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째의 아침에도 엄청 일찍 일어났습니다. 전날 밤에 잠이 잘 안 와서 엄청 뒤척거리고, 술도 좀 마시고 그랬는데도 아침엔 엄청 일찍 일어나지더군요. 7시에 일어나서 10시에 체크아웃하기까지 뒹굴거리면서 오늘의 일정을 좀 체크해봤습니다. 안면도 쪽으로 내려가기로 마음을 먹긴 했는데, 점심 식사를 어디쯤에서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길래 전국 맛집 지도를 확인(정확하게 제가 확인한 지도는 링크 건 것과는 다르지만 어쨌든 수요미식회를 베이스로 한 데이터라는 점에서 비슷하네요)!
< 모텔 창 밖으로 바라본 선재도의 바다 풍경. 물이 들어오니 더 보기가 좋더군요 >
마침 태안에 화해당이라는 유명한 간장게장집이 있더군요. 일단 거기서 점심을 먹는 것을 목표로하고 모텔을 나섰습니다. 너무 일찍 일어나서 뒹굴었더니 배가 좀 출출하더군요. 커피도 한 잔 마실 겸 대부도에서 카페를 검색해보니 제이파블로라는 카페가 걸려들었습니다. 분위기가 깔끔할 것 같아서 이곳으로 선택!
선재도를 벗어나 대부도로 들어가서 카페에 차를 세웠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손님은 별로 없었습니다. 인테리어는 굉장히 세련된 곳이었는데, 주변이 온통 공사장이고 허허벌판이었습니다. 일년 전 얘기(2017년 6월)니까 지금은 달라져 있을 수도 있겠네요.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크로크 무슈를 주문했습니다. 커피는 특별히 맛있지도 그렇다고 쓴맛이나 탄맛만 느껴지는 엉터리 커피도 아니었고, 크로크 무슈는 괜찮았습니다. 식빵에 치즈 올려서 굽는 조합이 맛없기도 쉽지 않겠죠.
간단한 아침을 먹으면서 점심을 먹으려고 생각한 해화당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혼자서는 식사를 할 수 없는 식당들이 꽤 많기 때문이죠. 헌데 막상 전화로 문의를 해보니 혼자 와서 식사하는 건 상관없는데 오늘 휴무라고 합니다. 정기 휴무는 화요일인데, 오늘은 가게 사정으로 예정에 없이 쉬는 날이라고 하셔서 작전을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차라리 숙소를 빨리 결정하고, 숙소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직접 차려 먹으려면 펜션이 좋으니 안면도에서 가격이 저렴한 펜션을 검색해봤습니다. 비수기의 평일이라 사실 펜션에 방은 엄청 많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펜션에 묵으면 대부분의 경우 손님은 저 혼자였습니다. 백수라서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이랄까요. 어쨌든 안면도의 방포 해수욕장 주변에 펜션을 예약했습니다. 체크인을 좀 빨리 해도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안면도까지 논스톱으로 쭉~~ 달렸습니다.
위의 지도에도 써 놓았지만 여덟번이나 바다를 건너서 안면도에 도착하더군요. 고속도로를 이용했다면 한두 번 정도 줄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차피 시간 많은 백수인데다가 초보 운전자가 운전 연습하기에는 국도가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국도로만 움직였거든요.
1. 선재대교 - 2. 탄도 방조제 - 3. 화성 방조제 - 4. 남양대교 - 5. 아산만 방조제 - 6. 삽교천 방조제 - 7. 서산 B지구 방조제 - 8. 안면대교
요런 식으로 바다를 건너고 또 건너서 안면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일단 하나로 마트를 하나 찾아서(지방 여행을 할 때 가장 자주 이용하는 마트는 결국 하나로 마트입니다. 꽤 외진 동네에도 하나로 마트가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역시 농협 짱!) 간단한 점심 거리를 사고 펜션에 도착해보니.
그리 큰 펜션도 아니고 엄청 깨끗하거나 새로 지은 것도 아닌데,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가는 곳이었습니다. 1층에는 적지 않은 규모의 수영장이 있더라고요. 성수기에는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비닐 다라이(?)에 바람 불어넣은 수영장이 아니고 제대로 공구리(콘크리트의 현장 용어, 라기 보다는 일본어에서 온 비속어)를 친 수영장이었습니다.
커다란 냉장고가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아이스 박스에 넣고 다니는 찬거리들과 아이스 박스를 시원하게 해줄 냉매를 얼려두는 것 때문에 큰 냉장고가 있는 곳으로 숙소를 잡는 것이 꽤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점심은 콩국수를 삶았습니다. 대단한 요리를 한 것 같지만 사실 마트에서 '콩물'을 따로 팔더라고요. 그래서 면만 삶아서 식히면 준비가 끝나는 음식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마트표 콩물은... 두유와 더 흡사한 느낌이었습니다. 음... 다시는 사서 먹지 않을 것 같은 맛. 나중에 먹으려고 두 봉지를 샀는데, 결국 한 봉지는 아직도 뜯지 않았습니다(아, 이제 1년이 지났으니 버려야 겠네요;;).
밥 먹은 것 정리하고, 잠깐 쉬다가 나오니 벌써 오후 네 시가 넘었습니다. 오늘도 운전하느라 시간이 엄청 흘렀네요. 뭐 괜찮습니다. 어쨌든 '운전 연습'을 위한 여행이니까요.
숙소가 방포 해변 바로 앞에 있어서 해변으로 나와보니 꽃지 해변까지 '태안 해변길'이라는 걸로 이어져 있습니다. 중간에 전망대도 있고요. 잘은 모르지만 안면도에서 해변이 예쁜 바다를 보면서 산책(이라곤 하지만 중간중간 산길도 좀 다녀야 하는)할 수 있는 길을 조성해놓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꽃지 해변까지 산책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맞는다면 석양까지 보고 돌아오면 좋겠네요.
방포 해변에서 산책로로 들어서면 바로 산길을 올라갑니다. 산길을 오르는 도중에 뒤로 돌아서 방포 해변을 한 컷. 사람이 없어서 한적합니다. 꽃지 해변은 사실 너무 번화해서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 드는 곳인데, 방포 해변은 거기에 비해서는 한적합니다. 나중에 안면도에서 1박을 할 일이 생긴다면 꽃지는 잠깐 들르는 정도만 하고 숙소는 다른 해변에서 찾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고보면 안면도에 처음 갔던 것은 한 15년이 훌쩍 넘은 것 같네요. 꽃지 해변 옆에 리조트 같은 게 딱 하나 있었고, 여기저기에 펜션들을 짓느라 온통 공사장이던 안면도. 꽃지 해변도 지금처럼 정비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해변'이었던 시절... 아, 얘기가 옆으로 샜네요. 사실 이번 여행하면서 십여 년 전에 들렀던 곳을 다시 들르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왠지 모르게 옛날 생각이 나더라고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태안 해변길' 지도에 표시되어 있던 '전망대'에서 본 뷰가 요런 식입니다. 저쪽은 꽃지 해변이고 앞에 보이는 작은 섬들이 할매할배 바위입니다. 여기서 빙 둘러 바라보는 경치가 꽤 좋았는데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이 좀 맘에 안 들어서 포스팅은 생략합니다.
사실 여행을 출발하고 며칠 동안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이 날은 그나마 날씨가 괜찮아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거든요. 하지만 건진 사진이 별로 없습니다.
멀리 보이는 바다. 그러고보면 해변에서 찍은 바다의 사진도 좋지만 이러게 산 위에서 찍은 바다의 사진도 좋습니다.
결코 짧지 않은 산책길... 이라기 보다는 아주 짧은 등산로 같은 느낌으로 동산을 넘어가서 지도 상으로는 가까워 보이지만 막상 걸어보면 그리 가깝지만은 않은 식당과 상점들을 지나서 도착한 꽃지 해변.
왠지 여기서는 이 사진을 찍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여기는 일몰 사진의 명소 중에서도 너무 많이 알려진, 유명한 명소죠. 그렇다보니 주변에도 커다란 카메라를 대포처럼 세워둔 분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한 20년 전(좀더 정확하게는 17-8년 전이지만)에 사진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정말 열심히 전국을 돌아다녔었는데, 당시만해도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꽤 젊은 축에 속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여기저기 여행하면서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계신 분들을 보면 저보다도 한 20년은 더 살아오신 것 같은 분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어르신들에게 사진이라는 취미가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갔나 봅니다. 아마 DSLR의 보급에 따른 결과겠지요.
자, 이제 시간은 다섯 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산을 넘어와서 그런지 시원한 아이스 커피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마침 바다가 보이는 괜찮은 카페가 있어서 냉큼 자리를 잡았습니다. 검색해보니 석양을 보려면 두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일단은 커피를 마시면서 좀 쉬기로 했습니다. 와이파이가 잡히길래 내일의 일정을 잠깐 생각해봅니다.
지도를 열어서 안면도 주변을 살펴보다보니 재미난 루트가 하나 보입니다. 차를 가지고 움직인다면 당연히 안면도의 북쪽으로 올라가서 서산 방조제를 건너 남당 쪽으로 넘어가 육지로 들어가는 걸로 생각했습니다만, 반대로 남쪽으로 내려가면 '영목항'이라고 있더란 말이죠. 그리고 이곳에는 카페리가 다니는데 영목항-소도-추도-허육도-육도-월도-오천항 으로 운행을 합니다. 오천항은 홍성군이 아니라 훨씬 남쪽의 보령시입니다. 그러니까 남쪽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이쪽 루트가 더 재밌으면서 거리상으로는 더 짧은(시간은 더 걸릴지도...) 루트라는 거죠.
그러고나니 눈이 아래로 내려가서 군산이 보이고 새만금 방조제가 보입니다. 아. 새만금 방조제. 그렇다면 이제 고군산군도에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건가요. 추억의 선유도/장자도에 차를 몰고 들어가 볼 수 있는 건가요.
이런저런 생각 끝에 영목항 - 오천항으로 차를 실어 나가는 루트를 후보에 넣어둡니다. 나중에 목포에서 제주로 들어가는 연습도 되겠죠. 하지만 배 시간이 꽤 일러서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는 루트이긴 합니다. 그래서 일단 '후보'에만 넣어둡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전혀 다른 이유로 결국 이 루트로 움직이지 못합니다. ㅠㅜ)
일정을 짜다보니 갑자기 배가 고파집니다. 아주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요. 국수라서 금방 꺼진 걸까요. 어쨌든 꽃지 해변의 일몰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니니 해가 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석양이 지고 나면 깜깜해질텐데 걸어서 넘어왔던 산길이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았다는 것도 떠올랐습니다.
걸어왔던 길을 거꾸로 되짚으며 숙소로 돌아갑니다. 중간에 전망대에서는 괜히 사진도 하나 찍어봅니다. 그리고 발걸음을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의 저녁은 마트표 밥상입니다. 모조리 마트에서 산 것들. 스팸을 굽고 소고기 무국을 데우는 정도의 수고만 들이면 금방 차릴 수 있는 저녁 상입니다. 마침 TV에서는 고로상도 혼자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괜히 허공에 건배를하며 저녁을 먹습니다.
2차도 직접 상을 차렸습니다. 언젠가 면세점에서 사둔 몰트 Aultmore Foggie Moss 18y. 여행 출발할 때 챙겨온 위스키입니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피쉬 스낵은 불량식품 어포 같은 건데, 이럴 때 안주로 쓰려고 한 50봉 정도 들어있는 대용량으로 사뒀습니다.
이 녀석 덕분에 영목항에서 배를 타고 나가는 계획이 틀어지게 됩니다. 왜냐하면... 몰트를 마시다보니 다른 몰트들이 마시고 싶어진 겁니다. 그래서 모든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다음 날의 목적지를 '홍성'으로 잡았습니다. 오로지 발렌타인이라는 바(링크는 주소를 걸어놨습니다. 전화번호는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를 방문해보는 것이 목적입니다. 전국 몰트바 지도를 살펴보면 서울 지역에 거의 모든 바들이 몰려 있고, 부산에 조금 그리고 다른 큰 도시에도 아주 조금씩 있는 정도입니다. 몰트바라는 문화가 별로 퍼지지 않았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도죠. 헌데 굉장히 뜬금없고 특이하게 홍성에 몰트바가 하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내일은 몰트를 좀 마셔보자! 는 생각으로 목적지를 홍성으로 결정!!
덧말.
연결되는 자동차 여행의 포스팅 제목을 '초보지만 괜찮아. 자동차 전국 일주' 에서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로 바꿨습니다. 너무 오글거려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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