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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의 밤 | 정유정 | 은행나무
아마 남은 반년 동안 특별한 책을 읽지 못하면, 아니 왠만한 책을 읽는 정도로는 결국 나의 2011 올해의 책은 바로 이 <7년의 밤>이 될 듯하다. 회사 일이 많지 않았더라면, 스트레스가 많지 않았더라면 절대 이렇게 오래 읽었을 책이 아니다. <고래>처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읽어치워버렸을, 그런 책이다. 회사에서, 점심 시간에, 너무 결말이 궁금해서 책을 펼친 적은 처음이었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무대도 그리 넓은 곳이 아니다. 시간은 7년을 넘나들지만 책의 80% 이상은(아니 비중으로 따진다면 90% 이상은) 7년 전의 며칠간을 묘사할 뿐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자세하다. 엄청나게 자세하게 묘사한다. 섬뜩하리만큼 치밀하다. <고래>와 비교하면서 얘기를 꺼냈으니 끝까지 비교하자면, <고래>처럼 힘이 있다. 얘기 속으로 꽉! 잡아 끌어들인 다음 얘기의 흐름에 따라 힘있게 끌고 간다. 차이점이 있다면, <고래>는 넘실넘실 장르를 넘나들고 배경이 지나가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만큼 재미나고 자연스러운 입담이 끌고가는 힘이라면, <7년의 밤>은 정해진 시간과 공간 안에서 엄청나게 치밀하게 환경을 묘사하고, 머릿속을 묘사하고, 행동을 묘사하면서 만들어내는, 마치 피부에 느껴질 것 같은 현실감이 이야기를 끌고하는 힘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끝에, 굳이 반전이라고 할 필요는 없는, 하지만 결코 뻔하지 않은 결말이 있다. 어수룩하게 얘기를 잔뜩 풀어두기만하고 마지막에 정리를 못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아닌, 결코 무르지 않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그 결말을 읽기 위해 점심 시간까지 포기하고 책을 꺼내 든 희생(?)이 결코 아깝지 않다.
제 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가인 정유정의 세 번째 장편. 책을 읽던 중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내 심장을 쏴라>도 궁금해서 주문해버렸다.
자, 친구들. 올 연말에는 <7년의 밤>을 보내줄테니 기다려보라구! 물론 그 동안 더 나은 소설이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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