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은 별 얘기도, 별 사진도 없을 예정입니다. ㅠㅜ
오랜만에(사실은 일주일 밖에 안 됐지만) 친구들을 만나서 먹고 마시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고, 그러다가 갑자기 앓아 누워버려서 하루를 통째로 날렸거든요. 그래도 모든 일정을 정리해두고자 포스팅을 건너뛰진 않으려고 합니다.
여행을 출발하고나서 처음 맞는 주말이었습니다. 전날(금요일) 밤에 친구 두 명이 공주로 내려와서 반가운 마음에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는 늦잠을 잤습니다. 신나서 술 마시는 동안에는 '내일 해장은 이걸로 하자 저걸로 하자' 말이 많았는데, 막상 늦잠을 자고 나니 해장은 커녕 약속 시간에 엄청 늦어서(세 번째 친구와 대천에서 만나기로 했었거든요) 부지런히 엑셀을 밟아야만 했습니다.
대천 해수욕장을 혼자 구경하고 있던 친구와 숙소에서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인원이 네 명인데 차가 세 대라 차를 좀 정리할 필요가 있었거든요.
숙소 앞에 차를 모두 세워두고 다 같이 식사를 하려고 식당을 좀 검색해 보는데, '해장'을 주제로는 도저히 마땅한 식당이 없어서 그냥 한정식 집을 하나 골랐습니다. 산수림이라는 곳이었는데, 특별하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깔끔한 곳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어르신들한테 꽤 유명한 집인지 손님도 엄청 많더군요.
푸짐하게 한상 차려두면 술이 땡겨야 되는데, 전날의 과음때문인지 술이 땡기지는 않더군요. 겨우겨우 몸과 정신을 추스리는 게 더 중요한 상황이었달까요. 친구들이 합류해서 같이 바베큐를 하는 걸 준비하느라 며칠 동안 신경을 좀 썼더니 술로 타격을 받은 위장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좀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매일매일 운전하는 것이 초보 운전자에게는 가장 큰 스트레스인 것은 여전했고요.
식사를 마치고 나서 차를 한 잔 마시러 갔습니다. 친구 하나가 후다닥 검색하더니 가까운 곳에 괜찮아 보이는 카페가 있다고 하더군요. 아파트 단지 바로 뒤에 있는 넓은 녹지에 단독 건물로 지어진 이야기라는 카페였습니다. 사진을 많이 찍어두지 않아서 좀 아쉽긴 한데, 휑~ 한 주변과 다르게 카페 주변은 예쁘게 정비되어 있었고, 카페 내부도 깔끔했습니다.
커피도 마시고, 전통차도 마시고 다들 각자 원하는 메뉴를 먹고 마시며 별실로 만들어진 방에 늘어져 좀 쉬었습니다. 저는 팥빙수를 우걱우걱 퍼먹었습니다.
마침 근처에 대형 마트가 있어서 오늘 저녁을 위한 고기와 술을 잔뜩 준비하고, 대천 해수욕장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딱히 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엄청 번화하더군요. 그리고 특이하게 외국인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한국인 관광객 대비 외국인 관광객의 비율이 해운대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은 느낌? 해수욕장을 개장하지도 않았는데 관광객이 많은 걸 신기해하면서 페이스북에 질문을 올렸더니 다들 '보령 머드축제'가 해외에서 아주 유명하기 때문에 대천 해수욕장이 많이 알려졌다고 하더군요. 오~ 그렇군요. 몰랐던 사실. 개인적으로는 머드축제에 관심이 1도 없는데 말이죠;;;
숙소로 돌아와서 바베큐 준비를 하면서 마지막 친구를 기다렸습니다. 마지막 친구는 이번 여행에 차를 빌려준 친구라, 기차를 타고 내려오기로 했거든요. 시간을 맞춰 대천역으로 마중을 나갔습니다. 드디어 모든 멤버(저 포함 5명)가 모였습니다.
굽고, 굽고, 굽고, 먹고, 먹고, 먹고, 마시고, 마시고, 마시고, ... 다섯 명 모두가 흡연자인 아름다운 모임.
여행을 출발한지 일주일 째. '장기 여행'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고, 운전은 (조금씩 더 익숙해지고 있긴 하지만) 매일매일이 고난의 연속이고, 저녁마다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약간은 외롭기도 하던 차에 친구들과 함께 바베큐를 하면서 웃고 떠들고 마시니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랄까요.
헌데... 결국 마음이 너무 풀어진 건지... 긴장으로 억눌려있던 스트레스가 폭발한 건지... 갑자기 배가 배배꼬이는 것처럼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마당에서의 1차가 끝나고 2차를 위해 숙소 안으로 들어가면서 방에 드러 누웠습니다. 식은땀이 날 정도로 정신없이 아파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잠도 잘 안오고 괴로운 시간 ㅠㅜ
사실 당시에는 왜 그런 건지 전혀 짐작이 안 됐습니다. 고기 먹은 게 잘못 됐나?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어제도 과음하고 오늘도 또 마셨더니 위에 빵꾸가 났나? 나중에 찬찬히 생각해보니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 위궤양' 정도가 아닐까, 라는 진단을 스스로 내렸습니다. 병원 가서 진단을 받은 건 아니라서 진상은 모르겠지만요.
아파 누워 있느라 그날 밤의 기억은 더 이상 없습니다. ㅜㅠ 아이고 아쉬워라 ㅠㅜ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배가 아픈 것은 사라졌지만 온 몸이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속이 안 좋았습니다. 그래도 친구들은 해장을 해야 되니까 숙소 근처의 짬뽕 전문점에서 아점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주말을 이용해 멀리까지 내려와준 고마운 친구들과 작별~
이런 컨디션으로 여행을 계속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푹!!!! 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 일단 오늘의 목적지인 군산은 그리 멀지 않으니 천천히 달리면 가능할 것 같아서 숙소를 좋은~ 곳으로 잡고 잠을 푹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산 라마다 호텔을 예약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새로 지은, 군산에서 제일 좋을 것 같은 호텔.
대천에서 군산까지 어떻게 갔는지 정말 하나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정신이 없었네요.
막상 호텔에 도착해보니 몸 상태가 심각하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1박 예약을 2박으로 늘렸습니다. 1박만 묵으면 결국 다음 날 아침에 늦잠을 못 자거든요. 체크아웃해야 하니까요.
예약은 1박이었지만 1박을 추가해 2박을 결재하고 숙소로 들어가 짐도 놔두고는 내려와 약국을 찾았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약국이 있더군요. 약을 사먹고, 씻고 누웠습니다. '내일은 나아야 한다!!'라는 일념으로!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배가 고파지긴 하더라고요. 좋은 침대에 늘어져 있어서 그랬는지 컨디션도 좀 돌아왔고요. 따끈한 국물과 함께 밥을 먹고 싶었습니다. 숙소 근처에 예림옥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평점이 좋더군요. 콩나물국밥을 먹었는데, 아주 맛있게 먹고 드/디/어 해장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자, 오늘은 이렇게 해장하고 푹 쉬고, 내일은 군산을 제대로 돌아보자! 라는 생각.
이렇게 사진이 별로 없는 포스팅을 마무리하고, 다음 포스팅을 준비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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