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이 꽉 차 있어서 여유롭게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창밖으로 지나가는 영암 일대의 모습은 참 여유로운 곳이었습니다. 날씨가 좋고, 음식들이 맛있어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지요. 서울에서 거리가 멀기 때문에 쉽게 가볼 수 없는 전라남도. 가끔은 시간을 좀 내서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자, 그럼 다시 두 번째 얘기를 시작합니다. 1박 2일의 여행이면 대부분 2개의 글로 끝나는데, 3개로 나눈 이유는 이 곳에서 찍은 사진이 좀 많았기 때문입니다. 추린다고 추리긴 했지만 여전히 많네요.
도갑사를 나서서 구림 한옥마을을 지나쳐서(버스 안에서 본 구림 한옥마을은 나중에 꼭 한번 들러보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여기저기 걷고 싶은 골목들이 많더군요) 서둘러 도착한 곳은 왕인박사 유적지였습니다. 우리를 인솔하시던 분도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셨던 것 같았습니다. 사진으로 보이는 곳은 왕인박사 유적지 입구에 있는 영월관 비지터 센터. 작은 전시관이 두 개 있더군요.
전시관에 들어서기 전에 천인천자문을 봅니다. 유적지 건립을 축하하기 위해 천명의 친필을 직접 새겼다고 하네요.
이런 식으로 말이죠. 제 이름 석자를 찾아보려 했으나 일(日)밖에 못찾고 전시관으로 들어서야 했습니다. 천자를 언제 다 찾아보나요;;
전시관에 들어서서 맨 먼저 보게 된 돛. 왕인박사가 일본에 건너갈 때 이런 돛을 달고 갔다고 하네요. 아차, 왕인박사가 누군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백과사전 링크. 간단하게 말하면 백제 시대의 인물로 일본으로 건너가 천황의 스승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스카 문화를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도 하고, 일본에 신사가 여러 개 있을 정도로 추앙받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왕인박사와 관련된 유적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전시실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대부분 금지되어 있는 편인데, 설명해주시는 분과 함께 갔더니 별다른 제재가 없더군요. 원래 그런 건지 우리에게만 특혜를 준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이런저런 유물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모두 올리지는 않겠지만...
열심히 설명을 들었지만 기억 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저주받은 기억력.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감명 깊었던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목제관음상. 백제시대의 관음상인데 최근에 일본으로부터 돌려받은 것이라고 하네요. 설명에 의하면 국보로 지정하기 위해 심사중이라고 했습니다. 심사가 통과되서 국보로 지정되면 이곳 전시관에 더 이상 놓아두지 못하겠죠.
보관 상태가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백제 시대 특유의 흘러내리는 곡선들이 아주 잘 살아있더군요.
비록 흔들렸지만, 충분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 올려봅니다. 관음상의 하단부.
온화한 미소와 부드러운 곡선들. 한참을 넋놓고 바라보고, 사진을 찍고, 또 바라보고, 또 사진을 찍고 그랬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에서. 왕관의 장식들이 정교하네요.
그렇게 한참을 넋놓고 있다보니 일행과 떨어졌습니다. 저 멀리 앞서가는 일행을 쫓아가기 위해 달리는 중입니다. 그 와중에 햇살이 너무 좋아서 한 컷.
왕인 박사의 동상입니다. 이제 슬슬 해가 저물고 있다는 게 느껴지시죠?
돌 바닥 사이사이로 자라난 잔디. 그리고 그 위로 내려 앉는 노란 저녁 햇살. 기분 좋게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시간입니다.
참 따스한 햇살입니다. 실제로는 조금 쌀쌀했는데 말이죠. 지금 저 위에서 저에게 하시는 말씀은 '어서 오세요~!!'입니다. 늑장 부리다가 혼났어요.
그렇게 해가 저물고, 왕인박사 유적지 관람이 끝났습니다. 사진은 몇 장 안되지만 실제로 굉장히 넓습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 보고 싶었던 문산재와 양사재는 너무 깊숙한 곳에 있어 구경도 못했습니다. 링크 눌러서 사진을 보시면 정말 멋진 건축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이드(Void)와 솔리드(Solid)가 적절하게 조화되었다고 할까요, 채움과 비움의 미학이라고 할까요. 꼭 보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주린 배를 채우로 식당으로 향합니다. 네!!! 보이시죠? 드디어 소주잔이 등장했습니다. 역시 저녁엔 한 잔 해줘야죠. 우음화하하핫.
저녁 메뉴는 갈낙탕. 맑은 국물과 낙지 그리고 갈비의 조화. 게다가 깔린 밑반찬들이 어찌나 맛나던지.
소주와 함께 계속 마셨습니다. 전남 특산물(?)인 잎새주와 함께 말이죠.
바로 이곳 중원회관에서 말이죠. 아차, 당시 전국체전 시즌이라 선수단 환영 플랭카드가 여기저기 걸려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전국체전은 저희에게 또 다른 경험을 하게 해 줬는데요.
부근의 숙박 시설이 모두 만원. 어쩔 수 없이 잡은 곳이 이곳이었습니다. 아직 오픈하지 않은 근교의 모텔.
입구는 이랬습니다. 이런 거 처음봐서 눈이 휘둥그래 +_+ 어쨌거나 깨끗한 방에서 잘 씻고, 푹 자고 다음 날을 준비했죠. 그렇게 꽃을 품은 영암 무화과 체험 블로거 투어의 첫째 날이 지나고 본격적인 무화과 투어를 맞이하려 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