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글은 마감시간이 되어야 잘 써지는 법인가 봅니다. 그 동안은 쭉 자료 정리만하고 있었는데, 마감날인 오늘이 되어야 모두 모아서 글을 쓰게 되네요. 좀 많은 포스팅이 한꺼번에 올라갑니다. 천천히(?) 읽어 주시길 -0-
홋카이도로 열차 여행 가자~! #2 - 오누마 공원에서의 첫날 밤
미나미치토세 역에서 슈퍼 호쿠토(Super 北斗) 16호를 타고 오누마 공원까지 달리는 길이 참 예뻤다는 얘기는 벌써 했죠. 그리고 드디어 오누마 공원 역에 도착. 오후 6시경에 도착했는데 주위는 이미 깜깜합니다. 호텔측에서 역에 마중을 나와 있더군요. 별로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편안하게 승용차를 타고 호텔로.
저희가 첫째 날을 묵은 호텔은 오누마 공원 역 뒷편의 '크로포드 인 오누마(Crawford Inn Onuma)'였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숙소였어요. 참고로 라쿠텐 예약 사이트와 호텔의 영문 홈페이지를 링크합니다. 다시 가보고 싶을 정도로 편안하고 깔끔하고 따뜻한 곳이었어요. 최신식 설비들은 아니지만 백발의 매니저님처럼 연륜과 편안함이 묻어나는 곳이랄까요.
이쪽은 레스토랑 입구. 로비와 바로 붙어있는 곳입니다. 분위기가 편안하지 않나요. 잠시후에 여기서 식사를 했죠.
저희가 묵었던 숙소로 올라가는 계단. 계단 우측편이었어요. 정확한 호실은 기억이 안나네요.
방에 들어갔더니 이런 카드가 +_+
환영 메시지를 적어 주셨더군요. 이런 작은 부분들이 이곳을 따뜻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습니다. 단지 건물의 분위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구요. Home Away From Home. 정말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사진에는 침대가 하나 밖에 안보이지만 실제론 두 개입니다. 헌데 궁금한 점은... 침대가 두 개인 방을 왜 각자에게 하나씩 줬을까요. -0- 덕분에 편하긴 했지만 말이죠.
식당에 내려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창밖이 잘 안보이지만 저희가 묵을 당시 호텔은 외장 보수 공사중이었습니다. 그래서 멋진 외관 사진을 찍을 순 없었어요. 홈페이지에서 보시면 외장도 분위기가 좋습니다. 그리고 창문 옆에 새들의 그림과 이름이 적힌 팜플릿이 있고 망원경이 놓여 있더군요. 실제로 다음날 아침에 들으니 새소리가 많이 들리더군요. 정말 자연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랄까.
테이블에 놓인 메뉴판. 저희가 오늘 먹을 메뉴입니다. 사실 이 때는 메뉴를 전혀 모르겠었어요. A, B, C가 각각 생선, 소고기, 양고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 생선을 부탁했습니다. 집에와서 찬찬히 해석을 해봤어요. 먹은 음식의 이름은 알아야죠.
와인 리스트를 보기 위해서 웨이터와 한참을 실강이했네요. 영어도 잘 안통하고, 저는 일어를 모르니 말이죠. 와인 리스트가 모두 일어였거든요. 레이블을 직접 보고 고르고 싶다고 했지만, 못 알아 들은 건지 못 알아 듣는 척 한 건지 계속 웃고만 계시길래 결국 칠레산 레드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디아블로가 나오더군요.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가격은 좀 안습이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4천엔이었어요. 환율 700원 대였을 때라면 3만원 정도. 당시 환율로 생각하면 5만원 중반. 며칠 전 마트에서 만원이 안되는 가격에 샀던 걸 생각하면 역시 호텔에서 마시는 와인은 저렴하지 않습니다. 환율 영향도 크지만.
일단 빵. 너무 배가 고파서 빵을 막 먹었던 기억이에요. 빵은 그럭저럭.
이날의 식사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크림 치즈를 입힌 오누마 빙어 튀김 샐러드. 오누마 호수에서 빙어가 잡히나 봅니다. 비린내 같은 건 전혀 없고 신선한 느낌. 더 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감귤 풍미의 훈제 오리. 아마 저 노란 게 귤이었던 것 같아요. 오렌지보다는 더 시지 않고 달았거든요. 촉촉하고 부드러웠던 오리.
좀더 가까이에서 찍어보면 더 먹음직스러울까요?
코마가타케는 오누마 근처에 있는 산의 이름이더군요. 야후 재팬에서 찾아보니 지도가 있는데, 오누마 공원에서 보이던 산이 아마도 코마가타케가 아니었나 싶어요. 골짜기 농원(谷內農園)은 고유 명사가 아닐까 싶은데요. 이건 잘 모르겠어요. 여튼 거기서 생산한 호박으로 만든 포타쥬. 좀 걸쭉한 스프인데요. 쉽게 말하면 호박 스프. 하하하. 맛이 좋았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호박의 알갱이들이 살짝 느껴진달까요. 호박 특유의 단맛도 좋았고요.
드디어 메인 요리. 사프란 소스를 입힌 광어와 연어 밀푀유. 밀푀유란 원래는 겹겹이 쌓아 올린 케이크 또는 빵을 얘기하는 데요. 빵이 아닌 생선을 쌓아 올린 밀푀유였습니다. 광어, 야채, 연어, 야채, 광어. 이렇게 다섯 겹을 쌓았더라고요.
요런 식으로 말이죠. 소스가 좋았습니다. 생선들도 신선했고요. 아주 배부른 상황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든든한 정도. 배가 부르면 술마시러 못 나간단 말이죠. +_+
이것도 어찌보면 밀푀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나요? 디저트로 나온 케이크. 사진 안찍고 일단 먹다가 아차! 싶어서 다시 찍었습니다. 음식 먹기 전에 이렇게 일일이 사진 찍는 거... 정말 귀찮고 싫습니다. -0-
커피로 마무리를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서 짐을 좀 정리했어요. 전 하루를 지내더라도 일단 내 집처럼 짐 싹~ 풀어 놓고 있는 스타일이라 짐 풀고 싸는데 시간이 좀 걸려요.
호텔을 나왔습니다. 좀 쌀쌀하더라고요. 사진에 보이는 곳은 오누마 공원 역의 플랫폼. 몇 시간 전에 저희가 내렸던 곳이죠.
밤중의 오누마 공원 역입니다. 제대로 안보이시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찍은 게 있으니 좀 기다려주세요.
참, 나오기 전에 호텔 로비에 '편의점'을 물어봤습니다. 담배가 똑 떨어졌거든요. 좀 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멀리 걸어갔는데, 결국 못 찾았습니다. 다음 날 '혹시 여기가 어제 얘기한 거긴가?' 싶은 곳이 있었는데... 밤에 거기 찾으려고 했었으면 길 잃었을 겁니다. 중간에 포기하길 잘한듯.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담배 자판기. 아싸라비야! 를 외치고 달려갔습니다. 돈을 넣었더니... 이게 뭔 일입니까. TASPO라는 성인 인증 카드가 없으면 자판기에서 담배를 살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자판기와 씨름했지만 결국 포기. 결국 근처에 이자카야가서 술이나 한 잔하자는 결론. 사실 호텔을 나선 목적은 그것이었거든요. 그리고 결국 담배도 그곳에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은 술집(?)에서 담배를 판매하더군요! 좋았던 점 중에 하나예요. +_+
하지만 이번 여행 내내 느껴야 했던 아쉬움(?) 중 가장 큰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밤에 문을 연 가게가 없다는 것! 4~5시면 해가 지고 거리가 어두워 집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7~8시가 지나면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습니다. 저희는 저녁을 먹고 9시쯤 되면 술마시러 나갔는데, 정말 문 연 가게를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는 게 아니라 '영업하는 집'을 찾아야 했던 거죠.
결국 호텔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작은 이자카야를 발견. 서로 안되는 영어와 일어를 섞어서 주문에 성공했습니다.
정확한 이름은 몰라요. 하지만 여행 내내 만나게 됐던,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첫 만남이었던 게살 샐러드. 와사비와 함께 먹으면 뭐든 맛있죠.
직접 담그셨다는 깍두기와 멀리 보이는 하얀 것은 '밀크 두부'라고 하시더군요. 이름에서 비춰볼 때 두부를 만들 때 우유를 같이 쓰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가운데 보이는 것이 치킨 스테이크. 사실 야끼도리를 주문했던 것 같은데, 이리저리 주문이 섞이면서 결국 '알아서 해주세요'가 됐던 것 같아요. 하하하.
인상 좋으셨던 주방장 아저씨. 수원 블루윙스가 전지 훈련을 몇 번 왔었다고 하셨어요. 그 때 받으신 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럼 차범근 감독님도 보셨을라나 +_+.
다양한 술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가 마신 건 일단 생맥주.
그러다가 사케로 주종을 바꿨습니다. 제가 마신 건 가운데 보이는 하얀 녀석. 이름은 모르겠어요. 일단 월계관은 한국에서도 자주 마시던 거라 패스하고 처음 보는 걸 마셨죠.
가게엔 요런 장식이 있더군요. 네. 실감했습니다. 제가 호카이도에 있다는 것을. 바(다이?)에 앉아서 얘기하는 동네 아저씨들, 동네 아줌마들. 신기한건 여긴 북쪽인데 남쪽 사투리를 쓰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오사카 억양도 들린 것 같고 얼핏 오키나와쪽 억양도 들렸던 것 같은데... 사실 잘 모르죠 뭐. 어차피 드라마 보면서 들었던 게 전부니까.
아무리 사진을 뒤져봐도 밝을 때 찍은 가게 사진이 없더군요. 어두워서 이름도 모르겠어요. 제가 이 집에 목도리를 놓고 와서 호텔로 목도리를 가져다 주셨거든요. 정말 감사했는데, 다음 날 기차 시간에 쫓겨서 결국 인사도 못드리고 왔어요. 이 자릴 빌어 정말 감사드립니다(아마 이 글을 못보시겠지만 ㅠㅠ). 오누마 공원 가시는 분들은 가서 꼭 제가 고마워 한다고 전해주세요. 오누마 공원 역에서 나와서 쭉~ 직진 하다가 큰~ 사거리가 나오는데, 그 사거리에 있는 집입니다. 왼쪽이에요. 영업시간은 11시까지.
호텔로 들어와서 자판기가 있는 쪽으로 갔습니다. 물론 저희가 사려는 건 이쪽은 아니고요.
이쪽이죠. 에비수를 한두 캔 마셨어요.
안주는 이것. 이자카야 주방장 아저씨가 주신 사과입니다. 선물이라고 하셨어요. 정말 빨갛고 먹음직스럽죠? 실제로 맛있었습니다.
서랍 안에 잠옷이 있더군요. 이걸 뭐라고 부르죠? 유카타? 그냥 가운 같은데.
한 컷 찍었습니다. 헌데 저 허리에 묶는 끈 말인데요. 특별한 방법이 있어 보였습니다. 마지막 날 온천에 가니 모두 다른 방식으로 묶더군요. 혹시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방법이 있다거나 뭐 그런가요? 여튼 저처럼 저렇게 무식하게(?) 묶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래서 저도 유심히 살펴보고 좀 멋진 할아버지가 묶는 방식을 옆에서보고 따라 묶었습니다. 하하하.
이렇게 일본 여행의 첫날 밤이 지나가는 군요. TV를 틀었더니 아틀란티카 광고가 나오더군요. 국내에선 한게임이 서비스하는데 일본에선 넥슨 재팬이 서비스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채널을 돌리는데 한국 드라마가 많이 보여요. 장근석도 나오고 하지원도 나오고. 중국에서 TV를 틀었을 때에도 그랬는데.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드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