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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술잔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내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함께 웃고 떠들던 사람들은
멀리 나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한쪽 발을 들어보았다.
긴 시간 동안 바닥을 누르고 있던 신발의 밑창은
질퍽한 땅에 눌러 붙어 있었다.
힘들게 떼어내고 주저 앉아 발자국을 들여다 보았다.
눈을 가늘게 뜨고, 뭉개져서 잘 보이지 않는 숫자들을 읽었다.
제조년월 2003년 5월.
5년 전에 찍어 눌렀던 발자국.
꼼짝도 하지 않고 주저앉아 있던 긴 시간.
이제 슬슬 발이 질척한 현실에 빠져들기 전에
내딛어야 하지 않겠어?
아름다운 미래를 계획하지는 않아.
다만 즐거운 현실을 위할 뿐이야.
가만히 앉아 있는 거, 이젠 더 이상 유쾌하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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