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드디어 열흘째! 10일차 여행기를 정리합니다. 하지만 아직 반도 안 지났네요. ㅠㅜ 오늘은 글보다도 사진 위주로, 짧게 짧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유도. 16년만에 찾은, 제 마음 속의 다시 가보고 싶었던 첫 번째 여행지. 그래서 긴 말이 필요 없는 곳이기도...
이상하게도 여행하면서 계속 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된다. 아마 밤에 늦게 자지 않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고, 계속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할 거다. 오늘도 일찍 일어났다. 하지만 외출하지 않고 방에서 뒹굴뒹굴. 그 이유는 바로 '물때'가 맞지 않아서.
바닷가를 여행할 때는 '물때'가 잘 맞아야 더 좋은 풍경을 볼 수 있다. 특히 고군산군도는 서해에 있으니 조수간만의 차가 매우 큰 편. 그러니 물때가 좋을 때 경치를 보고 싶었다. 만조 시간이 대략 12시 정도라서 오전 시간은 방에서 뒹굴거리며 체력 보충.
아, 여행하면서 앱을 이용해 물때를 확인하는데, '나 근처의 조수'라는 앱을 쓴다.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내 주변의 조수간만 정보를 알려주는데 일본 여행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했으니 해외에서도 제대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다.
어쨌든 앱을 이용해 만조를 확인하고 11시 30분 쯤 숙소에서 출발했다.
날씨가 엄청 좋았다. 하늘이 파랗고 물도 맑다. 바닷물이 가득 들어와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사진은 대장도에서 장자도로 넘어가는 길에서 바라본 대장도와 대장봉. 사진에 보이는 건물들은 새로 지은 펜션들이다. 역시 다리가 놓이니 펜션들이 먼저 생기는 구나.
멀리 어제 봤던 그 종탑이 보인다. 그렇다. 오늘도 첫 번째 코스는 추억 속의 바로 그곳이다. 16년 전에 장자도에서 바다를 바라보던 그 포인트.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언덕을 올라간다.
어제보다 맑은 하늘과 파란 바다.
예전엔 비포장 도로였는데, 어느 정도 정비되어 있는 산책로.
그리고 바로 그 포인트. 사진 한 장으로 담기는 힘들어서 파노라마로. 큰 화면에서 클릭하면 큰 사진으로 볼 수 있다!
금방 내려가기 아쉬워서 사진을 얼마나 찍었던지...
자, 오늘은 선유도 구석구석을 돌아볼 계획이다. 장자도와 선유도 사이를 잇는 다리. 당시에는 자동차가 건널 수 있는 다리는 공사중이었고, 예전부터 있던 걸어서 건널 수 있는 다리를 건넜다. 다리 위에서 파노라마로 사진을 찍으니 저 멀리 왼쪽에는 대장도가 보이고 멀리 오른쪽에는 선유도가 보인다.
같은 곳에서 바라본 선유도. 우뚝 솟아있는 구조물은 집라인(?) 같은 것. 아래의 모래사장은 바로 선유도 해수욕장.
그리 긴 거리가 아닌데도, 너무나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그늘도 없는 길을 걸어가느라 지쳐가고 있을 때 왼쪽으로 보이는 대장도.
선유도에서 투명한 물 빛과 함께 바라본 대장도. 정말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더웠다.
이곳이 바로 선유도 해수욕장. 명사십리라고도 불린다. 사실 명사십리(明沙十里)는 '하얀 모래가 10리나 펼쳐져 있다'는 뜻으로 고운 모래사장이 길게 이어진 해변에는 이런 별명들이 붙기도 한다. 그래서 전국 곳곳에 같은 별명으로 불리는 해변들이 있는데, 이곳 선유도 해수욕장도 같은 별명이 붙어있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해변이 길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사진에서도 보이듯 반대편으로도 또 해변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곳에는 기러기가 모래에 내려 앉았다는 뜻의 평사낙안(平沙落雁)이라 불리는 모래톱(?)이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물이 빠졌을 때 걸어서 갈 수도 있었던 듯.
선유도 해변까지 걸어왔더니 너무 더웠다. 뭔가 시원한 걸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라? 선유도에 이런 카페가? 엄청 세련된 카페가 하나 있는 거다. 그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들어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카페 이름은 '카페 드 선유'. 구글맵 주소를 링크해둔다.
창 밖으로 선유도 해수욕장과 망주봉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카페의 앞 길은 선유도항까지 쭉~ 이어지는데, 선유도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각종 매점과 식당들이 줄서있고, 자전거/4륜바이크/전기자동차(?) 등을 대여해주는 가게가 엄청 많다.
카페 근처의 작은 가게에서 자전거를 하나 빌렸다. 자전거를 빌리면서 앞 바다를 파노라마로 촬영. 그러고보니 자전거는 왜 안 찍었지?
자전거를 타고 선유도항을 지나 선유도의 남쪽, 옥돌 해수욕장 부근으로 넘어왔는데... 넘어야 하는 언덕(?)이 꽤 높은 데다가 온통 공사중이라서 '아, 나는 왜 바이크가 아닌 자전거를 빌렸는가!' 엄청 후회했다. 하지만... 자전거가 아니었다면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라 자갈들이 쌓여있는 흙길을 지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저전거는 끌고 가면 되니까 ㅠㅜ
땀을 뻘뻘흘리며 도착한 작은 항구. 항구의 이름을 모르겠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다.
멀리 빨간 선유교가 보이는 작은 항구의 오른쪽 끝에 이름을 모르는(왜 지도에서도 정보를 찾을 수가 없는가!) 산책로가 정비되어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산책로인데, 경치가 꽤 좋으니 선유도를 찾는다면 꼭 방문하는 것이 좋을 곳.
산책로를 걸으면서 여기저리 돌아보니, 낚시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아, 여기도 포인트! 저기도 포인트!'라고 말할 것 같은 곳들이.
새로 정비한 것으로 보이는 산책로. 이곳의 이름은 뭘까?
멀리 보이는 선유교. 저 다리를 건너면 무녀도다.
선유도는 서해에 있지만, 서해의 먼 바다는 남해 못지 않게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도대체 사진으로 담을 수가 없어서 파노라마로도 한 컷. 아마 저 앞의 작은 섬들이 선유 8경 중 하나인 '삼도귀범(參島歸汎)'이 아닐까?
산책로가 거의 끝나가는 지점.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산책로의 끝인 옥돌 해수욕장. 비수기라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
역시 물때를 잘 맞춰 만조에 돌아다니니 경치가 더 좋았던 듯!
자전거를 끌고 타고 낑낑대며 언덕을 올라 다시 선유도항 쪽으로 넘어왔다. 멀리 보이는, 큰 배들이 정박한 곳이 선유도 항. 새만금 방조제가 생기기 전에는 군산에서 배를 타고 이곳을 통해 선유도에 내릴 수 있었는데, 이제는 쇠락해가겠네...
점심 때가 훌쩍 지났다. 선유도 유람도 좋지만 일단 배는 채워야 할 것 같아서 눈에 보이는 식당으로 대충 입장. 회덮밥을 주문했다. 간단하지만 깔끔한 밑반찬과 시원한 바지락 국물.
땀도 엄청 흘리고 피곤해서 입맛은 없었지만, 시장이 반찬이랄까? 엄청 맛있게 먹은 기억이다.
밥을 먹고 다시 선유도 해수욕장. 만조가 지나서 슬슬 물이 빠지기 시작한다.
이젠 자전거를 타고 선유도의 북쪽으로. 멀리서 봤을 떈 큰 감흥이 없던 망주봉은 가까이서 보니까 꽤나 그 기세가 대단했다.
선유도 해수욕장의 해변은 꽤나 긴데, 그 반대편 끝 쪽의 모습.
좀 높은 곳에서 내려보고 싶어 선유도의 북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선유도의 북서쪽으로 쭉 올라가서 선유도 해수욕장 방면을 내려다 봤다.
이름까지 붙어 있는 전망대는 아니었지만, 길가에 만들어진 데크. 파노라마로 선유도를 담아봤다. 저 멀리 공사중인 장자교도 보인다.
그러고보면 16년 전의 여행 노트에 이런 스케치가 있었는데... 아마 내가 묵었던 숙소가 선유도 해수욕장의 북쪽에 있는 숙소였나보다. 그리고 사진 가운데의 작은 바위섬들은 물이 빠졌을 때 걸어갈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밤에 혼자 술 마시다가 저 바위까지 걸어 나가서 바닷 속을 한참 바라보고 앉아 있던 기억이, 난다.
선유도의 북동쪽으로 크게 돌아서 구석구석을 돌아본 다음 다시 돌아온 선유도 해수욕장. 물이 제법 빠졌다. 물이 가득 들어왔을 때의 사진과 엄청 차이가 난다. 그래서 바닷가 여행은 물때가 중요하다는 말씀.
더위에 자전거를 타느라 너무 지쳐버려서 자전거를 반납하고 걸어서 숙소로 걸어가는 중. 괜히 푸릇푸릇한 사진을 한 컷 찍었다.
장자도로 건너가기 직전의 언덕. 아이고 힘들어라.
숙소로 돌아오니 쥔장 아주머니께서 뱅어전을 주셨다. 갓 부친 뱅어전. 뱅어로 전을 부쳐서 먹는지조차 몰랐는데. 아주머니 왈 '먹을 게 없으니까 파나 부추 같은 거 넣어서 전 부쳐 먹지, 뱅어 잡힐 땐 뱅어 전이 최고'라고 하신다. 그런데 뱅어가 엄청 오랜만에 잡혔다고 하신다. 한 15년 만에 잡힌 것 같다고.
어라? 15년만에 뱅어가 잡혔다고? 내가 16년 만에 다시 왔는데? 그렇다면... 뱅어들이 나를 반겨준 건가? ㅋㅋㅋㅋ
애매한 시간에 뱅어전이랑 맥주를 마셨더니 배가 고프지 않아서 저녁을 건너 뛰었는데, 밤이 야심해지니 슬슬 다시 배가 고파지길래 프랑크 소세지를 데쳐서 와인이랑 같이 마시고는 잠을 청했다.
선유도의 마지막 밤. 오랜만에 다시 찾은 곳. 솔직히 말해서 기억 속의 풍경이 너무 과장되어 있긴 했지만 다시 찾은 것이 전혀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 이제는 차로 찾을 수 있는 섬이 되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테니 개발될 것이 분명한 섬. 펜션 사장님의 말씀으로도 2018년이면 차로 들어올 수 있게 될 것이고 또한 장자도항은 선유도항의 역할을 이어받아(장자도까지 차가 들어올 수 있게 되니, 이제 장자도항이 가장 먼 바다에 있는 항구가 됐다) 그 규모가 커질테니 장자도도 많이 달라질 거라고. 한 2020년 정도면 이런저런 공사들이 모두 끝나지 않겠냐는 말씀.
섬 여기저기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걸 보면서, 그리고 여기저기 주민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너무 난개발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여전히 나에게 아름다운 섬으로 남아 있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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