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부터 여행용 스피커를 사려고 마음 먹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가지고 다니던 아이팟 충전기 겸 스피커가 좀 오래된 것이라서 제 아이폰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니까 이제 거의 2년이 가까워 오는 듯. 하지만 '딱 이거다!!' 싶은 제품이 없는 겁니다. 아이폰에 도킹해서 쓰려고 하면 부피가 너무 커지져서 '여행용'이라고 하기 힘들어지고, 또한 가격이 너무 비싸서 쉽게 결정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도킹은 하지 않고 배터리나 충전식으로 그저 아이폰에 연결만 해서 사용할 녀석들을 찾아볼까? 하고 눈을 좀 돌리니 아주 다양한 선택이 있더군요. 하지만 역시나 딱! 마음에 드는 게 안 나타나는 겁니다. 그냥 대충 싼 거 하나 사서 막 쓸까? 라는 생각을 하던 즈음 다시 여행 계획이 잡힌 거죠. '이번엔 꼭 사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었는데, 때마침 이 녀석이 눈에 들어 온 겁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에 반나절 정도 고민을 했지만, 어차피 하나는 사야되니까 일단 지르고 보자라고 결론을 내렸고, 주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배송을 받았지요.
박스를 열고 처음 든 느낌은 '이거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들었는데?'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Razer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다 했더니, 고급 게이밍 주변 장치를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여행용 짐을 싸면서 스피커를 함께 넣고, 여행가서 사용을 해봤더니... 마음에 드는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더군요. 2박 3일간의 여행 동안 사용했던 후기를 간단하게 남겨봅니다. 이걸 샀다고 했더니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우선 가격이나 디자인 등등 모든 것을 잊고 소리만 들어보면 음질에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몇몇 노래에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소리들도 있고, 공간감이 아주 뛰어난 것도 아니고, 고음부가 명쾌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휴대용 스피커죠. 그러면 얘기가 좀 다르데요. 소리끼리 간섭해서 다 뭉개지거나, 화이트노이즈가 생기지도 않습니다. 스피커 자체에는 볼륨 조절 장치가 없는데, 볼륨도 충분하고, 확실하게 분리하지는 못하더라도 각각의 소리를 풍성하게 들려줍니다. 휴대용인데도 불구하고 7.6 만원(할인 전 가격은 7.9만원, 대부분의 쇼핑몰에서 약 8만원 정도에 판매중)을 지불할 용의가 충분히 생기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디자인이 좋고, 제품 외관의 마무리들이 아주 단단하고 깔끔하게 잘 만들어 졌다는 점이 눈에 띄는 장점입니다. 쉽게 말하면, 척! 봤을 때 싸구려로 안 보입니다. 크기가 작고, 휴대용 파우치에 깔끔하게 선과 스피커들이 들어간다는 것도 좋습니다. 무지향성 스피커(360도로 소리르는 보내는)이다 보니 야외에서 스피커 방향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좋더군요.
USB로 충전하는 방식이고, 12시간을 충전하면 완충. 그리고 완충하면 7시간 연속 재생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조금 갸우뚱했는데요. 막상 사용해보니 7시간 동안 충전을 하지 않고 사용할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중간중간 펜션에서 계속 충전을 할 시간들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어차피 아이폰용 충전기를 가지고 다녀야 하다보니 별도의 충전기를 신경쓸 필요 없다는 점도 좋더군요.
결론적으로 두고두고 쓸 괜찮은 휴대용 스피커를 생각하고 있다면, 가격 고민하지 말고 질러도 괜찮을 듯합니다. 스피커 아래로 빛나는 파란 불빛이나 스피커를 켤 때 스피커의 윗부분을 누르면 슈우욱~ 하고 올라오는 느낌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