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Places/2017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 4일차 - 서산 마애 삼존불, 홍성

zzoos 2018. 6. 1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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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느릿느릿하게 포스팅을 올리네요. 백수라 바쁜 일도 없으면서 말이죠. 심지어 위의 여행 경로는 업로드해둔 지 2주가 넘었어요. 이런 속도로 포스팅해서 약 40일의 여행을 언제 모두 포스팅할지 걱정이 됩니다. 빨리 이 포스팅을 끝내야 또 약 40일 간의 일본 여행을 포스팅할 수 있을텐데요.


어쨌든 이제 초보운전 딱지를 커다랗게 써붙이고 출발한 자동차 전국 일주의 4일째 아침이 밝았습니다.



모닝 커피를 즐겨 마시는 편이 아닌데도 여행을 할 때는 희한하게 아침에 커피가 마시고 싶습니다.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안면도에서 커피를 마실만한 곳을 검색해봤습니다. 카페 바다라는 곳이 마음에 들더군요. 네비에 목적지를 찍고 출발합니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펜션도 하시는 건가? 싶은 곳이었고, 커피를 직접 볶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분위기가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면서 야외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시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어요. 사실 지방 여행 다니면서 맛있는 커피 마시는 게 쉽지가 않거든요.



자, 그럼 이제 다음 목적지를 정해야 하는데... 오늘의 저녁은 홍성에서 묵기로 했거든요(오늘 밤은 꼭 몰트 위스키를 마시리라!). 하지만 홍성까지의 거리는 너무 가까워서 바로 출발하면 숙소 체크인도 못할 시간입니다. 그래서 드라이브를 좀 하기로 했죠. 점심도 먹어야 하고요.


커피를 마시면서 서산에 뭐가 있는지 검색을 해봅니다. (네, 철저하게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여행입니다. 절대 미리 계획하지 않아요.) 검색 결과에 서산 마애 삼존불이 잡혔습니다. 안면도에서도 홍성에서도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곳이고, 아주 짧은 - 산책 같은 - 등산로를 오르면 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입구에 '어죽'을 판다고 해서 '옳다구나!'하고 목적지로 정했습니다.



위의 사진 두 장은 드라이브하다가 풍경이 너무 좋아서 차를 세우고 찍은 사진입니다. 둘 다 아이폰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이라 클릭하면 꽤 크게 보실 수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넓은 초원이 계속 된다는 게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드라이브하기에 기분이 너무나 좋은 길이었습니다.


요즘 사진을 찍으면 위치 태그가 찍히기도 하고, 제가 여행 경로를 계속 트래킹해뒀기도 해서 지도를 확인해보니 서산에 있는 617, 647번 국도 쯤 되더군요. 헌데 계속 달리다보니 이런 풍경을 처음 보는 것 같지가 않더란 말이죠. 기분 좋게 달리면서 어딘지 모르게 드는 이 기시감의 정체는 뭘까... 하다가 마애 삼존불 주차장에 가서야 기시감의 원인을 깨달았습니다.



아, 얼마 전에 후배와 함께 여행하면서 들렀던 곳입니다. 그러고 보니 당시의 여행도 서산 여행이었던 것 같네요. 어쨌든 차를 세우고 어죽을 판다는 식당을 보니 "이런 산 위에서 어죽을 파네?"라는 얘기를 나누며 후배와 같이 삼존불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이미 도착했는데. 한 번 더 보죠 뭐. 우선 밥부터 먹고.


그런데! 왜 사진이 돈까스인가 하니... 어죽은 2인분 부터 판매한다고 합니다. 털썩. 그래서 어죽을 못 먹었습니다. 배가 고파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싫었고 근처에 다른 식당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메뉴가 돈까스. 날씨 좋은 야외에서 먹으니 맛은 좋았지만... 그래도 어죽을 먹고 싶었는데 ㅠㅜ


이날 이후 결심을 하게 됩니다. 1인분을 팔지 않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땐 그냥 2인분을 시키자. 포장을 하던 남기던 먹고 싶은 건 먹는 게 좋겠다! 라는 결심입니다. 안타깝게도 혼자 여행하면 자주 겪게 되는 일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살랑살랑 소화도 시킬겸 산책 같은 등산로를 올라갑니다. 날씨가 좋아서 초록초록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길이지만 울창한 숲 속을 걷는 길이라 기분 좋은 길.



그렇게 걷다보면 작은 암자가 하나 나오고요.



그 뒤로 난 돌 계단을 올라갑니다. 저 위의 커다란 바위에 불상이 새겨져 있습니다.



계단을 올라와서 삼존불과 함께 멀리 보이는 산들의 경치.



마침 문화유산 해설사(?)가 한 무리의 관광객들에게 해설을 해주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안 듣는 척 옆에 서서 같이 들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나네요. -0- 일부러 관광객과 해설사가 내려가신 다음에 조용하게 한 컷.


따뜻한(사실은 좀 더운) 햇살과 초록의 산세 그리고 자애로운 불상의 미소. 이 장면이 좋아서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다가 내려왔습니다.


이제 슬슬 홍성으로 차를 돌립니다. 숙소도 검색해야하고, 저녁 먹을 곳도 알아 봐야죠. 초보 운전자가 혼자 하는 여행은 사실 매일매일 피곤함의 연속입니다. 특별히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지만 운전! 그냥 운전을 하는 것에도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다보니 금방 피곤해지죠. 겨우 4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그/마/치 4일이나 계속 운전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저녁을 먹기 전에 씻고 좀 쉬고 싶기도 했어요. 오늘은 밤이 중요한 날이니까.


일단 홍성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코인 빨래방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언제 다시 이런 시내에 들어오게 될지 모르니 그동안 밀린 빨래를 해두고 싶었습니다.


예전에 약 2주 동안 상해로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빨래하는 것이 귀찮아 속옷과 티셔츠 그리고 양말을 열다섯 벌 들고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여행이 길어지면(출장은 여행과 좀 다르지만) 여벌의 옷을 얼마나 가져갈 것인지도 고민이 되죠. 이번 여행을 출발할 때 속옷과 양말은 딱 일주일치를 챙겼습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빨래'가 가능한 곳을 찾아야 하는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더 적어도 되지 않았나 싶긴 합니다. 급할 땐 사서 입을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4일 동안 빨랫감은 생겼습니다. 날이 좀 덥기도 했고, 흰 옷을 좋아하는 탓에(여행을 하면서 흰 옷이라니;;) 티셔츠들도 좀 빨아야 했어요. 홍성 시내에서 '코인 빨래방'으로 검색을 하고 찾아가보니 그냥 일반 세탁소더라고요. 그렇게 세 군데 정도를 돌아다녔을 때. 진짜 코인 빨래방을 찾았습니다.



관리하시는 분이 안 계신 완전 무인 빨래방을 생각했는데 그렇진 않았습니다. 코인 빨래방을 처음 사용해보는 거라서 기계를 어떻게 다루는 건지 몰라서 당황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좀 있었는데, 다행히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세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후 다양한 빨래방에서 실수없이 세탁을 할 수 있었죠.


세탁 30분, 건조 30분 정도가 걸립니다. 양이 많으면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티셔츠 몇 벌과 속옷 그리고 양말 정도를 세탁하는 데에는 한 시간이면 충분 하더군요. 아, '비어있는' 기계가 있었을 때의 얘깁니다. 기계가 빌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그때그때 다르겠죠.


빨래를 마치고 나니(건조까지 뽀송뽀송하게 끝납니다!! 건조기 만세!!!) 슬슬 숙소에 체크인해도 될 시간입니다. 오늘 저녁의 목적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호텔(이라고 이름 붙어 있지만 시설은 지방의 낡은 모텔)을 하나 잡았습니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좀 누워있다가 저녁을 먹으러 나왔습니다.



홍성이 한우로 유명한 지역이라서 저녁은 갈비로 선택했습니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소복갈비라는 유명한 갈비집이 있더군요. 50년 전통의 그맛. 이라는 문구에 엄청 기대를 하고 식당을 찾았습니다. 역시나 1인분은 주문을 할 수 없더군요. 하지만 전 어죽을 대신한 돈까스를 먹으면서 결심을 했죠. 먹고 싶다면 2인분을 시키자! 그래서 2인분을 주문! 이곳에서 식사를 한 포스팅은 별도로 올려놨습니다.


홍성의 50년 전통 갈비집 - 소복갈비


결론만 짧게 말하자면 맛있었습니다. 재방문 의사가 충분히 있습니다. 헌데 검색하다보니 소복식당이라고 예산에도 비슷한 집이 있더라고요. 이 두 식당의 관계는 잘 모르겠습니다. 체인점인 건지, 가족이 운영하는 건지, '소복'이라는 단어가 뭔가 뜻이 있는 건지, 둘 중 하나가 원조이고 다른 하나가 카피인 건지... 어쨌든 소복갈비도 맛있더라는 것이 제 결론. 나중에 소복식당을 방문하게 되면 다시 포스팅을 해보도록 하죠.



배부르게(소 갈비를 2인분이나 먹었으니) 저녁을 먹고서 동네를 살랑살랑 걸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쪽 동네는 신시가지(?) 같은 느낌입니다. 잘 정비된 정방형의 길에 비슷하게 생긴 빌라들과 신축 건물들. 오래된 장터 같은 것이 보이지 않더군요. 어쨌든 슬슬 해가 저무는 길을 걸으면서 오늘의 메인 목적지를 향합니다.


이곳을 방문한 포스팅도 별도로 올려놨습니다. '비즈니스바'라는 특이한 명칭은 너무 크게 신경쓰지 마시고 특이한 몰트 위스키 컬렉션이 많은 바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찾기 정말 힘들었어요. 희귀한 컬렉션이 많은 몰트 바 - 홍성 발렌타인바


2017 전국 몰트바 지도를 보면 특이하게 홍성에 찍혀있는 점 하나. 그게 바로 이곳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찾아갔을 때 시간이 좀 일러서 그런지 문이 닫혀 있었는데, 아무리 뒤져도 전화번호가 나오질 않아서 무작정 기다리다가 입장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문 닫을 때까지 마셨습니다. 쥔장님과 이곳 단골이신 홍성의 맛집 블로거님. 좋은 얘기도 많이 나누고 얻어 마시기도 하고 제가 사기도 하면서 엄청난 시간을 보냈네요.


이때 만난 홍성의 맛집 블로거님이 다음 날 해장으로 돼지 내장탕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아, 이 집도 정말 좋은 곳이었는데요. 그 얘긴 다음 포스팅에서 계속 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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