무 심하면 쓰는 필터입니다. 위의 사진에서는 하늘에는 -1 stop을 주고 싶고, 아래쪽은 적정으로 주고 싶잖아요? 그래서 하늘쪽에만 -1 stop 노출을 낮추도록 효과를 줬습니다. 그러면 하늘의 파란색이 더 살아나지요. 사진 기법이나 보정 기법은 오늘의 주제가 아니므로 자세한 사항은 패스.
천황사까지는 가벼운 산책로 같은 기분이었지만, 다음 일정을 빨리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월출산 산책은 여기까지입니다. 아무리 산책이더라도 산불은 조심해야겠죠.
다음 목적지인 도갑사를 향해 이동하는 중입니다. 재미난 화법으로 도갑사와 영암에 대한 말씀을 해주시는 중. 도갑사는 우리나라 풍수지리의 시조라고 불리우는 도선국사가 신라시대에 창건한 사찰로 국보 50호인 도갑사 해탈문이 있는 사찰이라고 합니다.
한문으로 써 있지요? 사갑도산출월. 아니고 월출산도갑사. 아주 큰 사찰은 아니지만 조용히 거닐기에 충분한 산책로를 가지고 있는 사찰이더군요. 바로 옆으로 시내가 흐르고 있어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물론 이날의 햇살도 좋았고요.
이게 바로 국보 50호인 도갑사 해탈문입니다. 조선 성종 4년(1473년)에 지어졌다고 하네요. 백과사전을 잠시 들춰보면 주심포 형식의 건물이지만 다포 양식을 차용했기에 독특하다고 합니다. 주심포와 다포에 대해서는 각자들 찾아보시기를;;; 제가 전공이 건축이기는 하나 전통 건축에 대해서는 많이 약합니다. 그런다고 현대 건축에 대해서 잘 아냐고 물어보신다면..... 먼산....
오래된 목조 건물의 처마는 언제 봐도 좋습니다. 그리고 저 아련한 곡선이라니요. 잘 보세요. 어디 하나 직각인 곳이 없습니다. 참으로 '은근'합니다. 그려.
해탈문을 지나 조금 걸어 올라오면 이런 장면을 만나게 됩니다. 고려 초기에 만들었다는 도갑사 5층 석탑입니다. 기단 바로 위의 1층 부분이 조금 불안정한 느낌을 주도록 길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세련된 느낌입니다.
대웅전과 석탑을 함께 바라보는 장면이지요. 고려 시대에 매우 번창했던 사찰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그 터만 남아있는 정도이고, 대웅전은 한창 보수 공사가 진행중이었습니다. 참고로 지금 뒤에 보이는 대웅전은 다포식이군요. 아까 보셨던 해탈문과의 차이점을 찾으셨는지?
이것은 도갑사 석조입니다. 석조란 물을 담는 돌그릇을 말한다고 하네요. 나뭇잎이 동동 떠다니는 맑은 물을 한 사발 들이켰습니다. 시원하더군요.
열심히 설명해주시고, 열심히 듣는 우리들. 아, '우리'라는 말은 틀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요런 사진을 찍고 있었거든요. 아, 물론 이 사진도 노출의 장난이지요.
그러고보면 저는 석탑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석탑은 역시 불국사의 무영탑이지요. 사실 무영탑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쩜 저렇게 완벽한 비례를 찾아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도갑사의 5층 석탑은 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진 석탑임에는 분명합니다.
거기까지 도갑사 산책을 마치고 돌아 나오는 길에 햇살이 너무 좋아서 다시 한 컷. 밝은 햇살 아래에서 노출을 1, 2 stop 낮춰보면 재미난 사진이 많이 나옵니다. 역광 상황에서 일부러 노출을 죽여본 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