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자주(일년에 두세 번?) 가는 집인데, 포스팅은 오랜만입니다. 그래도 같은 집을 두 번이나 포스팅 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은 아니네요. 지난 번에 갔을 때 사진을 너무 안 찍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진이 별로 마음에 안 들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사진은 별로 마음에 안 드는 군요. 다음엔 아예 사진을 주목적으로 한 번 갈까 봅니다. 먹느라 바빠서 도통 찍는 데에 집중할 수가 있어야 말이죠.
꽃게라는 녀석은 아무래도 요리 실력 보다는 재료 자체가 맛을 결정하는 비중이 대단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집이 꾸준한 맛을 내는 이유는 좋은 꽃게를 계속 공급받기 때문이라고 보이네요.
주변에 비슷한 업종의 다른 식당들이 몇 개 있는데, 최근 방문할 때마다 오히려 다른 집들에 손님이 더 많은 장면을 보게 됩니다. 심지어 이곳은 조용(?)한데 다른 집에는 줄을 서 있는 장면도 볼 수 있었어요. 제가 알기론 이 동네의 원조집은 여긴데 말이죠. 아마 종업원의 서비스나 꽃게 외의 다른 음식 종류 등 뭔가 다른 이유가 있겠지요. 다음엔 근처의 다른 집들도 한 번 가봐야 겠습니다.
어쨌거나 이번에 다녀온 결과 맛은 여전합니다. 꽃게의 질이 여전하다고 봐야 되겠지요.
가격은 또 올랐습니다. 남자 3명이 가서 꽃게찜 중, 꽃게탕 중을 먹었더니 딱 14만원이 나오더군요. 확실히 꽃게는 비싼 음식입니다. 그나저나 갈 때마다 꽃게 백숙, 찜, 탕만 먹었더니 섞어찜이나 탕 같은 건 어떤 맛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결국 같으니 굳이 섞어 먹을 필요가...
기본찬은 정갈합니다. 그리고 맛도 있고요. 이날은 조개국물이 조금 짜게 나왔지만, 그 정도 편차는 있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싶고요. 홍어(간재미?) 무침은 참 맛있습니다. 요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이 장면을 한참 보고 있어야 됩니다. 소주 한 병 정도는 이 상황에서 마시게 되죠.
드디어 나왔습니다. 꽃게찜. 이집은 특이하게 '찜'이라고 하면 빨간 양념으로 매콤하게 만든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꽃게찜을 먹으려면 꽃게 백숙을 시켜야 합니다. 백숙을 먹을까 찜을 먹을까 고민을 좀 했는데, 몸 상태가 좀 피곤했기에 매콤한 양념으로 자극을 좀 받고 싶어 찜을 시켰습니다. 덕분에 이후 여기저기 양념이 묻어서 사진이 좀 지저분합니다.
탱글탱글 숙주와 각종 해산물 그리고 살과 알이 꽉! 들어찬 꽃게입니다. 중짜에 꽃게가 3마리 들어 있더군요. 처음 가보는 후배 녀석을 하나 데리고 갔는데, 꽃게를 한 입 먹더니 너무 맛있다면서 며칠 간의 고민이 확 날아가버리고 행복해졌다고 하더군요. 네, 정말 그런 맛입니다. 꽃게라는 녀석은 말이죠.
3마리 모두 암게가 들어 있더군요. 그리고 모두 알이 꽉꽉! 살이 탱글탱글하고 달달할 뿐만 아니라 알까지 들어 있으니 역시 봄철이 되면 꽃게를 먹어 줘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사실 일주일동안 꽃게~꽃게~ 노래를 부르다가 가서 그런지 더욱 맛이 좋더군요.
딱지를 한 번 슥- 긁어 봤더니 알이랑 껍데기 안에 붙어 있는 그것(?)들이 아주 엄청 나옵니다. 특히 초봄에 나오는 암게에 그게 많다고 하던데,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양념이 잘 배어들어가서 매콤 달콤합니다.
몸통에도 아주 그냥 알이 꽉! 살이 꽉! 그리고 양념이 꽉!
꽃게 한 마리에서 딱 두 군데에 있는 살이 가장 풍성한, 뒷다리 앞의 살입니다. 이걸 모양 잘 살려서 뜯어낸 다음 한 입에 왕! 먹는 맛이 또 기가 막히죠.
나왔습니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꽃게탕! 잘 살펴보시면 단호박이 살짝 보입니다. 그 덕분인지 국물에 단맛이 살짝 도는 데, 그건 별로 제 취향이 아니긴 합니다만, 된장을 충분히 풀어서 시원하게 끓여낸 국물은 정말 일품입니다. 소주가 막 들어가죠.
탕에 들어있는 암게들에게도 알이 꽉! 살이 꽉!
이번에도 등껍닥을 하나 살살 긁어 봤습니다. 역시나 알이 잔뜩~ 왜 밥을 안 비벼먹었냐고 하신다면... 너무 배가 불러서 도저히 밥을 넣을 곳이 없었습니다. 꽃게만을 모두 먹는 것도 힘들었어요. 것도 그럴 것이, 3명이서 6인분을 시킨 상황이라서...
자, 다시 한 번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알도 잘 살려보려고 했지만, 알까지 살려서 모양 만드는 것에는 실패.
결국 남기지 않고 모두 처치했습니다. 사실 꽃게탕 국물에도, 찜 양념에도 밥을 볶아 먹고 그래야 되는데, 이미 저 상태에서 저희 세 명은 배가 뻥~ 터질 지경이었습니다. 겨우(?) 손바닥만한 꽃게 두 마리씩 먹었을 뿐인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