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Places/2017 초보의 자동차 전국 일주

40일 차, 아니 에필로그 - 많이 늦은 전국 여행 총정리

zzoos 2019. 4. 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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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 39일. 계획과는 많이 달라진 여행

 

40일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39일 동안의 여행이 끝났습니다. 출발할 때 세부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진 않았어요.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자는 게 애초의 목표였으니까요. 그래도 대충 일주일이면 서해를 따라 내려가고, 제주에서 일주일쯤 있다가 남해를 따라 일주일 그리고 동해를 따라 일주일. 거기에 내륙으로 가끔 들어갔다 나오면 대충 한 달에서 4~5일 정도 늘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는 서해를 따라 내려가다가 이 섬도 가보고 저 섬도 가보느라 2주가 넘는 시간이 걸렸고, 제주에서만 3주 가까이 머무르느라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다 써버렸네요. 결국 급하게 목포에서 부산까지 하루 만에 달려가고, 부산에서 강릉까지 하루 만에 올라와버렸습니다. 결국 '자동차가 달린 궤적'만으로는 전국 여행 비슷하게 됐네요.

 

아마 서해를 따라 내려갔던 속도로 남해와 동해 방면을 계속 여행했다면 총 여행 기간은 두 달을 훌쩍 넘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9일이나 되는 시간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지역은 나중에 보충수업처럼 따로 시간을 내서 여행하긴 했어요. 생각하고 있던 구간 중 아직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코스는 7번 국도를 따라 천천히 동해 바다를 둘러보는 여행 정도.

 

:: 총 운전 거리 4,234km

 

  • 총 운전 거리 : 약 4,234km
  • 총 사용 기름양 : 약 280~350리터 (평균 연비 12~15km/ℓ로 계산)
  • 총 사용 기름값 : 약 50~60만 원 (리터당 1,500원으로 계산)
  • 총 톨게이트 비용 : 약 5만 원

 

39일 동안 '운전'한 거리는 대략 4천 킬로미터가 좀 넘더군요. 하루에 약 100 킬로미터씩 운전한 셈입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닙니다. 여행 내내 GPS 트래킹을 했는데, 그 기록으로 나중에 계산한 거라 오차가 있을 수 있거든요.

 

일단 거리가 나오니까 기름값도 계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대충 역산을 해봤습니다. 여행 내내 가계부(여행계부?)를 써두었다면 쉽게 합산할 수 있었겠지만 그런 귀찮은(!!) 일은 하지 않았어요. 대충 휘발유를 1리터 당 1,500원으로 계산하고, 타고 다녔던 차의 평균 연비를 리터당 12~15킬로 미터라고 보면 약 280~350리터의 휘발유가 필요했겠군요. 그렇다면 총 연료 비용은 약 42만 원 정도가 됩니다. 돌려줄 때 만땅(?) 채워서 돌려줘야 하고 연비 계산은 오차가 꽤 클 것 같은 계산이니, 대략 50~60만 원 정도의 기름값을 썼겠네요.

 

 

서울로 돌아올 때를 제외하고는 고속도로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톨게이트 비용은 5만 원 이내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정이 여유로운 여행인 데다가 운전 연습 겸 드라이브 같은 여행이었기에 매일 국도를 이용했죠. 특히 평일 오전에 국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말 그대로 전/후방 시야 안에 달리는 차가 오로지 나 혼자인 경험을 매우 자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흔히들 '국도'라고 말하면 논과 밭 사이 또는 산길을 떠올리기 마련이겠지만 사실 그런 길들은 대부분 지방도(표지판에서 노란 네모 안에 서너 자리 숫자로 도로 표시된 길)입니다. 국도는 고속도로처럼 잘 닦인 길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래서 한가한 시골길 드라이브를 원할 때는 일부러 지방도까지 빠져나가야 했죠.

 

 

아, 갑자기 TMI를 하나 투척하자면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는 모두 '숫자'로 표시하잖아요? 예를 들어 1번 고속도로는 경부 고속도로이고, 60번 고속도로는 서울양양 고속도로입니다. 고성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도 유명하죠. 여기서 이 '숫자'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간단하게만 알아도 자신의 주행 방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짝수'는 '가로(동서)' 방향으로 달리는 길이고 '홀수'는 '세로(남북)' 방향으로 달리는 길이거든요. 위에서 예를 들었던 1번 고속도로는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죠? 남북 방향을 연결하는 도로라서 홀수인 거죠. 서울과 양양은 동서 방향으로 연결해야 하니까 짝수 번호를 써서 60번 고속도로가 됩니다. 7번 국도도 이제 짐작하실 수 있겠죠? 고성과 부산은 남북 방향으로 이어져있으니 홀수 번호를 써야 하니까 7번인 거죠. (하지만 저도 짝/홀수의 의미는 알지만 숫자 자체의 의미는 모릅니다 ㅠㅜ)

 

:: 38일의 숙박. 총 19개의 숙소

 

 

  • 총 이용 숙소의 개수 : 19개
  • 이용 숙소의 종류 : 호텔 3개, 모텔 5개, 펜션 7개, 별채 가정집/오피스텔(에어비앤비) 5개
  • 평균 숙박 비용 : 약 5만 원 (예상 총 숙박 비용 200만 원)
  • 최고가 숙박지 : 라마다 군산호텔 10.5만 원 / 1박
  • 최장기 숙박지 : 제주도 표선 14박 55만 원

 

39일 동안 여행을 했으니 총 38일의 밤을 보낸 셈입니다. 숙소를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예약보다는 주로 모바일 앱을 이용했는데요. 여기어때, 에어비앤비, 호텔스닷컴을 주로 쓰게 되더군요. 가까운 모텔을 찾을 때는 여기어때, 냉장고나 세탁기 등을 갖춘 숙소가 필요할 때는 에어비앤비, 비싸지만 편한 방에서 푹 쉬고 싶을 때는 호텔스닷컴을 썼습니다.

 

숙소를 정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숙소의 위치를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술을 좋아하다 보니 저녁을 먹을 때 반주를 해야 하는데, 술을 마시려면 차를 가지고 움직일 수가 없으니 숙소와 저녁을 먹을 식당이 가까워야 하는 거죠. 그나마 도심지에서는 택시를 이용할 수가 있지만 아무래도 여행 중이다 보니 외진 곳에서 묵게 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맛집' 보다는 '숙소 근처에 있는 집'에서 술을 마신 경우가 많았네요. 아쉬운 점 중의 하나입니다.

 

가장 길게 묵었던 숙소는 제주도의 표선에 있는 곳이었습니다. 14박을 예약하고 중간에 친구들과 함께 다른 숙소에서 이틀을 지내는 바람에 실제로 '잠'을 잔 것은 12박이었습니다. 어쨌든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14박을 예약했고 수수료 포함해서 약 55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평균 1박에 4만 원 꼴이었네요.

 

 

가장 비싼 숙소는 군산의 라마다 호텔이었습니다. 총 2박을 묵었는데 1박에 9만 원 선이었고 조식 1.5만 원을 추가했었죠. 하지만 그동안 다른 여행을 하면서 쌓인 호텔스닷컴의 무료 1박 쿠폰을 이용해서 2박 합계 12만 원 정도를 사용했습니다. 혼자 여행하면서 너무 비싼 숙소를 쓰는 게 아닌가 싶지만, 긴 여행을 하다 보면 중간중간 좋은 숙소에서 푹 쉬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군산에 도착한 날엔 급성 위궤양으로 거의 쓰러지다시피 한 상태였기에 더욱 좋은 숙소가 필요했었죠.

 

평균적으로 1박에 약 5만 원 정도를 썼습니다. 펜션, 모텔, 호텔, 에어비앤비,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곳을 이용했지만 비수기 평일이라 특별히 비싼 숙소는 없더군요. 그리고 예약 상황도 엄청 널널해서 미리미리 숙소를 예약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다만 주말에는 조금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요, 목요일에는 금/토요일의 숙소를 미리 찾아두거나 미리 예약해두었습니다.

 

:: 차를 가지고 섬에 들어가다

 

 

  • 들렀던 모든 섬 목록 : 강화도/교동도, 영종도, 대부도/선재도/영흥도, 안면도,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대장도, 제주도/우도
  • 숙박했던 섬 목록 : 강화도, 선재도, 안면도, 대장도, 제주도
  • 교동도 특이사항 : 출입할 때 인적사항을 적어야 함. 숙박하려면 별도의 신고가 필요한 듯
  • 고군산군도(선유/장자/대장도) 특이사항 : 섬 내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용 차량이 어디까지 출입 가능한지 확인 필요
  • 제주도 왕복 비용 : 차량 127,000원 + 1인실 58,700원 = 185,700원 x2 (왕복) = 371,400원

 

워낙 섬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섬 여행을 다니곤 했었는데, 전국 여행을 계획하면서 '섬'을 코스에 넣어두진 않았습니다. 뭐 어차피 특별한 계획이 없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막상 핸들을 잡고 서해를 따라 달리다가 지도를 보니 바로 옆에 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겁니다. 가보고 싶었던 곳도 있고, 예전에 가봤던 곳도 있고... 굳이 배를 타지 않아도 갈 수 있는 섬들이 많다 보니 핸들이 그쪽으로 돌아가더군요. 아, 사실 영종도는 길을 잘못 들어서 들어갔다 나온 것이긴 하지만.

 

 

특히 고군산군도는 약 15년 만에 다시 방문하는 설렘이 있었던 곳이었는데, 예전에는 군산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이번에는 새만금 방조제를 통해 차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었죠. 하지만 섬 내의 공사가 모두 끝나지 않아서 막상 선유/장자/대장도까지 운전을 할 순 없었고 무녀도에 차를 세운 다음 도민의 차량을 통해 들어가야 했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모든 도로가 개통되어 장자도까지는 들어갈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대장도까지는 잘 모르겠고요.

 

 

제주도는 일부러 길게 묵으려고 생각했던 곳이었습니다. 여행을 자주 다니면서도 제주도는 그리 많이 가보지 못한 곳이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작정하고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려고 계획했고, 생각보다 그 한가로움이 좋아서 계획보다 5일 정도 더 묵는 바람에 전체 여행의 스케줄이 꼬여버렸지만, 뭐 그런 게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해요.

 

약 10년 전에 친구화 함께 차를 가지고 남해안 일주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코스를 다시 밟아보려는 계획은 결국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여수-남해-통영을 잇는 남해안의 예쁜 도로들을 달리는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이것도 이번 여행의 아쉬운 점 중의 하나입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식당은 서상동 해녀식당

 

 

  • 서상동 해녀식당 : 제주 표선, 전복죽, 해물모듬, 성수기 3개월만 잠깐 운영
  • 홍흥집 : 홍성 시장, 돼지 내장탕, B동 4호를 찾아가야 함
  • 승일식당 : 담양, 구워서 나오는 돼지갈비
  • 대명관 : 목포, 꼬리곰탕, 여행 중 두 번 방문
  • 명물식당 : 제주 라마다프라자 주변, 객주리(쥐치)조림, 성게 미역국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이자 저에게도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다음 챕터에서! ㅋ) 것은 역시나 음식입니다. 어떤 식당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지 결정하는 것은 꽤나 설레는 일이고, 마음에 드는 음식을 만나면 그 도시, 그 여행 자체가 사랑스러워지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총 39일의 여행 중에서 마음에 쏙 든 식당을 다섯 개 꼽아봤습니다.

 

우선 서상동 해녀식당은 별생각 없이 잡았던 표선의 숙소 근처에 있던 식당입니다. 숙소가 너무 외져서 근처에 밥 먹을 곳도 없겠네, 큰일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주인 아저씨한테 주변 식당을 여쭤 보니 아주 강하게 추천해주시더라고요. 표선 해녀회에서 성수기 3개월만 반짝 오픈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해녀 탈의실 바로 옆에 커다란 천막을 세우고 영업을 하시는데, 당연히 해녀들이 직접 잡아온 신선한 해물을 사용합니다.

 

제주에 꽤 오래 머물면서 이 식당에서 전복죽, 성게 미역국, 성게비빔밥, 해물모듬 등등 거의 대부분의 메뉴를 먹어봤는데 어느 하나 맛있지 않은 것이 없고 신선한 재료와 음식 맛에 더해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표선의 바다를 마음껏 바라볼 수 있는 위치까지 더해져서 이번 여행을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식당입니다.

 

 

홍흥집은 홍성의 바에서 만난 분께서 다음 날 해장을 위해 추천해주신 집이었는데, 돼지내장탕이라는 이름에서부터 비린내가 폴폴 풍기는 음식을 너무나 깔끔하고 시원하게 끓여주는 집이었습니다.

 

유명한 TV 프로그램에 소개된 집은 잘 추천하는 편이 아닌데 담양의 승일식당은 너무 맛있게 먹어서 소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식대첩에 나왔던 분이 하시는 식당이라고 하는데 돼지갈비의 가격도 좋고 양도 푸짐하게 주셔서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너무 맛있어서 마음에 들었던 곳입니다. 물론 직접 불판에서 굽지 않아도 되기에 편하다는 점도 한몫.

 

 

대명관은 이번 여행에서 발견한 집은 아니고 목포 토박이 친구가 소개해줘서 예전부터 다니던 집입니다. 이번 여행에서 목포는 제주를 왕복하기 위해 배를 타고 내리는 곳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목포에 도착할 때마다 체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라 이곳에서 꼬리곰탕을 한 그릇 먹고 몸을 따뜻하게 덥혀서 힘을 내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별 기대 없이 찾아갔던 명물 식당에서 객주리(쥐치) 조림을 먹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쥐치 살의 탱글함과 꽤 자극적이면서 살짝 달큰한 양념의 조화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거든요. 이후에도 제주를 여행할 때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찾는 식당이기도 합니다. 공항에서 꽤 가까운 곳이거든요.

 

여행의 기간이 꽤 길었기 때문에 들렀던 식당도 많았고, 맛있었던 음식도 많았는데 딱 5개만 소개하자니 아쉬워서 괜찮았던 식당들을 아래에 조금 더 리스팅 해봤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바는 홍성의 발렌타인, 가장 많이 방문한 바는 더부즈 제주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해보자면... 저는 여행을 계획하거나 여행하는 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사실 여행의 목적지를 정하거나 숙소를 정하는 등 여행의 모든 것은 '이것'을 위해 이루어진다고 해도 빈말이 아닐 정도인데요.

 

그것은 바로 '음주'. 어느 지역에 어떤 술이 있는지, 이러저러한 맛있는 음식이 있으니 그걸 안주로 술을 마시면 얼마나 맛있을까, 저녁을 먹고 나서 2차부터는 어디에서 뭘 마셔야 하지? 등등 여행의 코스를 술 때문에 결정하고 변경할 만큼 저에게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근처에 괜찮은 '바(Bar)'가 있다면 코스를 그쪽으로 돌리곤 했는데, 그렇게 방문한 도시가 홍성이었습니다. 사실 홍성 한우가 유명한 것도 모른 채 특이한 바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목적지를 급 변경했습니다. 위치도 잘 모르고 전화번호도 공개가 되어 있지 않아 힘들게 방문했던 발렌타인이라는 바는 말 그대로 독특한 곳이었는데, 사실상 마실 수 있는 위스키의 종류가 다양하진 않았지만 마치 박물관처럼 엄청난 컬렉션의 위스키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가장 많이 방문했던 바는 역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제주에 있네요. 한남동에 있는 더 부즈의 제주도 버전인 더 부즈 제주는 제주도에서도 이 정도 퀄리티의 바를 만날 수 있구나! 하고 놀랐던 곳입니다. 처음 방문했던 날은 입구를 찾지 못해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함께 방문할 때는 입구를 찾아보라며 장난을 치기도 했죠. 제주시에서 술을 마실 때는 마지막에 꼭 들렀던 곳.

 

그 외에도 전주의 진주도가와 차가운 새벽, 광주의 마징가, 부산의 심야술집 각 등등 여행에서 들렀던 바들도 리스팅 해봤습니다. 바만 정리하면 술꾼처럼 보일까 봐 아침에 들러 모닝커피를 마셨던 카페들도 같이 리스팅 해놨습니다.

 

 

 

:: 날이 너무 더울 때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으로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많이 들르게 됩니다. 전시 관람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덥거나 추울 때 '항상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곳에서 두 시간 가량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몰랐거나 잊고 있던 내용을 공부(?)하기도 하고, 미술관을 관람하면서 감성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죠. 특히 부여 박물관에 들렀을 때 전시를 보다가 기분이 너무 좋아져서 다음 목적지를 바로 공주 박물관으로 잡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그 '건물' 자체가 매력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아무래도 상업용이나 주거용 건물보다는 아름다움이나 의미에 더 신경을 쓰면서 건축하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제주에서 들렀던 김창열 미술관은 아주 마음에 드는 미술관이었죠.

 

여행하면서 들렀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모두 세어보니 9군데네요. 아래에 리스팅을 해봤습니다.

 

 

:: 타이어 구멍 두 군데, 스크래치 두 군데

 

 

아무래도 '초보운전자'가 운전에 익숙해지기 위한 것이 주된 목표였던 여행이다 보니 차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좀 있습니다.

 

일단 여행을 출발하기도 전부터 오른쪽 앞 휀더 쪽에 스크래치를 하나 만들었죠. 용산에서 친구에게 차를 빌려 집까지 가져와서 '후, 드디어 도착이다'라는 마음으로 주차를 하다가 주차장 기둥에 드르륵. 차가 찌그러질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었고, 친구님께서 대범하게 '다른 차나 사람 친 거 아니면 됐다~'라고 해주셔서 다행이었죠.

 

공주에서는 예약했던 모텔을 찾아가는 길이 비포장 도로였는데, 좁은 길에서 마주오는 차를 피해 주다가 길가에 놓인 뾰족한 경계석에 아주 깊게 긁혔습니다. 엄청 신경 쓰고 사이드 미러를 통해서 확인에 확인을 거듭했는데도 사각지대에 놓인 돌이었나 봅니다. ㅠㅜ

 

 

그래도 차를 긁는 것은 (차주인의 마음을 제외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타이어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미처 눈치채지 못하면 큰 사고가 될 수 있었던 일이니까 다시 생각해보면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이죠.

 

제주 자연사 박물관에 주차를 하고 돌아서는데 뭔가 쌔~ 한 느낌이 들어서 차를 빙 돌면서 확인해보니... 타이어 하나가 푹 주저앉아있는 겁니다. 보험사에 전화를 하니 금방 출동해서 타이어를 확인해주시더군요. 나사못이 하나 박혀서 공기가 빠지고 있다면서 '지렁이'를 하나 박아주셨습니다. 그러고는 다른 타이어들도 공기압 검사를 해주셨는데, 아무래도 앞쪽 바퀴 하나도 수상하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그것도 마저 수리해주십사 했더니 그러면 보험사 무료 출동 서비스 기회를 두 번(타이어 하나에 한 번씩) 사용하게 되는 거라고 하시면서 아직 공기압이 많이 빠지지 않았으니 근처 타이어 수리점을 찾아가 보시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초보운전자는 뭔가 마음이 불안하고 겁이 나서 빠르게 검색을 해보니 약 500 미터 거리에 타이어 수리점이 있더군요. 사정을 설명해드리니 금세 '지렁이'를 또 하나 박아주시고는 비용은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십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말이죠.

 

어쨌든 그렇게 여행 중에 타이어에 지렁이를 두 번 박게 됐네요.

 

하지만 이 모든 것 보다도 더욱 크게 당황했던 일은 트렁크에 차키를 넣고 잠겄을 때의 일입니다. 변산반도의 어느 편의점 앞에서 차에 묻은 먼지를 털고 나서 걸레들을 트렁크에 다시 넣으려고 하니 차키가 없는 겁니다. 아무리 뒤져도 키는 보이지 않고, 어렴풋이 걸레를 꺼낼 때 트렁크 구석에 열쇠 꾸러미를 내려뒀던 것이 생각납니다.

 

보험사를 불러서 문을 열어 달라고 했더니, 차문은 열어줄 수 있지만 트렁크는 열어줄 수 없다더군요. 문을 열고서 트렁크 레버를 당겼는데, 트렁크가 안 열립니다!! 상황에 따라서 그런 경우가 있다더군요. 그럴 땐 보험사가 아니라 자동차 A/S를 불러야 한다고 해서 현대자동차에 신고를 해두고는, 다른 방법으로 열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뒷좌석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작은 공간을 열어서 근처 공사장에 있던 기다란 쇠막대기를 넣어 트렁크 안쪽에서 열리는 버튼을 눌렀습니다. 철컥! 하면서 트렁크가 열릴 때 얼마나 기뻤던지.

 

아직 자차를 가져본 적이 없는 초보운전자에게는 보험사를 부르는 경험도 사실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두 번째 부를 때에는 이미 익숙해지더군요. 트렁크에 차키를 넣고 잠그기도 하고, 타이어에 못이 박혀 공기가 빠지기도 하고, 오르막에서 시동이 꺼져보기도 하고, 차 옆을 긁기도 하면서 '운전' 뿐만이 아니라 운전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을 겪어볼 수 있었던 여행이었네요.

 

:: 진짜 에필로그 그리고 차회 예고(?)

 

 

10여 년을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장기간의 여행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한 후, 여행지에서 렌터카를 빌려야 좀 더 다양한 곳을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 운전연습을 위해 시작한 전국 여행. 약 40일간 총 4천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달려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예전에 가봤던 곳을 다시 들러 추억을 곱씹어 보기도 하고,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곳을 여유롭게 돌아보기도 했네요. 혼자 여행을 하다 보니 외로울 때에는 주말을 이용해 친구들을 불러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지방에 살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풀기도 했으니 그렇게 외롭기만 한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나서는 운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고, 이후 여행에서는 해외인데도 불구하고 두려움 없이 렌터카를 빌려 대중교통으로는 가보기 힘든 지역까지 구석구석 돌아볼 수 있었으니 여행과 운전연습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제대로 달성한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복잡한 머리로 퇴사를 결심했을 때 여행을 하면서 머리를 좀 비워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행을 하다 보니 머리가 비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무런 생각을 안 하게' 되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여행은 '중독'되는 것인가 봅니다. 일상과 고민을 잊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 정도에서 '40일간의 자동차 전국일주'를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이젠 그다음 여행에 대한 얘기를 정리해 나가야겠네요. 다음 여행은 '40일간의 일본 여행'입니다. 오키나와 - 큐슈 일주 - 히로시마 - 오사카 - 와카야마 - 도쿄 로 이어지는 대장정(?)입니다. 찍어둔 사진도 꽤 많으니 아마 기나긴(?) 포스팅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나저나, 이렇게 여행 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면... 또 문득 떠나고 싶어 집니다. 어디 저렴한 비행기 티켓이 있는지 검색해보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