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Movie, Drama

원작과 다르면서도 아주 비슷한 - 화차

zzoos 2012. 3. 1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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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차 | 2012

바로 얼마 전에 읽은 소설 <화차>. 영화화되는 걸 모르고 주문했던 책인데, 막상 받아보니 영화화한다는 띠지가 둘러져 있었고, 이벤트 같은 걸 한 모양인지 책 안에는 영화 예매권이 한 장 들어 있었다. 월요일부터 술 퍼마시기 싫어서 그냥 혼자 극장으로.

어떻게 영화화했을까? 그리고 결말이 소설이랑 좀 다른 것 같던데 어떻게 풀었을까... 아무리 그래도 원작보다 나은 영화는 거의 본 적이 없으니(없었던 건 아니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자. 같은 생각을 하면서 영화 관람 시작.

일단 시작부터 좀 다르긴 하다. 김민희가 실종되는 상황이라던가, 이선균의 역할(비중)이라던가. 그 외에도 다양한 설정들이 소설과는 꽤나 다르다. 하지만 그런 설정들은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다듬어져 있기 때문에 큰 위화감이 없었고, 스토리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여주인공의 행적은 거의 일치했다. 꽤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한 각색.

아무래도 소설의 템포와 영화의 템포는 다를 수밖에 없고, 서술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압축 같은 것들 때문에 미묘하고 치밀하게 배치된 원작의 다양한 힌트(?)들이 대부분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특정 인물을 통해 던져지는 것이 살짝 어색하기는 했다(그녀는 정말이지 영화 전체를 끌어가는 데에 엄청난 역할을 한다!!). 또, 다양한 등장 인물에 대한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자세한 성격 묘사와 그들간의 관계 그리고 심리 같은 것도 소설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데에는 중요한 부분인데(어느 정도 당위성을 부여하기도 하고), 영화에서는 (당연하게도) 주인공 3명의 심리 묘사에 훨씬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다른 인물들은 모조리 생략했다.

그리고 결말. 영화 쪽도 소설 쪽도 스포를 남기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자세하게 적을 수는 없지만, 소설을 읽고 아쉬웠던 결말을 영화에서는 어떻게든 다르게 처리하려고 했던 것 같고(사실 소설의 전/중반부는 영화의 초반에 후다닥 지나가 버린다. 영화에서 집중하고 있는 건 소설의 중/후반부, 그리고 결말이다), 그 결말도 마찬가지로 아쉽긴 하다. 아, 그러면 어쩌란 말이냐. 라고 스스로 자문해보니... 그래, 뭐 나도 특별한 결말을 원하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소설의 결말도 영화의 결말도 나름의 장르에 있어서 의미있는 결말이겠다는 생각.

어쨌거나 영화 화차는 소설을 꽤 잘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주인공 3명의 연기가 훌륭했음도 주효하다. 최근 예매율이 1위인 이유는 이런 점들이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유 덕분일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데 주위에서 들렸던 말. "와, 완전 치밀하게 딱딱 들어맞네. 잘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은 오히려 소설이 더 뛰어나다. 영화는 자세하고 치밀하게 묘사하는 대신 많은 부분을 압축하면서 영화처럼 표현했다. 그 속도감 덕분에 긴장이 더욱 고조됐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어떤 것이 더 좋았냐. 스스로 물어봤지만... 대답하기는 참 힘들다.

2012.3.19 19:30 메가박스 코엑스 M관 J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