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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을 다해 가다듬었을 것이 분명한, 멋지고 아름다운 문장과 은유들이 가득 - 나비의 무게

zzoos 2013. 9. 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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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의 무게 | 에리 데 루카 | 윤병언 | 문예중앙


얇은 책이라 금방 읽을 것 같아서 집어 들었다. 작년에 잔뜩 주문하고는 한동안 전혀 읽을 수 없어서 방치해둔 책들. 금방 읽을 수 있을만한 두께라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이태리 작가가 처음이라 집어 들었다. 국내 작가와 일본 작가의 소설만을 읽다가 오랜만에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다. 아마 주문할 때도 이런 기분이 들 때 읽겠다는 계획 비슷한 것이 있었겠지.


책날개의 설명을 보니 에리 데 루카는 이태리의 국민 작가라고 한다. 처음 읽는 이태리의 작가, 역시 시작은 국민 작가부터인가.


두 산양왕의 이야기다. 한 산양왕은 산양이다. 무리에서 떨어져 태어났지만 타고난 지혜와 육체로 순식간에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고, 이제 삶의 무게를 짊어진 전설의 산양(아, 이런 진부한 표현). 다른 산양왕은 인간이다. 무리와 떨어져 살면서 산양을 사냥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인 사냥꾼. 동물적인 감각을 지닌 그도 이제는 언제까지 사냥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야기는 마치 모비딕 같다. 사냥꾼과 산양의 대결.


하지만 거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문장과 은유들이 가득하다. 그것을 다듬기 위해 얼마의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지 궁금할 정도의.


산양의 뿔에 내려앉은 나비의 무게만큼이나 얇고 짧은 이야기가 주는 무게 또한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