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일정은 하코다테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 도야코에서의 일정들입니다. 여기서도 꽉찬 스케줄로 여기저기 바쁘게 돌아 다녔어요. 아마 제가 홋카이도에 다시 가보게 된다면 꼭 들르고 싶은 곳은 바로 이곳 도야코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바쁜 스케줄의 관광이 아니라 조그만 펜션을 잡고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가 밤에는 온천을 하는, 그런 휴양을 하고 싶은 곳입니다.
홋카이도로 열차 여행 가자~! #9 - 스타는 마지막에 등장한다? 도야코!
키타카가 알려주네요. 앞에 보이는 열차가 우리가 타야하는 수퍼 호쿠토(北斗) 7호라고요. 흠. 그럴 리는 없잖아요. 저희들 말고도 기차를 찍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러고보니 열차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오타쿠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네요.
저희 앞으로 예약된 자리에 갔더니 에키벤이 두 개 놓여 있었습니다. 잠시 뒤에 아저씨 한 분이 오셔서 제대로 배달 됐는지 확인하시고 확인증을 받아 가시더군요. 귀여운 오징어가 그려진 젓가락. 자 과연 어떤 도시락일까요?
우와~ 카니! 우니! 이크라! 만세!
자, 그럼 도시락을 먹으면서 열차로 이동한 경로를 살펴볼까요. 저희가 돌아다닌 구역은 홋카이도의 남쪽이니까 일단 그쪽을 확대해서 보면.
이번 목적지는 도야 역. 가까운 거리가 아닙니다. 간밤에 못잔 잠을 푹 보충할 수 있었죠. 대략 두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도야 역 도착!
담배 한 대 태우면서 도야 역을 찍습니다. 오누마 공원 역보다는 크지만 하코다테보다는 작은 역. 굳이 세 군데를 비교해 보면, 오누마 공원은 완전히 한적한 시골이고 하코다테는 지방의 중소도시 그리고 도야는 조용하지만 유명한 관광지의 느낌입니다.
저희를 데리러 택시 기사님이 나와 계셨습니다. 오늘 일정의 상당 부분은 택시 기사님과 함께 돌아 다니도록 되어 있더군요. 친절하신 기사님이라 좋았습니다. 그러고보면 비행기, 기차, 택시. 별거 별거 다 타보네요. 마지막 날에는 버스까지 타야 했으니 거의 모든 교통 수단을 이용해 본 셈이 되는 건가요.
도야 역에서 도야코로 가는 도중에 잠시 차를 세웠던 곳. 2000년 3월 화산 활동이 실제로 있었다네요. 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게 그 흔적이라고. 멀리 보이는 연기는 지금도 피어오르는 중. 어휴. 그러다 지금 터지면 우짜지?
호텔에 체크인하기 전에 들른 곳은 도야코 근처에 있는 유리 공예 카페 GLA-GLA. 예쁜 홈페이지도 가지고 있는 카페예요. 사장님의 블로그에는 재미난 작업 사진들도 많이 있네요. 이곳에 들른 이유는 유리 공예 체험. 처음엔 뜨거운 유리를 직접 불어서 뭐 만드는 건줄 알았는데 그 정도까지의 복잡한(?) 체험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체험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네요.
가게에는 온통 예쁜 공예품들로 가득. 저 멀리 뒷모습이 보이는(안보이죠? 숨은 그림 찾기?) 분은 아키코상. 친절하게 작업 방법을 알려주셨던 분입니다. 아주 예쁜 분이셨어요. 그럼 본격적으로 작업을 해볼까요.
먼저 자신이 작업할 컵을 골라요. 전 좀 작고 길게 생긴 컵을 골랐습니다. 좀 뚱뚱하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더 작고 귀여워요.
그리고 컵에 수성 펜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그리다가 잘못 그리면 걍 물수건으로 지우면 되고요. 그 옆에 보이는 녹색 공구가 유리에 모양을 새기는 도구. 스위치를 올리면 뾰족한 끝부분이 빠르게 회전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으로 밑그림을 그린 유리컵을 따라 모양을 새기면 되요. 말은 간단한데 생각보다 어렵고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라 이후의 사진은 없어요. 작업에 너무 집중해버려서;;
저녁에 호텔에서 찍은 사진. zzoos in hokkaido 라는 문구와 함께 꽃을 네 송이 그려 넣었어요. 아키코상이 'it's so cute'라고 칭찬해주더군요. *^^* 이 컵은 지금 집에서 저의 전용 술잔이 됐습니다. 와인을 마실 때도, 맥주를 마실 때도 이 잔에 마셔요. 뭘 마셔도 딱 적당한 컵이거든요. 여행 생각이 다시 나서 좋기도 하고.
그 다음 목적지는 우슈산과 쇼와신산. 가는 길에 잠시 차를 세워 달라고 했어요. 아무래도 다녀오면 저녁일 것 같아서. 해가 워낙 빨리 지니까 말이죠. 밝은 시간의 도야코를 보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멀리 보이는 건 후지산이 아니고 요테이산(羊蹄山, Mt. Youtei)입니다. 산세가 멋지네요. 그 아래 도야코의 물색은 정말 파랗고요.
그리고 잔디는 정말 녹색이네요. 거기에 피어 있는 꽃은 정말 붉고.
하늘 빛과 물 빛이 서로 다투듯이 푸르름을 뽐내니 잔디의 푸르름은 한풀 꺾인 느낌이라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잔디의 푸르름도 만만치 않아요. 전부다 거짓말 같은 색깔들입니다.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인데도 믿기 힘드네요. 실제로 보정도 거의 안한 사진들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