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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 26일차 - 제주, 맥파이, 서상동 해녀의 집 본문

Travel, Places/2017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 26일차 - 제주, 맥파이, 서상동 해녀의 집

zzoos 2018.11.14 17:23


이 포스팅은 위의 지도에 써 있는 것처럼 2017년 7월 7일의 제주를 기준으로 쓴 글입니다. 내용 중에 '제주도의 버스'에 대한 얘기들이 나오는데 마찬가지로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쓴 것이라서 현재(2018년 11월)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제가 알기로 제주도의 버스 시스템은 2017년 8월에 크게 개편이 됐습니다. 하필이면 제가 여행하던 시점이 버스 개편하기 딱 한 달 전이었던 거죠.


현재의 정확한 제주 버스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제주 버스정보 시스템()'을 확인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전날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늦잠을 좀 잤다. 오늘은 낮술 약속이 있기 때문에 오전 중에 해둬야 하는 일들이 많아서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하는 상황.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건... 빨래, 설겆이 등등. 일단 먼저 세탁기에 빨래를 몰아 넣은 다음 돌려두고, 샤워를 하고, 방과 부엌을 정리했다. 그 사이 다 돌아간 빨래를 마당 빨랫줄에 걸었다. 그동안 좀 찌뿌둥한 날씨였는데 오늘은 하늘이 쾌청했기 때문에 빨래를 바짝 말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약속시간은 꽤 여유가 있었지만 제주에서 처음으로 버스를 타보는 거라서 많이 여유롭게 숙소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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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서울에서 하던 것처럼 다음 지도(아, 이제는 카카오맵인가!)를 이용해서 목적지를 넣고 버스 번호를 검색. 숙소 앞에서 버스를 타고 남원읍으로 나가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사실 이때까지는 '쉽구만!'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남원읍사무소 앞에서. 지도를 보니 가까운 곳에 버스 정류장들이 몰려 있다. 정류장 이름이 일단 다 다르니까 다음 지도에서 알려주는 정류장에서 알려주는 번호의 버스를 기다리면 된다.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도를 보고 정류장을 찾은 다음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다. 목적지를 말씀드렸더니 그쪽으로 안 간다고 하신다!


음? 뭐지? 왜지? 검색 결과는 여기서 이 버스를 타면 된다고 했는데, 기사님은 왜 안 간다고 하시지? 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와 버스 노선도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다른 버스 정류장도 살펴봤다. 다년 간 다수의 여행을 통해 획득한(?) 버스 시간표 해석하는 스킬을 총동원해서 정말이지 한참을 살펴보고 내용을 분석한 다음 깨달았다.


같은 번호의 버스라도 시간표에 따라 노선이 전혀 달라진다는 사실. (2017년 8월 이후에는 제주도 버스 시스템이 완전 개편 됐습니다.)


게다가 지인과 만나기로 한 곳은 하루에 두 번 밖에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 버스는 약 한 시간 뒤에 도착하고... 어쩔 수 없이 지인에게 연락해서 약속 장소를 변경했다. 어쨌든 지인은 차를 가지고 움직이니까 내가 최대한 북쪽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인 게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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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장소를 변경하고나서 버스를 탔다. 내릴 곳을 놓칠까봐 지도앱을 켜두고 있긴 했지만, '내가 운전하지 않는 차'를 타고 있다는 게 왠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서 창 밖을 보며 조금 다른 여행의 기분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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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차를 가지고 온 지인을 만나서 인사를 하고 찾아온 곳은 맥파이 브루어리(). 제주에서 근무하고 있는 1인, 제주에서 백수를 하고 있는 1인, 제주를 여행하고 있는 1인. 총 3명이서 오랜만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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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둘의 제주 생활을 들으며 부럽다 부럽다를 연발했고, 맥주는 시원했고, 피자는 맛있었다. 그렇게 몇 잔이나 마셨을까? 피자 말고 다른 음식도 먹었던가? 어쨌든 엉덩이가 근질근질해질 때 즈음 2차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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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친봉산장(). 두 번째 방문인데도 쥔장님이 알아봐 주신다. 오늘은 차를 가져오지 않았으니 아이리시 커피를 마셔봐야지. 헌데 메뉴에 있는 미니와인을 보니 그것도 마시고 싶네. 그래서 아이리시 커피는 지인들에게 시키라고 하고 나는 와인을 시켰다. 커피에는 아일랜드산 위스키가 1oz 그러니까 스트레이트 잔으로 한 잔 다 들어간다고 하는데, 위스키 이름은 모르는 것이었다. 아일랜드의 위스키는 제임슨과 부시밀 외에는 모른다.


한참을 수다 떨다가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 어떻게 버스를 타고 숙소까지 돌아가나?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도 지인이 숙소 앞까지 태워줬다.


숙소로 돌아와서 빨랫줄에 걸어둔 빨래들을 만져보니, 아뿔사 아직도 다 마르지 않았다. 역시 제주의 습도. 습도 얘기를 하니까 갑자기 떠오른 에피소드.


숙소에 도착한 바로 다음 날이었을 거다. 아침에 일어나서 환기를 하려고 문을 싹 열어두고 산책을 다녀왔다. 그랬더니 문이 모두 꽁꽁 닫혀 있는 거다. 그리고 쥔장 아주머니가 부리나케 달려 나오셨다. "문 다 열어놓고 나갔어요?" "네, 환기 좀 하려고요." "아이고, 절대 그러면 안돼요. 방 안에 습기가 꽉 차서 집도 상하고... 이거 봐 바닥도 쩍쩍~ 달라 붙잖아." "아, 네..." "창문 절대 열어두지 말고, 에어컨이나 제습기를 꼭 켜둬요. 그래야 습기가 안 생겨요." "네, 알겠습니다."


제주도 특히 표선의 환경을 잘 모른채 그냥 '시골에 왔으니 공기가 좋겠지, 문을 자주 열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습기와의 싸움을 하고 있었던 거다. 그날 이후 방에서 항상 에어컨을 켜거나 제습기를 켜뒀는데, 제습기를 켜둔 날은 정말이지 물통이 너무 빨리 차서 부지런히 갈아줘야 했다.


어쨌든, 다 마르지 않은 빨래들을 싹 걷어서 부엌 쪽에 건조대를 세워 다시 널었다. 그리고 건조대 앞에 제습기를 강하게 틀어뒀다.


아이고~ 오늘 낮에 멀리 돌아다니느라 수고했으니 오늘 밤은 햇반이나 데워서 젓갈 3총사랑 간단하게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깨달았다. 아, 오늘은 7월 7일이구나. 그러면... 2주년 되는 날인가?


퇴직하기 전 담당하던 프로젝트의 출시일이 2015년 7월 7일이었다. 갑자기 센치해졌다. 아, 이놈의 감정기복. 같이 고생했던 사람들과 잔을 부딪힐 순 없지만, 멀리서라도 마음으로 건배를 함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들도 어딘가에서 각자의 건배를 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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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다시 서상동 해녀의 집()을 찾았다. 성게 비빔밥과 성게 한 접시. 서비스로 주신 전과 기본찬들. 이렇게 차려두니 푸짐한 한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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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표선의 바다가 더해지니 어딘지 모르게 말랑해진 마음이 성게처럼 녹아내릴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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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런 사진을 찍어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에게 보냈다. '2주년을 멀리서나마 축하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절대로 염장질을 하려던 건 아니... 흠.. 한 10% 정도? 아니 20% 정도는 염장의 의미를 포함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들이 생각나는 밤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혼자 소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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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지고 어두워질 때까지...


여행을 하면서 나에 대한 생각을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여행을 핑계로 많은 고민을 유보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파도소리와 건배하며 홀짝인 소주 잔의 수만큼 생각이 많았던 밤. 결국은 훌훌 털고 어두운 해안도로를 따라 숙소로 돌아오면서 일단은 모든 고민들을 다시 유보했다.


아직은, 지금은...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다. 비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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