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당연히 조식은 못 먹고, 집합 시간에 기상하는 뻔한(?) 짓과 함께 결국 지각. 정신없는 와중에 전시장에 도착했습니다. 월요일 그러니까 평일이라 관람객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오산이더군요.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유치원까지 단체 관람객이 무지하게 많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그리고 비엔날레 전시관 앞이 굉장히 넢은 공원처럼 꾸며져 있어서 관람 + 소풍을 오는 코스인 것 같더군요. 하지만 단체 관람 학생들은 대부분 오전에 전시를 보고 가더라고요. 혹시라도 여유롭게 관람하고 싶으시다면 점심시간 이후 관람을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전시장 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사진이 없습니다. 위의 사진은 금지되어 있다는 걸 알기 전에 찍은 한 컷. 꽤 인상 깊은 작품이었는데, 1전시관에 들어가면 거의 초반부에 있는 작품입니다. 즉석 사진기를 통해 자신의 사진을 찍고, 그걸 벽에 붙여두는 건데, 하나씩 살펴보면 참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재밌습니다.
사진을 찍지 못해서 크게 설명드릴 내용은 없네요. 광주 비엔날레 홈페이지에 가서 작품 사진도 보고 설명도 읽어 보시면 좀 도움이 되실 듯. 혹시 아이폰을 쓰시는 분은 관람 관련 아이폰 앱이 있으니 설치하고 가셔도 좋을 듯 합니다. 저는 있는지를 몰라서 설치 못 해갔어요.
본 전시관(?)이 1~5관까지 있고, 그 외 다른 전시관들까지 다 둘러보려면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립니다. 저희는 오전 일찍 시작해서 본 전시관을 오전 동안 관람하고, 점심 식사 후에 다른 전시관들을 둘러봤는데, 너무 빡빡하고 촉박한 느낌이었어요. 제대로 관람하려면 하루로는 부족한 일정인 듯 싶습니다. 특히 본 전시관 1~5관을 한꺼번에 보는 것이 힘들었어요. 4, 5관은 지쳐서 집중도가 떨어지더라고요.
그래도 마음에 드는, 인상 깊은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3전시관에 들어가자 마자 만날 수 있는 자오수통이라는 작가의 조각 작품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하나하나 정말 살아 있는 듯한 생동감과 박력에 압도되서 숨이 헉! 하고 막히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재밌는 영상들도 많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 한 가지를 들자면, 시각 장애인들에게 물감을 주고 손과 발 등 몸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도록 도와주는 영상입니다. 해를 그리고 햇살을 표현하고,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모습이 너무나 진지하고 실제로 결과물들도 매우 훌륭합니다.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지만, 굉장히 볼만한 전시회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비엔날레니까 2년 뒤에 또 열리겠죠? 시간이 된다면 친구들과 좀 여유롭게 방문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전 관람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했던 초유지라는 식당입니다.
점심 메뉴는 자그마치 돼지 갈비와 도토리 수제비.
특이한 불판에 좀 놀랐습니다.
옆에 빙 둘러져 있는 것은 양념 소스더라고요. 가운데서 굽고, 옆으로 내려서 소스 찍어 먹는 그런 방식. 전날의 숙취를 갈비로 푸는 모습. 아름답습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도토리 수제비가 매우 맛있었습니다. 사실 해장은 그걸로 했지요.
초유지라는 식당에는 커다란 온식 정원이 딸려 있더군요. 주인장님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있는 아기자기한 곳이었습니다.
예쁜 꽃들이 정말 많았는데, 사진 보니 전부 엉망이라... 버섯 사진이 그나마 볼만하네요.
기괴하게(?) 생긴 나무들도 있고요,
바닥도 너무 예쁜 문양이 나도록 나무를 박아 두셨더라고요.
정말 다양한 꽃과 식물들이 가득. 식사 후에 기분 좋아지는 산책이었습니다.
자, 점심 먹고 다시 전시장으로 왔습니다. 오후에 볼 전시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좀 걸어다녔어요.
오전에 봤던 1~5관 까지의 본 전시실은 저~쪽의 좀 멋 없는 건물에 몰려 있습니다.
마지막 전시를 관람했던 시립 미술관.
이 곳에서는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했습니다. 사실 이 때는 이미 몸과 정신이 많이 피폐해져 있던 터라(전날의 과음과 숙취, 그리고 오전 내내 너무 많은 전시 관람) 오히려 설명을 듣는 것이 헐씬 편했습니다.
관람을 모두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너무나 커다란 무지개가 떴습니다. 정말 곤하게 자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환호성을 질렀더랬죠.
이렇게 생판 모르던 회사 사람들과 1박 2일을 보내고, 전시도 관람하고, 의미있는 주말을 보냈더랬습니다. 흠. 뭐 그랬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