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차와 28일차는 푹~ 쉬어가는 날들이라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틀을 한 번에 포스팅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광동식당(↗)은 꽤 마음에 들었던 식당이라 별도로 포스팅을 해볼까 했는데, 그러면 이 포스팅에 넣을 사진이 없어서 ㅠㅜ 그냥 여기에 다 몰아서 써봅니다.
어느덧 서울을 출발한지 3주가 훌쩍 넘어 4주를 채우고있는 시점. 제주에 들어온지도 열흘이 지났다. 반가운 제주 지인들도 만나고, 서울에서 친구들도 다녀갔다. 열흘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할까. 이제 슬슬 여유롭게 푹 쉬고 싶어서 특별히 돌아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마냥 빈둥대고 있었던 건 아니고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바로 스킨스쿠버다이빙!
해수욕장이나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스노클링은 매우 좋아한다. 처음 세부에서 스노클링을 할 때, 물 위에 동동 떠서 바닷속을 구경하고 있는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물 속에서 바닥을 구경하며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손짓으로 따라 들어오라고 하는데... 뭔가 약올랐다. 그들의 등에는 공기통이 있었으니까.
그러고나서 휴가 때마다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알아보곤 했다. 필리핀이 싸다더라 태국이 싸다더라 등등 정보를 알아보다가 결국은 실행하지 못하고 울릉도나 교토로 행선지를 바꾸곤 했다.
며칠 전 표선에서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다이빙 샵에서 상담을 받았고, 어제 전화로 수업을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냐고 여쭤보니 언제든지 오라고 하셔서 바로 오늘! 10시부터 시작이다.
샵에 도착하니 벌써 2인분의 장비를 준비해두셨다. 인사를 하고, 이론 교육을 간단하게 마치고는 바로 장비를 짊어지고 표선의 바다로 나갔다.
처음엔 공기통을 메지 않고 스킨 다이빙을 연습했다. 약 5m 정도의 수심이었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두세 번의 연습 끝에 바닥까지 내려갔다 올라오기에 성공. 아마 허리에 차고 있는 무게추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훨씬 어려웠을 듯.
다음으로 본격적인 수중 호흡 연습은 훨씬 낮은 해비치 해수욕장 쪽의 바다로 이동. 1m 정도의 수심에서 각종 장비들의 사용법을 익혔다.
사실 오픈워터 자격증의 교육 과정에는 '제한수역'이라고 해서 실내 수영장 같이 안전한 곳에서 기본적인 과정을 마치고 실제 바다로 들어가도록 되어 있는데, 강사의 판단 하에 안전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런 면에서 해비치 해수욕장은 제한수역 과정을 진행하기에 엄청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다. 물이 맑고, 한참을 걸어 나가도 수심이 깊어지지 않을 정도라 파도마저 엄청 잔잔해서 안전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5m 이상의 수심이 필요할 때는 살짝만 옆으로 돌아 나가면 수심 깊은 곳이 있어서 교육 내내 정말 편했다.
어쨌든 첫날 교육과정을 마치고 나서 든 생각은, '숨쉬는 게 제일 어렵다'는 것이었다. 숨을 쉴 수가 없다는 뜻은 아니고 '어색하다'는 말인데, 호흡기를 입에 물고, 코는 막은 채 입으로만 숨을 쉬는 게 어색하기도 했고 편안하지 않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공기통은 훠~~~얼씬 무거워서 그걸 메면 제대로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뭐, 결국 요령이 생기긴 했지만.
그렇게 1일차 교육을 마치고 나서 선생님이 같이 식사하자고 하셔서 다이빙 샵 옆에 있는, 사실은 선생님 내외분이 운영하시는 탐라간장게장(↗)으로 들어갔다. 마침 직원 식사 시간이라 메뉴에는 없는 비빔국수를 함께 먹었는데, 제주 여행 내내 먹은 음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 중의 하나였다!
배가 고파서 더 맛있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닌 것 같았다. 사모님의 요리 실력이 상당하신 듯. 다른 메뉴들을 제대로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메뉴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제주에서 난다는 '황게'를 이용한 간장게장과 오겹살 그리고 해물 뚝배기가 주력이신 듯.
식사를 마치고 [PADI open water diver manual]을 받아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긴장해서일까? 오랜만의 휴식이라서일까? 책을 읽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저녁은 다시 다이빙 샵으로~ 교육 첫날이니 서로 인사도 할 겸 쏘주 한잔하면서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하셨으니 술을 좀 마셔야 하는 상황이라 표선 콜택시를 불렀다. 식사를 한 곳은 점심을 먹었던 바로 그곳. 탐라간장게장(↗). 메뉴는 제주 오겹살! 선생님과 호형호제를 하기로 하면서 쏘주를 쭉쭉~ 마셨다.
1차를 마치고 나니, 같은 건물 3층에 있는 웨이브라는 수제버거집. 햄버거도 매우 궁금했으나 오겹살을 너무 거하게 먹어서 간단하게 감자튀김을 시켜서 맥주를 마시고 있자니 서비스로 수제 베이컨을 조금 내주셨다. 오~ 베이컨이 두툼한데 불맛이 확 올라오면서 짭짤한 그 맛이 정말 일품.
다음 날도 다이빙을 해야하니 과음을 하지는 말자고 결의(?)하고 이쯤에서 숙소로 돌아가 하루를 정리했다.
다음 날, 그러니까 전국일주 28일차이자 제주에서 11일째 되는 날. 아침부터 준비해서 샵으로~ 이제 이 정도의 거리는 네비게이션을 켜지 않아도 왕복할 수 있다.
샵에 도착해서 선생님이랑 같이 장비를 준비하고, 차에 싣고, 바다로~
겨우 하루 다이빙했을 뿐인데, 오늘은 물속이 훨씬 편안하다. 어제 느꼈던 그 '어색함'이 거짓말처럼 많이 사라졌다. 숨쉬는 것도 훨씬 편해졌고, 공기통을 메고 걷는 것도 익숙해졌다. 긴급 상황을 대비해 물 속에서 장비를 벗었다가 다시 입어본다거나 다른 사람의 레귤레이터(호흡기)로 비상 호흡을 하는 등의 교육도 받았다.
그리고 사실상 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그리고 가장 어려운 호버링(수중에서 균형 잡으면서 잠수 깊이 유지하기)에 대한 교육을 받았는데, 정말 어려웠다. BCD(다이빙할 때 입는 조끼 같은 것. 각종 장비들이 모두 여기에 연결된다)에 공기를 넣었다 빼는 걸로 잠수 깊이를 유지하는 줄 알았더니 폐에 공기를 얼마나 넣고 있느냐에 따라 수중에서의 운신이 엄청나게 차이난다는 게 신기했다. 하지만 호버링은 배우자마자 익숙해지진 않았다. 선생님과 함께 조금 깊은 곳으로 다이빙을 해봤는데, 자꾸 몸이 떠오르는 바람에 선생님 손을 꼭 잡고 돌아다녀야 했다.
교육을 마치고서 또 얻어 먹는 게 죄송해서 약속이 있다고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라 근처 식당을 찾아보니 돼지 두루치기를 하는 가게가 있길래 네비에 목적지를 넣고 출발!
숙소에서 산길을 달려 10분 정도의 거리. 도저히 식당 같은 건 없을 것 같은 동네에서 광동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은 특이하게 사람 수대로 계산을 하고 나면 두루치기는 알아서 맘껏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물론 나는 입이 짧기 때문에 '무제한'이라는 것에 끌려서 이곳에 온 건 아니었지만.
처음에 주신 고기그릇(?)에서 먹을만큼 고기를 덜어 불판에 올려두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엄청 맛있을 것 같은 야채와 양념을 내주신다.
야채들을 불판에 올려 고기와 함께 볶는데, 엄청 맛있는 냄새가!
사실 점심을 이곳에서 먹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반찬들이 맛있다는 글을 봤기 때문이었다. 종류가 다양하진 않았지만 반찬들은 정말 맛있었고, 깻잎과 함께 콩잎을 주시는 것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특히 별것 아닌 것 처럼 보이는 저 국이 엄청 맛있었던 기억.
돼지 두루치기라는 게 결국 제육볶음과 비슷한 것이라 맛 없기도 쉽지 않은 메뉴. 그런 면에서 광동식당은 밑반찬이 맛있고 시골 할머니가 끓여주신 것 같은 맑은 된장 콩나물국이 매력. 거기에 콩잎이 화룡점정인 집이다. 추천할 수 있을만한 집.
매콤하고 빨간 음식을 잔뜩 먹고 나니 입가심을 하고 싶어서 표선에서 제주시로 넘어가는 큰길가에 있는 허브올레(↗)라는 카페로. 그곳 마당에 있던 커다란 나무. 여기서 한 두 시간 정도 허브차를 마시면서 여행 중간의 일기와 메모들을 정리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갈까? 하다가 로션이 다 떨어진 것이 생각나서 검색을 해보니 내가 사용하던 로션은 제주에서 구하기 힘들 것 같아서 올리브영이니 아리따움이니 뭐 이런 가게를 찾아보니 제일 가까운 곳이 서귀포 시내 ㅠㅜ
네비에 주소를 입력하고 찾아가니 가게는 금방 찾을 수 있었지만 도저히 주차할 곳을 찾을 수가 없어서 주변을 빙빙 돌다보니 공용 주차장을 발견했다. 하아, 제주 역시 시내에서는 주차가 문제다.
숙소에 돌아왔더니 어느덧 저녁시간. 이거저거 준비하기가 귀찮아서 햇반을 데우고, 라면을 끓여서 간단하게 상을 차... 리려 했는데, 숙소 사모님이 주신 야채도 남아있고, 안주로 사왔던 미역도 남아있고, 괜히 스팸과 참치까지 꺼내서 엄청 거한 상이 차려졌다.
이거 먹고 배가 엄청 불러서 뒹굴거리다가 그래도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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