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포스팅에서 깜빡하고 말씀 안 드린 것이 있는데, 하루키와 스시 무라는 같은 집이면서 같은 집이 아닙니다. 분명히 같은 출입구를 쓰고 주방도 같고 같은 카운터를 쓰기는 하는데 스시 무라는 숍인숍(shop in shop)의 개념이라서 하루키 안에 별도의 가게라고 보시면 됩니다.
위와 같이 아예 별도로 분리된 공간입니다. 특이하지만 재미난 개념이죠. 그래서 1차를 스시 무라에서 하고 2차를 하루키에서 하는 광경도 자주 보입니다.
자, 그럼 다시 시작해 볼까요. 얼핏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맨 위에 있는 녀석은 자그마치 프와그라. 그 아래에는 살치살 스테이크가 들어 있습니다. 호박 튀김과의 조화도 좋고요. 프와그라의 살살 녹는 맛과 레어 수준으로 구운 살치살의 부드러움. 하지만 식감은 전혀 다르죠.
프와그라를 기점으로 사시미와 스시가 갈라집니다. 이젠 스시가 시작되는 군요. 타이노 아마에비(감새우 얹은 도미). 스시 무라의 스시에는 잘 보시면 간장 소스가 발라져 있습니다. 전혀 짜지는 않은데, 풍미를 좋게 만들어 주는 비법의 간장입니다.
감새우는 워낙 좋아하는 녀석이라 순식간에 꿀꺽.
하마치 도로(새끼 방어 뱃살). 실파가 올라갔고, 간장 소스가 발라져 있습니다. 이거 정말 살살 녹는 수준이었습니다. 혼마구로 오도로 저리 가라할 정도랄까요.
치마살과 자연상 송이 아부리.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누가 들어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재료로 부드럽게 잘 구운, 맛난 스시.
혼마구로 오도로(참치 대뱃살). 뭐 설명이 필요합니까. 아주 살짝 뭔가가 올라갔는데, 뭔지는 까먹었습니다. 여튼 입에서 그냥 녹아버리는 바로 그맛. 이걸 먹을 땐 정말이지 황홀합니다.
고다와(전어). 아무래도 비린내를 잡기 위해설까요. 실파와 함께 마늘인지 생강인지 모를 것이 얹어져 있습니다. 그래도 살짝 비린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신선하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쉬어가는 타이밍. 저런 초밥을 찌라시스시(누름초밥)이라고 하던가요? 여튼 준비하시는 걸 한 컷.
저는 이미 먹어버린, 다른 분의 테이블로 나갈 혼마구로 오도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쓰읍~
위에서 썰고 계셨던 사바 찌라시 스시(고등어 누름 초밥). 겉을 둘러 싼 것은 (제 기억이 맞다면) 다시마. 그리고 냄새를 잡기 위한 여러 가지 다른 재료들이 안에 들어 있습니다. 생각보다 밥의 양이 많아서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자꾸 배가 부르니까), 맛이 너무 궁금해서 꿀꺽.
아까가이(피조개). 조개류도 제가 참 좋아하는 애들이죠.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식감입니다.
호타테 아부리(가리비 관자 겉만 살짝 익힌 것). 가리비 관자야 뭐 설명할 필요 있나요. 쫄깃함에 더해서 불맛까지.
타이라가이 아부리(키조개 관자 겉만 익힌 것). 2연속 관자로군요. 헌데 김을 만 것은 조금 실수 같았습니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까 김을 안 말았던데요(총 12명이 함께 식사를 했고, 주방은 3분이서 각각 4명을 맡아서 초밥을 잡아 주셨는데, 세 분의 스타일이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도 여전히 맛은 좋습니다.
병어 아부리였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납니다. 그래서인지 맛도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사실 이미 배는 꽉 찬 상태.
하지만 다음에 나올 것을 보고는 자리를 일어날 수 없었습니다. 전복 술찜을 준비하고 계시더군요.
지난 번에 왔을 때에도 마지막을 장식했던 녀석이었습니다. 몇 시간에 걸쳐 사케를 끓인 증기로 쪄낸 전복. 정말 부드럽게 씹히는 그 맛이 일품입니다.
아나고(붕장어)를 도대체 어떻게 조리했길래 이런 맛이 나는 건지 정말 신기했던 스시. 말도 안되게 입에 넣으면 사르륵 부서지면서 사라집니다.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해준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