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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zzoos 2011. 10. 1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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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 모리미 토미히코 | 서혜영 | 작가정신

지난 번 읽었던 <펭귄 하이웨이>의 느낌이 좋았고,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라는 제목의 뉘앙스도 좋아서(단지 '아가씨'가 좋았을지도) 골라 집은 모리미 토미히코의 소설. 각각의 에피소드로 나눠진 것 같은 4개의 장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걸친 얘기가 이어진다. 어리숙하고, 순수하고, 술을 좋아하고, 아주 잘 마시고, 매력적인 아가씨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클럽(아마도 동아리?) 선배의 이야기.

<펭귄...>을 읽고 나서는 '이게 왜 판타지지?'라고 했는데, <밤은...>을 읽고 나니 '이건 판타지다!' 싶다. 너무나 동양적 아니 일본적인 판타지. 게다가 배경이 교토(방문한 적은 없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교토는 그렇다)라서 더더욱 선명하게 장면들을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은, 사실과 환상이 기묘하게 섞여있는 판타지.

봄 밤의 번화가 거리, 여름의 헌책방 시장, 가을의 대학 축제, 겨울의 스산한 밤거리 등 장마다 바뀌는 배경의 분위기와 그곳을 적절하게 묘사하는 필력. 그리고 등장하는 기인들의 기묘한 행동과 대사들. 우연처럼 마구잡이로 펼쳐지는 사건들과 결국 긴장의 끈을 조이며 귀결되는 사건들.

게다가 작가의 입담이 얼마나 유쾌한지 지하철에서(난 주로 책을 읽는 장소가 지하철이니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띄운 적이 굉장히 많았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이 미소지었던 적은 처음인듯.

같은 작가의 책 중 <유정천 가족>도 주문을 해놓았던 것 같은데, 빨리 읽어야 겠다. 그 외에도 <태양의 탑>,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연애편지의 기술>, <여우 이야기>, <달려라 메로스> 등이 번역 출판되어 있는 것 같은데, 모두 읽어봐야 겠다. 이 작가 아주 마음에 드는 작가다.

헌데, 생각과는 다르게 남자 작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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