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울릉도에 갔을 때다.
저녁무렵 산책을 시작해 저동에 도착했다.
백팩에는 화이트 와인이 한 병 들어 있었고, 저녁으로는 회를 먹고 싶었다.
하지만 저동항에 있는 횟집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혼자 조용히 술을 마시고 싶은 분위기들이 아니었다고 할까.
어쨌든 그날의 '기분'에 어울리는 가게를 찾을 수 없었다.
촛대암과 등대가 있는 좀 외진 방향까지 걸어갔을 때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곳에 작고 허름한 가게가 하나 있는 걸 발견했다.
손님은 아무도 없었고, 할아버지 한 분이 가게를 닫을 듯이 뭔가를 정리하고 계셨다.
혼자서 간단하게 회를 먹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내가 가져온 술을 마셔도 되겠냐고 여쭈었다.
무뚝뚝하지만 흔쾌히 허락을 해주셔서 자리에 앉으면서 어떤 횟감이 좋겠냐고 추천을 부탁드렸다.
"납딱사배기"
일가친척들이 모두 경상도이고 경상북도와 남도 그리고 내륙과 해안의 사투리를 대충 구분할 줄 아는 지라 잘못 듣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생선을 잡아주셨다.
낚시로 직접 낚아 오신 거라고 하셨다.
그 찰기와 탄력이 좋고 싱싱한 내음이 풍기는 정말 맛있는 생선이었다.
와인을 따라드리며 할아버지와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금세 와인병은 바닥을 보였고, 소주를 마시면서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할아버지의 따님(손녀였나?) 얘기를 들었다.
납딱사배기.
이날의 기억이 참 따뜻하고 소중해서 문득문득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아직도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생선의 표준명이 뭔지 궁금해하곤 한다.
그러다 방금!
뭔가 확~ 느낌이 지나가길래 검색을 좀 해봤다.
그랬더니 '방어'의 경북 방언이 '사배기'라고 한다.
거기에 '납딱'이라는 접두사가 붙었으니 방어보다 좀 납작한 생선이라는 뜻이겠지.
그래서 부시리의 방언을 좀 찾아보니 포항 쪽에서는 부시리를 '납작 방어'라고 한다고.
내 기억에 남아 있는 유선형의 날렵한 몸매에 노란 가로줄...
아, 그날 너무 맛있게 먹었던 '납딱사배기'는 아마도 '부시리'였겠구나.
그리고 몸 길이는 3짜가 안 되는 것 같았으니, 꽤 어린 녀석이었겠구나.
그래서 그런 탄력이 느껴졌겠구나.
역시 나는 등푸른 생선의 회를 좋아하는 구나.
어린 부시리는 전갱이의 느낌도 나는구나.
뭐 이런 생각들이 훑고 지나가는 밤이다.
울릉도 가고 싶다는 생각.
'Travel, Plac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찾기 정말 힘들었어요. 희귀한 컬렉션이 많은 몰트 바 - 홍성 발렌타인바 (0) | 2018.06.05 |
---|---|
홍성의 50년 전통 갈비집 - 소복갈비 (0) | 2018.06.05 |
첫 교토 여행의 기억 (0) | 2018.02.20 |
교토 얘기를 슬슬 시작해 볼까... (0) | 2016.08.27 |
그동안 다녔던 섬 여행 사진 (0) | 2015.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