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된 가게가 있었다. 오픈 준비중인 계정이었는데 가만히 보다보니 사케나 소주에 엄청 관심이 많으신 분이 자그마치 삼전동(그러니까 집에서 가까운 곳)에 소주바(참이슬이나 처음처럼 얘기가 아니라 일본의 소주, 이후 본 포스팅에서 언급하는 소주는 모두 일본 소주를 뜻함)를 오픈하신다는 거다. 그래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가게 오픈하고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방문했다.
가게의 외관은 아주 특별하진 않다. 하지만 동네가 동네인지라 좀 튄다. 그리고 규모는 테이블 없이 바에만 11석 정도. 예약은 따로 받지 않지만 금방 도착할 수 있을 때 인스타 DM으로 연락을 드리면 편의를 봐주시기도 한다. 그리고 4인 이상은 전체 대관이 아닌 이상 받지 않으신다고.
메뉴판을 찍어두진 않았는데 니혼슈, 소주, 위스키, 와인 등 다양한 주류를 섭섭하지 않게 구비하고 있다. 특히 소주바답게 소주의 리스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소주 한 잔의 가격은 대략 0.7-1만원 정도. 일본에서 5-800엔 정도에 마시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납득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소주바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음식의 수준이 상당하다. 역시나 이쪽 메뉴판도 찍어두지는 않았는데, 정말 간단한 안주거리로는 타코 대신 소라를 사용해서 와사비와 무쳐낸 소라 와사비라던가 생 오이를 소스에 무쳐낸 오이 타다키 같은 것들을 비롯해서 명란 오차즈케, 테바사키 등등 많은 종류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이자카야에서 볼 수는 없던 일본 음식들을 준비해준다. 특히 자신있어 하는 건 쿠시카츠, 그러니까 꼬치 튀김. 실제로 '가격이 좀 쎈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5종 꼬치 튀김을 주문해봤는데, 단순한 튀김이 아니라 말 그대로 '요리'가 나와서 깜놀. 그리고 그 수준도 꽤 높아서 깜짝 놀랐었다. 하지만 이후 혼자 늦은 밤에 찾아갈 때는 역시 소라 와사비나 오이 타다키가 간단해서 주로 그런 걸 먹었다.
가게 안에는 작은 TV 하나와 GENEVA의 소형 스피커가 있는데, 거기서는 계속 아재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올드 J-POP과 POP이 흘러나온다. 계속 듣다보면 신청곡을 하고 싶어지는데, 가게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으니 신청곡은 자제했다. 그냥 은근슬쩍 좋아하는 가수들을 알려드리는 정도.
일반적인 경우 바에 도착하면 첫번 째로 주문하는 것이 하이볼이라 기본적인 하이볼을 주문하면서 어떤 위스키를 사용하시는 여쭤보니 처음 보는 일본 위스키. 탄산수는 어떤 것을 쓰시는지 여쭤보니 트레비. 사실 트레비를 쓰신다기에 조금 실망을 하긴 했는데(개인적인 취향은 최소한 캐나다 드라이의 클럽 소다...), 막상 하이볼을 마셔보니 꽤나 맛있어서 그 비율이 궁금해졌었다.
아마도 처음 방문했을 때 추천을 받아서 마셨던 소주들. 타이메이나 킨타로 같이 구수한 스타일의 보리 소주를 좋아한다고 말씀 드렸었다. 추천받은 술들은 다 너무 마음에 들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제는 맛이 기억이 안난다.
그래서 그냥 마셨던 술들을 쭉~~~ 나열만 해봤다. 그중에서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것을 꼽아 보자면...
레이블에 여성의 얼굴이 그려진 좌측 맨 아래에 있는 두 병. 하나는 옛애인, 하나는 현애인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어있는 고구마 소주인데, 재밌는 것은 '현재' 쪽은 맛이나 향이 대단히 요즘 스타일로 세련돼서 위스키와 비슷한 느낌이라면 '과거' 쪽은 맛이나 향이 꽤나 고풍스러워서 구수한 향을 뿜어내는 스타일이라는 점. 개인적으로는 '과거' 쪽이 좋았고, 마셔본 분들의 반응도 대부분 그랬다고 한다. 어쨌든 비교해서 마셔보는 재미가 있는 소주.
그리고 맨 아랫줄의 가운데에 있는 소주는 레이블만 마음에 드는 게 아니라 그 맛도 탁월하게 마음에 들었다. 아마 이 가게를 다시 찾는다면 맨 먼저 주문하고 싶은 소주. 헌데, 이렇게 강한 인상만 남아있고 맛은 잘 기억이 안 난다;;; 그래서 다시 찾으면 가장 먼저 시켜보고 싶은 소주다. -0-
소주를 간판으로 내세운 곳이긴 하지만 백바에는 적지않은 일본 위스키를 구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꽤 괜찮은 와인 리스트도 보유하고 있다. 백바에 하큐슈가 보이길래 하큐슈 하이볼을 부탁해서 마시기도 하고 소비뇽 블랑이 마시고 싶을 때는 잔으로 한 잔 마실 수도 있어 좋았다.
최근에 방문했을 때 위스키를 한 잔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이와이 위스키의 '우메슈 캐스크'를 추천해줬다.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깔끔한 느낌이라 임팩트가 강하진 않았지만 쉐리 캐스트와는 또 다른 우메슈 캐스크만의 특이한 단맛이 재밌는 경험이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자주 방문하게 될 것 같은 가게임에는 틀림없다. 단점이라면 역시 많은 사람이 함께 갈 수 없고, 번화가에서 좀 먼 편이라 정말 사케나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같이 가기 힘든 곳이라는 점.
주소 : 서울특별시 송파구 삼전동 6-8 (구글맵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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