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픈워터 교육의 마지막 날(3일차).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한 다음 이미 익숙해진 길이니 네비따위는 켜지 않고, 해비치에 있는 샵으로~
겨우 세 번째 입수인데도 불구하고 어느덧 물에 익숙해졌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조금 고난이도의 훈련을 받았다. 물 속에서 수경을 벗고 눈을 뜬 다음 수영을 한다거나, 공기가 바닥났을 때 어떤 기분인지 경험하기 위해 물 속에서 공기통을 잠그는 등의 훈련. 그리고 어제는 간단한 설명으로만 배웠던 호버링을 본격적으로 연습했다.
솔직히 물 속에서 눈을 뜨는 걸 엄청 무서워했는데, 막상 해보니 눈 앞이 좀 뿌옇게 보일 뿐 전혀 눈이 아프지 않아서 오히려 깜짝 놀랐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역시나 호버링이었는데, 공기통 다 쓸 때까지 물 속에서 혼자 연습을 해보니 BCD를 사용하지 않고 폐에 공기를 넣고 빼는 것으로 미세한 깊이를 조절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물론 익숙해진 것은 아니겠지만.
교육을 마쳤으니 이제 펀다이빙을 한 번 나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너무너무 나가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럼 내일 범섬 쪽으로 스케쥴을 잡아 보시겠단다. 그러니 오늘 너무 술 많이 마시지 말라고 ㅋㅋㅋ
교육을 모두 마치고 점심식사는 역시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탐라 간장게장(↗). 매번 얻어먹기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런 거 신경쓰지 말라면서 그냥 편하게 먹으라고 ㅋㅋ
오늘의 메뉴는 해물뚝배기. 사실 그다지 좋아하는 음식은 아닌데(건더기 건져 먹는 게 귀찮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사모님 음식 솜씨가 분명히 좋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이런저런 정비를 좀 하고(일정이 긴 여행에서는 빨래, 설겆이, 청소 등도 일정이다), 뒹굴며 잠들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제주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가게일로 바빴는데 짬이 생겼다며 같이 밥 먹자고 그래서 며칠 전 먹으려다 실패했던 돔베고기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제주한면가(↗)에서 만나자고 한다.
조천읍쪽이라 숙소에서 가까운 것은 아니었지만 설렁설렁 운전해서 찾아가보니 외진 시골길에 아주 깔끔한 건물 발견.
외부와 마찬가지로 내부도 아주 깔끔하다. 제주에서 꽤 유명한(?) 외식사업 하는 분이 신경써서 오픈한 지 얼마 안 됐다고 했던 듯.
일단 돔베고기를 주문. 보기에는 막 썰어낸 것처럼 보이지만 맛이 아주 깔끔하다. 그렇다고 해서 살코기만으로 퍽퍽하진 않고 기름과 살코기의 밸런스도 좋다. 사진에는 고기가 많이 말라 보이지만 실제로는 촉촉한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에서 돔베고기를 처음 먹어보는 입장에서는 조금은 거칠더라도 할머니가 삶아주신 느낌의 고기도 먹어보고 싶긴 했다.
보말 비빔국수. 면과 채소의 양 그리고 양념장 등등 빠지는 것이 없는 맛있는 국수였는데, 굳이 '보말'을 썼어야 했는지가 의문. 혹시 양념장에 보말 육수를 사용했다면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나의 미각이 문제. 어쨌든 보말과 국수가 따로 놀아서 조금은 섭섭했던 국수다. 다시 말하지만 맛이 없다는 얘기는 아님.
사실 난 제주의 고기국수를 평가하면 안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돼지 육수에 국수를 만다고 생각하면 일단 돈코츠 라멘부터 떠올리는 사람인데다가, 그 돈코츠 라멘의 취향마저도 너무 확실해서 걸쭉한 국물이 살짝 덜익은 아주 얇은 면에 후루룩 끌려 올라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고기국수를 먹을 때도 자꾸 하카다의 라멘과 비교하게 된다. 그래서 한 번도 고기국수를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다. ㅠㅜ
이곳의 국수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역시나 너무 깔끔했다. 국물 자체도 면도 나쁘진 않은데 '이런 걸 고기국수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싶은 정도로 일반적인 제주의 고기국수와도 달랐다.
전반적으로 분위기도 깔끔하고 음식들도 크게 흠잡을 곳이 없어서 추천할만한 식당이긴 하지만 좀더 '찐한' 제주의 향토적인 맛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다.
조금 이른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쏘주를 한잔 하고 싶어져서 일단 가져간 차를 처리해야 했다. 그래서 제주시에 사는 친구를 데리고 표선까지 와서(돌아가는 택시비만 3만원 ㅠㅜ) 숙소에 차를 세워두고 서상동 해녀의 집(↗)을 찾았다. 이젠 해녀의 집 아저씨가 아주 반갑게 웃으며 맞아 주신다. 단골이 된 느낌.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해물 한 접시를 시켜놓고 한라산을 마시고 있자니 같이 간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한다.
"제주에 살고 있는 나보다 오빠가 더 제주를 느끼고 있구나. 이런 게 진짜 제주지! 여기 진짜 보물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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