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ters

수첩 정리하다가 발견한 오래 전의 글

zzoos 2017. 6. 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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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한걸음 물러서서 보아야 한다고 되뇌이곤 했습니다.

정작 물러서서 볼 필요가 있을 때에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한걸음 물러서서 보는 일의 필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한걸음 물러서 있습니다.

세상 일로부터. 회사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친구들로부터.

한걸음 물러서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너무 멀리 물러서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물러서, 떨어져, 도망쳐 있으니

돌아가기가 싫어졌습니다.

이대로 이렇게 많은 일들과 떨어져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등지고 시골로 내려가는 이들.

자연과 하나가 되려고 노력하는 도인들의 마음이 슬쩍 이해됩니다.


이 방 한 구석의 저 특이한 창문.

저 창문을 열면 어제의 내가 보일 것 같습니다.

지금 들리는 저 소리들이 어제의 소리 같습니다.

나는 저 문을 열고 밖을 확인할 용기가 있을까요?


2003. 7. 31 풀벌레가 우는 밤

굴업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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