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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 무라카미 하루키

zzoos 2009. 9. 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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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 양윤옥 | 문학동네 | 총 2권 (링크 1, 2)

국내 출간일이 8월 25일.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읽었다는 건 평소에 비하면 많이 늦은 감이 있다(하루키나 코엘료의 책은 출간과 동시에 읽어버리곤 하지 않았던가). 우연한 기회에 1권을 얻게 되어 지난 주말에 읽었고, 어제 퇴근길에 2권을 사서 저녁도 거르고 완독. 결코 얇지 않은 책이지만 절대 읽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꽤나 큰 기대감으로 책장을 펼쳤다. 목차를 살펴보는데 매 장마다 '아오마메'라는 이름과 '덴고'라는 이름이 교차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세계의 끝과 하드 보일드 원더랜드](참고로 이 책은 서로 다른 출판사의 몇 가지 버전이 있고 [일각수의 꿈]과 같은 책이다. 나는 김난주씨가 번역한 일각수의 꿈을 봤고, 열림원에서 출판한 버전을 가지고 있다)와 같은 서술 방식. 하루키는 이런 방식을 매우 효과적으로 쓰는 작가라고 생각된다. 이런 방식은 빠르게 읽는 데에도 한몫하는 거드는 듯하다. 두 개의 이야기에 동시에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읽어나가게 되니까.

책을 읽기 전에 이 소설은 조지 오웰의 [1984]에 대한 오마주가 담긴 내용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제목도 [1Q84]라고(가끔 IQ84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표지를 잘 보시면 영문자 I가 아니라 숫자 1이라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듯). 우연의 일치지만 한글로 읽어도 9와 Q는 발음이 비슷하다. 일본어로는 거의 같은 발음이다. 9(kyu)와 Q(kew). 하지만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어보지 않았으니 어떤 내용이 오마주인지 알기 어려웠다. 시간내서 읽어봐야 할 소설 목록에 추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시작부터 긴박하게 흘러가는 아오마메의 이야기.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긴장하게 만드는 덴고의 이야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툭 던지는 말들로 점점 1984년에서 1Q84년으로 독자를 끌고 들어가는 작가. 두 개의 달을 함께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 독특한 화법을 쓰는 매력적인 여고생. 눈 먼 산양으로부터 시작된 리틀 피플.

우연일까? [세계의 끝...]과 마찬가지로 [1Q84] 역시 두 개의 이야기가 맞물리는 시점에서 소설은 끝난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1Q84]는 두 개의 이야기가 맞물리지 않고 끝난다고 해야할까? [세계의 끝...]은 어떤 면에서 하루키 소설 화법의 형식적인 면에서는 하나의 커다란 축이고 완성이라고 생각된다. 이후의 소설에서 같은 형식을 계속 차용하는 걸 보면 말이다(그리고 난 [1Q84]보다도 여전히 [세계의 끝...]이 더 좋다).

좋은 도메인(domaine, 생산자)의 품질 높은 와인을 마실 때의 기분. 좋은 색깔, 좋은 향기. 그리고 최초로 혀에 떨어지는 맛. 그리고 은은하게 목을 넘어가며 올라오는 향. 목을 넘어간 이후에도 한참 동안 계속해서 입 안에 남아 있는 여운.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특히나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그 피니시(finish, 여운)는 두 개의 달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기에는 더 깊은 곳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읽기 직전에 읽었던 다른 소설집 하나.


[오늘의 거짓말]. [달콤한 나의 도시]를 쓴 정이현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 습작 모음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아직 철들지 않는 소녀 같달까. 앞서 예를 든 두 권에 비해 훨씬 세련되지 못하다. 한두 작품 정도는 괜찮은 것이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제대로 익지 않은 느낌이라 편안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추천하기는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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