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엔트리에 소개할 내용은 솔직히 '관광지'로 큰 의미가 있는 곳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JR의 토목 기술 같은 측면에서는 대단한 곳이죠. 그리고 그 외에도 좀 느낀 점들이 있었어요. 아마도 짧은 일정으로 홋카이도를 여행하는 분들은 일정에 끼워 넣기에 좀 무리가 있는 곳입니다. 거의 반나절 정도가 걸리더라고요.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그럼 가볼까요.
홋카이도로 열차 여행 가자~! #5 - 일본 토목 기술의 결정체? 세이칸 터널
하코다테 시장에서 점심을 먹고 부리나케 다시 하코다테 역으로 간 건 기차를 타야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코스는 기차를 타고 홋카이도에서 혼슈(일본 본토라고 할까요 홋카이도는 혼슈 북쪽에 있는 큰 섬지역이고요)로 건너가는 코스입니다. 응? 홋카이도에서 혼슈로? 바다 위에 다리는 놨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계시겠죠. 하지만 제목에 쓴 것처럼 해저 터널을 통해서 건너 갑니다. 네. 기차를 타고 바닷속을 지나가는 거죠.
물론 만화나 영화처럼 바닷 속 물고기들을 보면서 건너가는 건 아니예요. 그러고보면 서울 지하철 5호선에도 한강을 강 밑으로 건너는 구간이 있습니다. 광나루-천호 구간이죠. 광나루는 강북, 천호는 강남. 꽤나 자주 그 노선을 지나다니지만 처음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별 감흥이 없더라고요. 헌데 이번에는 바다라니. 살짝 기대와 긴장을 하고 기차를 타러 갑니다.
창 밖의 풍경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홋카이도의 자연에 완전 매료(이런 단어도 별로 안좋아하는데)됐다고나 할까요.
이게 바로 키타카. 이제 사진에 이 녀석이 가끔 등장할 겁니다. 이토상의 부탁인데 당연히 그래야죠.
JR을 타고 다니면서 꽤 도움이 됐던 실내 전광판. 대단한 건 아니예요. 사실 우리나라 지하철에서도 나오잖아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아, 내가 거의 도착했구나' 같은 기분을 쉽게 느끼게 해주더라고요. 터널을 지날 때에는 터널 표시도 나오고요.
먼저 세이칸 터널에 대해서 잠시 얘기를 하고 넘어가죠. 위키 피디아에서 검색해보시면 몇 가지 그림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다녀온 코스에 대한 설명도 보실 수 있어요. 명확하게 그림으로 설명을 드리려면 사진이 좀 필요한데, 제가 찍은 사진이 너무 흔들려서 인터넷에서 찾은 링크를 하나 걸어봅니다. 사진을 보시면 이해가 빠를 거예요.
사진은 세이칸 터널을 지나는 열차에 붙어있는 설명 그림입니다. 저도 찍었는데, 좀 많이 흔들려서 알아보기가 힘들어요. 여튼 저 그림은 세이칸 터널의 단면도입니다. 왼쪽이 혼슈 쪽, 오른쪽이 홋카이도 쪽이예요. 그리고 가운데에 탓피 카이테이 역이 있습니다. 아니 가운데라기보다는 혼슈에 가까운 쪽이지요.
홋카이도의 하코다테에서 혼슈의 아오모리를 연결하는 라인입니다. 총 연장 160Km 정도의 노선인데 그 중에 세이칸 터널이 약 54Km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있는 탓피 카이테이 역은 '역' 그대로의 기능을 하는 역은 아니고 터널 관람을 위해 만들어진 역으로 지상으로 올라가면 혼슈쪽에 있는 박물관으로 연결됩니다.
자, 그럼 터널 구경을 해볼까요.
저희 말고도 일본인 가족이 같이 관람을 했습니다. 장모(라고 생각되더군요)와 딸, 사위 그리고 손녀 두 명인 가족이더군요. 좀 까칠한 큰딸과 장난꾸러기 같은 막내. 그리고 다정한 남편. 우리 나라에서의 '화목'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사이가 좋아 보였습니다.
탓피 카이테이 역.
해면에서 140m 내려와 있는 지점이란 뜻이겠죠?
사진 찍다보니 저 멀리 앞서 가시는 가이드 아저씨.
웰컴 투 더 탓피 카이테이 월드~
해저 터널의 공조(공기조화, Air Conditioning) 개념도입니다. 밖에서 신선한 공기를 끌어다 넣고, 오염된 공기는 다시 밖으로 빼내는 컨셉이에요.
좀 낡았지만 이런 모형도 있더군요. 사실 대부분의 장비나 시설들이 녹이 많이 슬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바닷 속이라는 특성상 수분과 염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겠죠?
터널을 한참 걸은 다음 케이블 카(라기 보다는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만)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갑니다.
내부는 이런 느낌. 시끄럽고 느리게 위로위로 올라갑니다.
그러면 저 건물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가이드 아저씨가 일본어로 열심히 설명해 주셨는데, 사실 잘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그저 고개만 끄덕끄덕. 돌아가는 기차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산책을 했습니다. 저 건물은 세이칸 터널 박물관입니다. 기념관이라고 해야 되나.
그러니까 제가 서 있는 이곳은 혼슈. 저 바다 너머에 홋카이도가 있는 거죠. 하지만 보이지는 않더라고요. 날씨가 좋으면 보일라나요.
하늘이 너무 드라마틱하길래 계속 하늘 샷.
좀 많이 언더죠? 그래야 해를 제대로 잡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이런 해안 도로가 펼쳐져 있어요. 달리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은 도로!
하늘이 멋져서 계속 사진을 찍었어요.
거짓말 같은 하늘. 그리고 갈대.
새털 같은 구름들도 보입니다.
세로로도 찍어 보고요.
뭘 보관했던 곳일까요?
너무 좋아. 경치가 정말 끝내줘! 를 외치다가 발견한 간판. 독수리 5형제가 나타나서 구해주는 걸까요? 아니 왠지 갈매기 아저씨 같기도 하네요.
다시 기차를 타고 하코다테로 돌아가기 위해 터널을 또 걷습니다. 공사 당시의 장비, 사진 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가이드 아저씨는 계속 열심히 설명해 주십니다.
열차가 들어오기 전에 한 컷 찍어본 터널. 어둡고 길죠.
이 터널을 보면서 느낀 점 한 가지. 일본의 토목 기술이 대단하구나. 뭐 이런 건 아닙니다. 이런 코스로도 관광 상품을 만드는구나 대단하다. 뭐 이런 것도 아닙니다. 이 코스를 쭉 돌면서 제가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 할아버지들이었다는 점입니다. 경비를 보시던 분도, 가이드를 해주시던 분도 할아버지였습니다. 케이블카를 운전하시던 분만 좀 젊은 분이셨네요.
잘은 모르지만 일본은 노령화가 우리보다 먼저 진행된 사회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전세계에서도 평균 수명이 가장 긴 편에 속하는 나라일 거예요. 노령화 사회에서 실버 세대의 일자리는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잖아요. 이런 코스를 만들어서 필요한 인력을 노인들로 충당하는 것은 일석 이조가 아닐까요? 겨우 관광 코스 하나 돌아보고 이런 판단까지 하는 게 좀 성급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관광 상품도 만들고, 노인 인력도 활용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