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하나가 제주 여행을 내려왔다가 내가 제주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일행들을 올려보내고 혼자서 제주 일정을 연기했다는 연락이 왔다. 제주 시내에 숙소도 잡아놨고, 내일은 또 다른 친구들이 내려 온다고 하니 자기를 데리러 공항으로 오란다.
부지런히 준비하고, 이틀 정도 표선의 숙소를 비울 짐을 챙겨서 길을 나섰다. 쥔장님한테는 이틀 정도 집을 비우게 된다고 말씀을 드렸다.
친구들을 서울로 떠나 보내고 혼자 공항에 남은 친구 녀석을 픽업한 다음, 아점을 먹기 위해 은희네 해장국(구글맵 링크)으로. 워낙 많은 추천을 받았던 집이기도 하고 유명한 집이기도 해서 기대가 컸다. 그리고 그 기대는 뚝배기를 받아 들자마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몇 숟갈 떠먹어 본 다음 와장창 깨졌다.
일단 너무 푸짐하다. '해장국'이잖나. 그렇다면 해장을 해야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역시 '국물'을 먹어야 해장이 된다. 헌데 이건 너무 푸짐하고 건더기가 너무 많은 데다가 당면이 국물을 쪽쪽 빨아 먹고 있어서 도대체 국물을 먹을 수가 없다. ㅠㅜ 얼마 안 되는 양이지만 국물 자체가 나쁘진 않았고, 고기의 질도 좋아서 맛 자체가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과연 해장국으로써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가? 에 대해서는 아주 큰 의문이다.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별로 끌리지 않는 스타일의 음식.
하지만 엄청 유명한 집이라는 걸 느낀 것이, 점심 시간이 되기 한참 전이었는데도 근처에 주차하는 것이 힘들 지경이었고,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회사의 지인과 만나서 인사를 했다. 뒤돌아서 생각해보니 여기는 회사 앞이 아니라 제주도 아닌가! 몇초 뒤에 빵 터질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ㅋㅋ
식사를 하고 나서 커피를 마실까? 싶은 마음을 가지고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월정-성산-표선으로 이어지는 해안 도로는 이미 달려봤으니 월정쪽으로 가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 북서쪽으로, 목적지도 설정하지 않고 달리다가 자연스럽게 차를 세운 곳은 곽지 해변(구글맵 링크). 일요일이라 사람이 매우 많긴 했지만 주차장이 워낙 넓어서 차를 세우기가 쉬웠다는 것이 이곳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해수욕장의 끝쪽, 주차장 앞에 심바 카레(구글맵 링크)라는 카페가 있어서 커피를 마시러 들어갔더니, 카레가 엄청 맛있어 보였다. 하지만 방금 식사를 하고 왔기 때문에 카레는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커피를 마시고 바다를 보면서 휴식~. 꽤 분위기가 좋은 카페였는데, 찍은 사진마다 다른 손님들의 얼굴이 너무 많이 담겨 있어서 사진은 패스.
친구 녀석이 제주도에 지인이 많다며, 제주에서 오래 지낼려면 다 알아두면 좋지 않겠냐고... 소개해준다고 그래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더니만 바로 약속이 잡혔다;;; 마침 맥파이 브루어리에서 낮술을 마시고 있는 중이라고, 합류하겠냐고 한다. 그래서 차는 어떡하냐고 했더니, 숙소에 차 놔두고 택시를 타면 된다고...
그렇게 차를 호텔 주차장에 세운 다음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맥파이 브루어리(구글맵 링크)에 방문. 제주에 도착한 이후 처음으로 날씨가 좋았던 날. 하늘색이 예술이다.
제주시내에 있는 맥파이와 이곳이 다른 점은 바로 옆에 브루어리가 있어서 견학 프로그램도 있고, 낮에만 잠깐 영업하는 곳이라는 점. 사진에 보이는 것이 브루어리다.
실내의 천장이 매우 높고 전면이 사진과 같은 격자 유리라 자연광이 엄청 잘 들어와서 분위기가 좋은 곳이었다. 실내 분위기를 찍은 사진도 있지만, 사람들 얼굴마다 스티커 붙이는 거 너무 귀찮아서;;; 실내 사진은 패스.
맥주도 신선해서 좋았지만 생각보다 음식들이 훌륭했다. 피자 종류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제주 여행을 하면서 가끔 들르는 곳인데, 갈 때마다 피자를 먹게 된다. 다른 테이블에도 대부분 피자가 놓여있는 걸 보면,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한 듯(사실 뭐 다른 안주가 특별한 게 없기도 하지만).
맥파이에서 만난, 제주에서 살고 있는 친구의 지인 가족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내가 몰트 위스키를 좋아한다는 얘기가 나왔더니만... 집에 가면 몰트가 몇 병있다면서 자리를 집으로 옮기자고 -0-
그래서 애월에 있는, 처음 만난 지인의 집을 급 방문!
마음껏 골라서 마시라면서 내다 주신 몰트 위스키들.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라프로익과 히비키를 마셨던 것 같다. 맥캘란을 마셨었나? 아, 모르겠다;;;;
2층의 베란다는 바람 때문에 좀 불편해서 1층의 마당으로 장소를 이동.
뭐랄까, 제주 생활에 대한 로망을 직접 실천하고 있는 사람의 집을 방문해보니 더욱 로망이 커지고 부러웠달까...
그렇게 어색하지만 즐거운 시간이 흘러 어느덧 저녁 약속 시간. 오늘 하루는 친구 녀석의 '지인'들을 돌아가면서 만나는 날이다. 저녁은 올댓제주(구글맵 링크)에서 다른 지인과 만나기로.
올댓제주에는 아이들을 데려올 수가 없어서 처음 방문한다는 친구 녀석의 지인분과 함께 상쾌한 오스트리아의 리슬링으로 스타트. 이날은 코스로 주문하지 않고 단품을 주문했던 것 같은데, 처음 뵙는 분 앞에서 계속 사진을 찍는 게 어색해서 사진이 별로 없다.
뭐 이런 음식들을 먹었나보다;;;; 분명히 맛있게 먹었고, 엄청 배부르게 먹었고, 술도 많이 마셨는데 사진이 없으니 명쾌하게 기억이 안 난다는 게 아쉽다. 그래서 사진을 계속 찍어둬야 하는 건데...
셋이서 배터지가 먹고 마신 다음, 가정이 있으신 지인분은 일찍 귀가하시고, 친구 녀석은 술에 취해서 호텔에 데려가 재웠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각. 이대로 호텔에서 잠들 수는 없다고 생각해 밖으로 나왔다.
이틀 동안은 제주시내에 숙소가 있으니 이참에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가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더 부즈 제주(구글맵 링크)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구글맵에 검색해도 나오고 위치를 링크까지 걸 수 있으나, 당시만해도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스피크이지바 컨셉을 철저하게 고수해서 그 어디에도 약도나 주소를 공개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손님들에게도 주소나 위치를 포스팅하지 말아 달라고 얘기하던 시절이다. 물론 나도 당시에는 그런 얘기를 들었었고.
어쨌든 전화를 걸었더니 '노형동 대신증권 뒷편'이라는 얘기를 듣고 찾아갔는데... 도저히 못 찾겠어서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근처에 계신 것 같은데... 빨간 공중전화 부스를 찾아보시라'고. 아무리 찾아봐도 없더니만, 생각보다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갔더니 위 사진과 같은 공중전화 박스를 찾을 수 있었다.
첫 잔은 카발란. 대만의 위스키라고 깔보면 큰일난다. 우리나라에선 뭐하고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중에서도 솔리스트 라인업은 대단한 퀄리티를 보여주는데, 쉐리 캐스크로 한 잔. 캬~ 좋다.
친구를 호텔에 혼자 놔두고 너무 늦게까지 마시는 게 슬쩍 미안해지는 시간인 12시 즈음. 그래서 마지막 잔으로는 CS를 하나 추천 받았다.
그러고는 다음을 기약하며(결국 다음 날 다시 찾게 되는데;;;) 아쉬운 작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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