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모두 정리하고 나서 글을 쓰기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랬다가는 제 스스로도 지칠 것 같아서 일단 먼저 정리한 사진들로 글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총 몇 편이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3박 4일이었으니 대략 4편이면 되겠지... 싶었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길어질 것 같네요. (그러고보면 예에에에전에 중국 다녀온 여행기는 결국 정리를 못하고 끝냈었다는 -0-) 그럼 출발 당일의 얘기를 시작해 볼게요. 하지만 한 편으로 하루의 얘기가 끝나지는 않아요.
홋카이도로 열차 여행 가자~! #1 - 드디어 출발이다!!
2008년 11월 8일 10시 10분 인천 국제 공항발 신치토세 공항행 KE 765편. 여유롭게 공항에 가기 위해 서둘렀지만 결국 발권에 문제가 좀 생겨서 아주 빡빡한 일정이 됐습니다. 심지어 면세점에서 담배를 살 시간조차 부족했어요. 여행자 보험도 전화로 겨우겨우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면세점에서 정신없이 여기저기 전화하고, 결국 게이트로 뛰어가야 했습니다. 하하하. 공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니 여유있게 가야된다는 얘기가 역시 딱 맞아요. 저희도 두 시간 정도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결국 빡빡해지더군요.
입국심사에 필요한 서류들도 미리 다 작성해두고(탑승 전에 작성하는 곳이 있더군요. 미리 작성해두면 조금 더 편했습니다.) 오랜만에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아리따운 승무원 언니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는데... 창가도 아니고 가운데 좌석인 데다가 맨 앞자리라서 좀 불편한 곳. 하지만 뭐 그리 긴 비행은 아니니까요.
일단 자리에 앉자마자 기내식이 나옵니다. 위와 같은 구성. 음료에 와인이 없어서 실망했어요. ㅠㅠ 가는 동안 와인이나 마시면서 한숨 자려고 했는데 말이죠. 식사는 새우, 버섯, 치즈가 들어간 리조또였는데, 맛은 그냥저냥. 어디선가 대한항공의 기내식이 다른 항공사에 비해서 괜찮은 편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럼 도대체 다른 항공사는 어떻단 말이죠? (머릿 속에 잠깐 필리핀 항공의 기내식이 스쳐가면서... 음... 그래 대한항공이 낫지...) 위의 음식들 중에서는 파인애플이 가장 맛있더군요.
창가에 앉지는 못했지만 멀리서 줌으로 당겨서 창밖을 찍었습니다. 구름 위를 날고 있어요. 얼마만의 비행인지 모르겠네요. 역시 여행의 즐거움, 설레임. 그런 것들이 가득합니다. 물론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 같은 것도 생기고요. 그래서 책을 펼칩니다. <Just Go! 홋카이도>와 <후다닥 여행 일본어>. 두 권의 책은 이번 일본 여행에 큰 도움이 된 책들입니다. 일본어 사전도 하나 가져갈 걸... 하는 후회는 남지만요.
사실 대부분 영어로 의사소통이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 영어가 짧기도 짧은 데다가 이번에 들렀던 대부분의 식당에서 영어가 통하지 않았어요. 근사한 호텔 식당보다는 작은 동네 주점들을 돌아다니고 싶었거든요. 일본 드라마를 보면서 저절로 알게된 일본어 표현들을 섞어 쓰면서 대부분 몸짓과 짧은 일본어로 의사소통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일본어 사전이 필요하더라고요. 단어를 더 많이 알았더라면 훨씬 많은 소통을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12시 55분. 약 2시간 40분에 걸친 비행이 끝나고 신치토세 공항에 내렸습니다. 아, 신치토세 공항이 삿포로 공항입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잖아요. 서울에 오려면 인천 국제 공항에 내려야 되죠. 잘은 모르지만 신치토세 공항도 그런 식인 것 같아요. JR 노선표에서 삿포로 역과 신치토세 공항 역은 거리가 좀 되더라고요.
짐을 찾아서 게이트를 나와보니 JR 홋카이도 측에서 저희 이름을 들고 마중을 나와 계시더군요. 이번 이벤트는 총 5개 코스로 각각의 코스에는 2인 1조의 한 팀만이 배정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비행기편으로 다른 코스를 여행하시는 두 분이 함께 오셨어요. 저희가 좀 먼저 짐을 찾아 나왔기 때문에 조금 기다렸죠.
약 4~5시간 담배를 못 태웠잖아요.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흡연실입니다. 일본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이네요. 담배 한 대 태우기. 담배를 열어보니 거의 다 피웠더라고요. 면세점에서 담배 못 사온게 후회되기 시작합니다. 담배가... 꽤나 비싸요. ㅠㅠ
신치토세 공항은 그리 큰 편은 아니었어요. 깔끔한 곳이긴 했습니다. 사람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더군요. 다른 코스로 여행하실 두 분을 만났고, 모두 함께 간단한 이벤트 및 일정에 대한 브리핑을 듣기 위해 JR 홋카이도 사무실로 향했습니다.
우선 이런 걸 나눠주시더군요. 여행내내 잠시도 손에서 떼지 않았던 파일입니다. 이번 여행의 모든 일정과 필요한 모든 티켓이 들어있는 파일이에요. 각 여행지에 대한 자료 팜플렛까지. 정말 이거보고 깜짝놀랐습니다. 분단위로 정리된 일정표.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티켓을 미리 예약해둔 기획력. 버스, 케이블카 등등 일정대로 돌아다니기 위한 모든 표가 여기에 다 들어 있었습니다. 물론 JR HOKKAIDO RAIL PASS - Flexible 4 days 까지요. 당연히 모두 2인분이겠죠?
파일을 한장한장 넘겨가면서, 일정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혹시 헷갈릴만한 부분은 추가로 설명해주셨습니다. 왠지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이렇게까지 일정이 짜여있고, 자세하게 기획되어 있다면 말이 잘 안통해도 다닐 수 있겠다! 는 자신감.
왼쪽이 모든 일정을 설명해주신(아마도 이번 이벤트의 기획/담당자이실 것이라고 생각되는) 이토상입니다. 오른쪽은 통역을 맡아주신 음영준씨고요. 두 분의 친절함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정말 큰 도움을 받았어요. 메일이라도 한 통씩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모든 설명을 듣고 다른 코스로 여행하시는 두 분을 바래다 드리기 위해 신치토세 공항에서 미나미치토세 역으로 이동합니다. 한 정거장이었어요. 두 분은 미나미치토세에서 열차를 타고 일정을 시작하셨습니다. 저희는 열차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에 있는 아웃렛 쇼핑몰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이건 미나미치토세 역에 놓여있던 전화기. 그냥 모든 게 다 신기했어요. 서울이 마냥 신기한 시골 촌놈이랄까. ㅎㅎㅎ
전날 눈이 왔었다고 하더군요. 쇼핑몰을 구경하는 동안에도 눈이 조금 내렸습니다. 그러고보니 올 겨울 들어 본 첫눈이네요. 위의 사진은 미나미 치토세에 있는 아웃렛 쇼핑몰 레라(Rera). '어서 오십시오! 레라에'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굉장히 커다란 아웃렛 쇼핑몰 단지였어요. 자세한 한글 가이드 팜플릿도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율의 압박으로 쇼핑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옷들은 있었는데. 쩝.
레라는 미나미치토세 역에서 아주 가깝습니다. 걸어가는 동안 이토상과 일본어로 대화를 시도했어요. 통역해주시던 분은 먼저 들어가셨거든요. 제 짧은 일본어가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일본 드라마를 좋아해서 일본어를 아주 조금 할 줄 안다고 했더니 일본에서도 한국 드라마가 인기라는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이토상보고 먼저 들어가시라고, 우리끼리 열차를 타보겠다고 했더니 우리가 출발하는 걸 봐야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부드러운 웃음과 친절함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아웃렛 쇼핑몰 레라. 날씨가 좀 추워서 많이 돌아다니진 않았어요. 그리고 남자 둘이서 뭔 윈도우 쇼핑입니까;;;
건물 안에 아야세 하루카의 얼굴이 보이더군요. <해피 플라이트>. 귀국해서 찾아보니, 드라마인줄 알았는데 영화더군요.
곳곳에 비치된 쓰레기통. 분리수거를 해야 하나 봅니다. 헌데 일어로만 쓰여있어서 어떤 쓰레기를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 ㅠㅠ
레라의 아주 일부분의 모습입니다. 건물 안밖으로 가게들이 굉장히 많아요. 예쁜 언니들과 멋진 형님들도 많습니다. 이후에 여행다닌 곳들이 번화한 곳이 아니어서 그런지 여행내내 본 젊은 사람들보다 여기에서 본 젊은이들이 더 많았던 듯. 그러나 사람들 사진 찍는 걸 좀 두려워해서 일부러 사람 없는 곳만 찍다보니 사진에는 좀 횡하네요.
크리스마스가 되면 트리 장식을 할 것만 같은 나무.
발견!! 드디어 흡연장소를 찾았습니다. 일본에서의 흡연에 대해서 물어봤더니 흡연 장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담배를 피워서는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흡연 장소를 볼 때마다 한 대씩 피웠습니다. 언제 또 만날 지 모르잖아요.
시간이 별로 늦지 않았는데, 조금씩 해가 떨어지려고 합니다. 겨울의 홋카이도는 매우 해가 일찍 저문다고 합니다. 저희가 여행할 당시, 그러니까 11월 초에 일몰시간이 5시 정도. 한겨울이 되면 4시 정도가 된다고 하네요. 오히려 해가 뜨는 시간은 한국보다 빠릅니다. 점심 먹고 조금 지나면 해가 져요. 뭐랄까... '아직 해도 안졌는데 술 마시냐?'라는 말을 할 필요가 거의 없을 것 같다고나 할까요;;;
슬슬 열차시간이 다가와서 다시 미나미치토세 역으로 향합니다. 맡겨뒀던 짐을 찾고, 플랫폼으로 내려가서 기차를 기다렸지요. 15시 34분발 슈퍼 호쿠토(Super 北斗) 16호입니다.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이토상에게 열차가 들어오는 플랫폼, 내가 타야하는 '칸'이 어디에 정차하는지 등등을 어떻게 찾아보는지 자세하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열차에 탑승. 아! JR은 이렇게 타는 것이구나! 별로 어렵지 않은 걸?
열차의 내부입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오누마공원 역. 약 2시간 30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꽤나 긴 시간이죠. 몸도 피곤해서 한숨 자려고 했지만, 창 밖으로 흘러가는 경치 때문에 잠을 잘 수도 없었네요.
여기서 잠깐 저희가 슈퍼 호쿠토 16호를 타고 달린 노선을 살펴보죠. 위는 JR 홋카이도의 전체 노선도입니다. 빨간 네모를 친 부분이 저희가 달린 구간. 확대해 볼까요.
신치토세공항 역에서 한 정거장 이동해서 미나미치토세 역에 내렸었죠. 그리고 거기서 아웃렛 쇼핑몰 레라를 구경했고요. 그리고 미나미치토세 역에서 슈퍼 호쿠토 16호를 탔습니다. 열차의 진행방향을 보세요. 열차 왼쪽으로 계속해서 바다가 보이는 노선입니다. 그리고 저희의 자리는? 당연히 열차의 왼쪽편. JR 홋카이도의 배려는 이런 곳까지 신경쓰셨던 겁니다. 오오 놀라워라.
잠깐 노선으로 세어봐도 꽤 먼 거리죠? 오누마공원. 홋카이도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곳입니다.
이건 열차에 비치된 메뉴판. 대부분 에키벤(驛弁)들입니다. 일본에서는 에키벤, 그러니까 열차 또는 역에서 사먹는 도시락이 굉장히 다양하고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실제로 기차에서 에키벤을 먹는 사람들을 아주 많이 봤고요. 물론 여행하는 중에 저희도 먹었지요. 일단 이날은 이런 게 있구나~ 하고 구경만 하는 중입니다.
창 밖으로 해가 지고, 바다가 보입니다. 열차를 타고 바다 옆을 달리는 기분은 참 좋죠. 우리나라에도 그런 노선이 몇 군데 있습니다. 제 기억에 가장 멋졌던 곳은 해운대역에서 경주로 올라가는 노선이었는데요. 이날의 풍경도 참 멋졌습니다.
하늘의 분위기가 참 오묘했어요. 그리고 한가한 시골의 풍경이랄까, 그런 풍경이 계속해서 보이더군요.
이렇게 바다에 가깝게 달리기도 하더라고요. 몸은 피곤한데, 풍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잠을 잘 순 없었습니다! (라고 말하지만 사실 중간중간 눈을 좀 붙이긴 했어요;)
자, 그렇게 18시 정도에 오누마공원 역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후의 얘기는 다음 편에 계속 하도록 하죠. 어찌보면 다음 편부터가 본격적인 여행의 얘기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