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 입소문을 타고 있는(아니 이젠 블소문이라고 해야 되나요?) 흑돈가입니다. 오픈한지 얼마 안됐죠? 저도 여기저기 맛집 블로거들의 글을 보고 내일(4월 24일) 팀회식을 이곳으로 예약해 뒀는데요. 지난 금요일에 미리 방문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오랜만에 와넨죠에서 번개가 있더라고요. 냉큼 신청해서 참석했습니다.
흑돈가는 제주도에서 유명한 흑돼지 전문점이라고 합니다. 서울에 지점을 낸거죠. 뭐랄까. 이곳은 정말 제주도의 흑돼지를 쓰겠구나 싶은 믿음이 생긴다고 할까요? 삼성동 오크우드 맞은편 아웃백 옆에 크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위치 선정도 꽤 괜찮은 듯.
제가 직접 주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메뉴를 주문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항정살과 가브리살인듯. 그리고 옆에 생구이도 보이는 듯. 고기들은 대체로 첫눈에 보기에도 때깔이 좋습니다. 그리고 접시마다 껍데기가 같이 나와서 맛보기에도 좋습니다.
생구이를 올려놓고 소금을 뿌려 굽습니다. 그 옆에는 멜젓을 함께 올려서 끓입니다. 고기가 익으면 멜젓에 찍어 먹는 것이 제주식이랍니다. 솔직히 전 약간 비린내가 나긴 했습니다만, 돼지 고기의 냄새와 섞이면 서로의 비린내가 약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연기를 내면서 고기는 막 익어갑니다. 불도 좋은 편이고 고기도 참 맛있습니다. 이 정도의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집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아직 오픈 초기라 그런 걸까요? 앞으로도 쭉~ 이런 상태를 유지해주면 좋을텐데요.
그라피나 말벡. 아르헨티나의 말벡입니다. 워낙 막입이라 그런 거 잘 구별 못합니다만 말벡같은 느낌이 별로 안 들었습니다. 좀 달다구리한 느낌도 많고요. 확실히 마시기 쉬운 와인이긴 했습니다.
비나 쇼칼란 까쇼, 까르미네르, 멜로 리저바. 칠레에서 세 가지 포도를 블렌딩하는 경우가 많나요? 어쨌든 까쇼, 까르미네르, 멜로를 섞었습니다. 하지만 첫잔을 입에 대는 순간 '섞긴 섞은 거야? 이건 그냥 생 까쇼 같은데?' 싶은 느낌. 동물향이 아주 강하게 올라왔습니다. 그 외의 느낌은 뭐 그냥 so so~
플라네타 라 세그레타 로쏘. 이태리 시칠리아의 IGT입니다. 네로다볼라, 멜로, 쉬라, 까베르네 프랑의 블렌딩이라네요. 이날 마셨던 것 중에 제일 낫지 않았나 싶긴 합니다만, 특유의 신맛이 좀 거슬렸던 기억입니다.
아발론 까쇼. 네. 그냥 미국 까쇼같은 느낌입니다. 조금 달고 뭐 그런... 사실 제가 뭘 알겠습니까. 이미 혀는 소주와 돼지 고기로 엉망이 됐는데.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괜찮았던 와인입니다.
오 메독의 샤토 아네. 남편 아니고 아넵니다. 가장 품위가 있었다고나 할까요. 어쩌면 프랑스라는 선입견이 그렇게 느끼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늦게 꺼냈는데도 가장 먼저 동난 것을 보면 저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닌가 봅니다.
어쨌든 전 이날 2차, 3차를 마시고 다시 한 번 기억을 상실. 어쩌면 제가 나이보다 정신 연령이 어린 이유는 그 동안 잃어버린 기억이 많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