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키타큐슈에 다녀온 게 세 달이 지나가는군요. 이제서야 필름컷들을 올리네요. 이 귀차니즘은 도대체 어찌해야할지. 블로그와 제가 살아가는 시간이 서로 다르다는 걸 절실하게 느낍니다. 이 시간의 간격을 좁혀나가야 할텐데 어찌된게 계속 늘어나는 느낌이에요. 아직도 밀린 글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키타큐슈에는 카메라 짐을 좀 줄였습니다. Leica D-LUX 3와 Nikon FE 그리고 렌즈도 50mm 1.4 하나만 가져갔어요. 역시 여행엔 좀 단촐한 짐이 더 나은 거겠죠. 모두 가져갈 수 없으니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버릴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미 그 고민부터 여행은 시작.
그냥 걷다가 카메라를 들어도 이곳과는 다른 곳. 그게 여행의 묘미겠지요. 하카다의 번화가. 아주 추운 날이었고, 가끔은 눈발도 날렸습니다. 일행과 떨어져 혼자 걷고 있었어요. 그대로 일행과 떨어져 멀리 걸어가 버리고 싶었습니다. 혼자하는 여행. 그게 정말 여행이 아닐까요.
위의 사진을 번화가라고 했더니, 오히려 이곳이 더 번화하네요. 여기도 하카다 시내. 얼핏보면 한국 같을 정도로 비슷하지만, 햇살도 공기도 은근하게 깔려있는 분위기도 제가 사는 곳의 그것들과는 분명 다릅니다. 그 속을 걷고, 하늘을 올려다 보고, 지나는 사람들 몰래 셔터를 누르는 느낌.
그런 느낌은 제가 숨을 쉬거나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가는 것과 비슷하지만 다르게 살아가는 힘이 되는 한 부분입니다. 다른 이들의 여행 사진을 보거나 이렇게 제 사진들을 정리하다보면 다시금 불끈불끈 욕구가 치밀어 오릅니다. 아주 오래전에 일기장에 이런 말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갑자기 오렌지가 너무 먹고 싶어졌다. 그러고보니 난 살아오면서 미치도록 치약을 갖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수화기를 들고 동전을 넣었어. 한참동안 숫자들을 바라보다가 내려놓았어. 챙그렁. 전화기도 동전도 있었지만 네가 없었어. 수화기 저편에 있어야 할...
뭐랄까 한참 들떠있었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새로웠어요. 우편집중국 같은 곳이었을까요? 사람사는 곳은 결국 다 비슷한가 봅니다. 하지만 조금씩 다른 그것이 신기하고 새롭습니다.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풍경들. 어쩌면 관심을 가지게 된 첫번째 나라가 일본인 것이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편안하게 한달까요. 하지만 그 다름에 조금씩 중독됩니다. 다음엔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될 지도 모르겠지요. 여행이라는 마약.
하늘을 바라보고 힘껏 뛰어 올라 봅니다. 잠시나마 발이 중력을 무시하고 공중으로 떠오릅니다. 그 찰나의 기분. 어쩌면 다르거나 비슷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거겠지요. 발이 지면에서 떨어져 있는 그 찰나를 원하는 것이 여행의 맛인가요? 좀더 오래동안 뛰어 올라보면 해답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지도.
자꾸 망설이게 된다. 일상과 관습 그리고 안일하게 엎드려있는 내 모습. 가끔 마음을 다잡아보지만 결국 신호를 무시할 수는 없는 걸. 그렇게 파란불이 켜지기를 기다리다보면 결국 내 발은 여전히 질척한 땅을 딛고 서 있다.
일부러 일행들과 떨어져 이들의 뒤에서 걸었습니다. 어딘가 어색하지만 조금은 부러운 그들의 뒷모습. 그들의 거리.
하카다의 주택가. 초점을 실패한 사진. 하지만 셀렉팅하는 과정에서 왠지 모르게 손이 가던 컷. 이유는 모르겠어요.
자전거를 찍는 것은 기분이 좋습니다. 바이크를 찍는 것과도 자동차를 찍는 것과도 다릅니다. 그러고보면 여행 중에 자전거를 찍은 컷중에 마음에 드는 것들이 많습니다. 북경에서도 그랬고, 일본에서도 그랬고.
뭐랄까 제 여행의 취향과도 좀 닮았다고 할까요? 멀리 가는 것보다는 천천히 가는 것.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것. 내것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것.
하카다 곳곳을 걸어다니면서 찍은 자전거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고보니 자전거로 한국-일본 종단을 한 젊은이의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도 할 수 있을까? 새로 산 수첩에 한줄 추가합니다. 자전거 여행.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면, 간절히 생각하고 있다면 분명히...
기분 좋게 끼어있는 이끼들보다 오랜 시간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겠죠?
소원을 빌고 돌아가는 사람들. (근데 표지판에는 뭐라고 쓰여 있는 걸까요? 경내 사진 촬영 금지. 이런 거 써 있으면 완전 웃기겠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사람들의 수만큼 소원이 있겠지요.
다른 사람들이 묶어둔 종이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저도 하나 묶어 둡니다. 제 마음이 당신에게 닿기를 바라면서.
다른 것들과 섞여버리고 나니 안심이 됩니다. 내 마음이 당신에게 닿지 않을 것 같아서. 당신이 내 마음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조금은 안심한 마음으로, 조금은 섭섭한 마음으로 뒤돌아섭니다.
조그맣게 속삭입니다. 사요나라. 그렇게 내 발은 다시 질척한 땅을 밟습니다. 당신. 그곳의 공기는 상쾌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