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Places/2017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 24일차 - 제주, 폭풍우 속의 우도

zzoos 2018. 11. 9. 17:12
728x90
반응형


숙소에서 우도까지만 왔다갔다한 날이라 지도의 왼쪽이 텅 비어있어서... 유치원생 수준의 그림을 조금 같이 그려넣어 봤습니다. 앞으로 조금씩 더 그려넣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자꾸 그려보면 초등학생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되겠죠?



남자 둘이 술 마시고 뒹굴다보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질 리가 없다. 역시나 천천히 일어나서, 쥔장님의 작업실에서 직접 내려주시는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다가 11시 즈음 됐나? 차를 몰고 집을 아니 숙소를 나섰다. 이젠 표선 숙소가 정말 집 같이 편안하다. 쥔장님 부부도 너무 잘 대해주시고.


친구 녀석은 이번 제주 여행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게 하나 있다고 했다. 처음 와보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자주 올 것 같다면서 다른 관광은 다 됐고, 우도에서 스쿠터를 타고 한 바퀴 빙~ 돌아보는 것만큼은 이번에 꼭 해보고 싶다고. 마침 나도 스쿠터를 안 타보기도 했고, 우도 같이 작은 섬에서 타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O.K! 그래서 목적지는 성산포항 종합여객터미널(구글맵 링크).


아, 제주의 날씨가 변화무쌍하다는 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고, 조금은 느껴보기도 했지만... 이렇게까지 드라마틱하게 다를 수가 있는 걸까. 분명히 숙소 그러니까 표선에서는 쾌청했는데, 겨우 20분 정도의 거리인 성산에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시커멓고 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한다. 


여객터미널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시점에는 이미 우산 없이 맞기에 힘든 정도의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객선의 운항에 문제가 없는 정도. 사람들도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고 배를 타고 있었다. 우리 둘은 '아냐, 이 비는 금방 그칠 거야'라며 헛된(?) 희망을 품고 배표를 끊었다.





드디어 출발. 하늘은 뿌옇게 흐린 상황. 날씨가 변화무쌍하니까 우도에 도착하면 개일 거라고 굳게 믿고 있는 우리 둘.



드디어 우도가 보인다. 빗방울이 살짝 작아진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여객터미널 근처에서 땡땡이 우비를 팔고 있는지, 모두들 비슷한 우비를 입고 있었다.



우도의 하늘. 시커먼 색과 파란 색이 뒤엉켜 있다. 과연 우도의 날씨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도사랑 2호를 탄 줄 알았더니 우도사랑 1호였나? ... 에잇, 그게 무슨 상관인가;;;




우도 선착장에 도착해서 스윽~ 살펴보니 스쿠터 대여점들이 엄청나게 많다. 어떤 걸 어디서 빌려야 하나? 얘기를 잠깐 하다가 일단 점심부터 먹고 고민해보기로 했다. 간단하게 분식집에서 라면이나 먹고 싶었지만 그런 식당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우무깨 식당이라는 곳에서 해물 라면과 전복 라면을 시켰더니, 엄청난 비쥬얼의 라면이 두 그릇 나왔다.


뭐 솔직히 말해서 맛이 뛰어났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그냥 비싸고 먹기 엄청 귀찮은 라면이었을 뿐이다. 라면은 그냥 평범한 라면이 좋은데 ㅠㅜ



라면을 먹고 나왔더니 빗방울이 엄청나게 굵어져 있었다. 게다가 바람도 아주 세다. 그리고 번개! 내 평생 그렇게 많은 번개를 본 적이 없었다.



너무나 진기한 구경이라 동영상을 찍어봤다. 길게 찍고 나서 편집한 게 아니다. 그냥 잠깐 녹화 버튼을 눌렀을 뿐인데, 엄청난 번개들이 막 내려 꽂힌다. 정말 난생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우리 둘은 비를 맞으면서라도 스쿠터를 타자! 우도에 언제 또 오겠나! 라면서 대여점을 찾아갔다. 하지만 상황이 이런 상황이니 스쿠터 대여점에서 스쿠터를 빌려주질 않는다. 비가 내리는 것도 위험하지만 번개가 이렇게 내리치는데 전기 스쿠터를 타는 건 자살 행위라며, 굳이 뭔가를 타고 싶다면 자전거 정도는 빌려 줄 수 있단다.



약 한 시간 동안 카페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비와 번개는 잦아들기는 커녕 더욱 거세질 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과감하게 우도를 포기하기로 했다. 우도사랑 2호를 타고 우도를 빠져나오다가 바라본 하늘. 정말 하늘이 회오리쳐서 우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는 것 처럼 드라마틱한 구름이었다.



성산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표선으로 돌아가는 길, 우도에선 그렇게 쏟아지던 폭우가 겨우 5분정도 해안도로를 달리니 맑게 개어 있었다. 하지만 비가 엄청나게 내리긴 했나보다. 엄청난 양의 흙탕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도로 곳곳이 침수되어 있었다.



흙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서 바다가 온통 흙탕물. 하지만 하늘은 맑으니 뭔가 언발란스한 느낌.


표선의 숙소로 돌아오니 쥔장 아저씨께서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냐고 물어보신다. 폭우가 쏟아져서 그냥 빨리 돌아왔다고 말씀을 드리니... 표선에는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단다. 계속 이렇게 맑았다고...


하지만 사실입니다. 뉴스를 보니 시간당 50mm 이상 쏟아져서 제주 동부가 침수되는 사태가 있었단 말입니다. 심지어 네이버 메인에도 올라온 뉴스란 말입니다. -0- (뉴스 링크)




친구녀석이 돔베고기를 먹고 싶다고 해서 식당을 검색해보니 서귀포쪽에 유명한 식당이 있어서 택시를 타고 다녀오자는 계획을 짰다. 하지만 우리 둘은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방에서 뒹굴고 있다보니 만사가 다 귀찮아 지더니 결국 친구 녀석은 '해비치에도 돔베고기를 파는 식당이 있지 않을까? 여기는 제주잖아!' 라는 이론을 꺼냈다. 그래서 서귀포 대신 해비치로 목적지를 변경.


택시를 타고 해비치에 도착해서 엄청 많은 식당들을 돌아다녔지만 그 어느곳도 '돔베고기'를 팔지 않았다. 몇몇 식당은 '하루 전에 미리 예약하면' 해줄 수는 있다고 했다. 돔베고기는 전문으로 파는 식당이 아니면 취급을 안 한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생고기는 보관만 잘하면 되지만 이미 삶아버린 고기는 당일에 팔지 못하면 그대로 버려야할테니 언제 찾을지 모르는 메뉴를 항상 준비해둘 수는 없을 터였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결국 흑돼지 오겹살을 먹기로 했다. 해비치 앞의 식당들은 뭐 다 비슷비슷해 보였다. 실제로 고기도 뭐 그냥 평범한 정도. 친구도 나처럼 입이 짧아서 2인분만 먹고 나왔다.



소화를 좀 시키고 나서 2차를 가자는 생각으로 해비치 해수욕장(구글맵 링크) 주변을 산책하다가 멀리서 PADI 마크가 보이길래 가까이 가봤다. 오, 스킨스쿠버를 배울 수 있는 곳인가? 하면서 기웃기웃하다보니 선생님께서 나오신다. 그래서 간단하게 상담을 해봤다. 3일 동안 교육받으면 오픈워터 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한다. 어차피 제주 일정이 엄청나게 기니까 그동안 오픈워터 자격증을 따두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고민을 좀 해보고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나왔다. 뭐, 미리 얘기하자면, 결국 오픈워터 자격증을 땄다. ㅋㅋ



산책을 하다가 해가 저물고, 쏘주를 한잔 더해야 겠길래 찾아 들어간 횟집. 간단하게 한치 물회랑 돔지리를 주문했는데, 상차림이 예사롭지 않다. 반찬들이 맛있다. 오호, 이집 상호가 뭐였더가? 대양횟집(구글맵 링크)이로구나.



뽀얀 한치가 가득 들었고, 된장을 베이스로 했지만 고춧가루가 함께 들어가서 묘한 빛깔이 나는 한치 물회. 양도 엄청나다.



좀 작은 참돔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돔지리. 이건 정말 끝내줬다. 깊은 국물에 탱글한 도미살. 돔베고기를 먹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줄 수 있을 정도의 따끈함이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