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글을 여러 번 썼었다. 하지만 계속 실천하지 못했다.
매번 이번에는 기필코! 하는 마음이지만, 매번 실패하고 말았다.
백수인 지금은 그 결심과 다짐의 결이 조금은 다르다.
어쨌든 써야하고, 쓰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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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뭘 쓰지?'다. 그래, 가장 힘든 건 역시 소재다. 주제는 그 다음 얘기인 듯.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변의 것을, 느끼는 그대로, 나의 생각을 쓰자! 는 뻔한 얘기로는 적당한 소재를 골라낼 수가 없다.
사실 난 '00에 대해서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 바로 키보드 앞에 앉는 편이라 소재에 대한 고민을 크게 했던 적이 없는데, 무조건 매일 하나씩의 글을 쓰자도 결심을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분명히 나는 소재의 고갈을 겪게 될 것이다.
그래서 미리 나에게 충고하듯이 이 글을 써둔다.
대학 신입생 시절, 교양필수 과목 중에 글쓰기에 대한 수업이 있었다. 엄청 큰 교실(우리는 그곳을 계단 강의실이라고 불렀던 것 같다)에 약 200명 쯤 되는 학생이 동시에 듣는 수업이었으니 사실상 제대로 뭔가를 배우기는 쉽지 않은 수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입생이었고 -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 입학할 당시 나의 목표는 '이제 공부 좀 하자'였기 때문에(고등학교때 너무 놀았다) 교수님이 시키는 대로 수업을 따라가고 있었다.
하루는 교수님이 하나의 단어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를 연결하고, 또 그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를 연결하는 식으로 쭉~ 생각나는 단어들을 나열해보라고 하셨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교수님이 '원숭이'라는 단어를 제시했다고 하면,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를 적는 거다. 나는 '엉덩이'가 떠올랐다. 그런 식으로 쭉 연결하다보니 나는 이런 연결이 생긴다. [원숭이 - 엉덩이 - 빨강 - 사과 - 바나나 - 기차 - 방학 - 부산 - ... ]
기차까지는 일반적으로 연결을 상상할 수 있는 단어들일텐데 기차와 방학 그리고 방학과 부산 사이는 의아한 연결일 수 있다. 설명하자면,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였지만)를 다닐 때 방학이면 항상 기차를 타고 부산에 있는 할머니 댁으로 내려갔다. 방학이 시작하면 바로 내려가고, 방학이 끝날 때 올라왔다. 같은 동네,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 할머니댁과 외할머니댁이 모두 있었으니 방학을 보내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그래서 나에게는 기차하면 방학이 떠오르고, 방학하면 부산이 떠오르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내가 글을 써야하는 지점이고, 내가 글을 쓸 때 소재가 될 수 있는 지점이라는 설명이었다. (물론 실제로 원숭이를 예시로 주시진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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