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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세보의 절경, 쿠쥬쿠지마 - 위에서 내려보고, 안에서 돌아보고 본문

Travel, Places/2017 일본 여행

8. 사세보의 절경, 쿠쥬쿠지마 - 위에서 내려보고, 안에서 돌아보고

zzoos 2020. 3. 12. 18:12

어제 비가 온 덕분에 오늘은 날씨가 쾌청하다!

 

말 그대로 푸욱~ 자고 일어났다. 역시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는 여행은 별로 내 스타일이 아니다. 호텔 앞에 나와서 하늘을 보니 어라? 오랜만에 하늘이 맑다. 아! 어제 비가 왔구나. 그래서 오늘은 공기가 아주 쾌청하구나~

 

슬슬 걸어가며 눈에 담은 사세보 시내
말로만 듣던 Big Man 버거.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벌써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다.
직접 들어가보진 않고 멀리서 구경한 미우라 성당.

 

12시부터 렌터카를 예약해놨으니 슬슬 나갈 시간이 되었다. 타임즈 렌터카는 역 앞에 있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가면서 사세보 시내를 구경했다. 걸어가다 보니 사세보 버거의 시작이라고 알려져 있는 Big Man 버거(佐世保バーガー BigMan 上京町本店) 앞에는 벌써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특별한 맛일까?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은 일단 차를 빌리러 가야 하는 시간.

계속 걷다가 사세보 역 근처에 오니 길 건너편에 미우라 성당(カトリック三浦町教会)이 보인다. 고딕 스타일이 느껴지지만 굉장히 모던한 느낌의 성당의 외관이 멀리서도 확 눈의 띈다.

 

사람이 없어서 썰렁한 사세보 Seaside Park. 하늘이 살짝 흐려져서 긴장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일부러 조금 돌아 사세보 해변 공원(させぼシーサイドパーク)도 한 번 둘러본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좀 썰렁한 느낌의 공원이었다.

 

사세보 곳곳을 돌아다니며 쿠쥬쿠지마를 구경한 하루

 

두근두근. 드디어 쿠쥬쿠지마를 만나는 건가...

 

예약한 차를 빌리면서 주의 사항을 들었다. 특이하게도 반납할 때 '만땅 확인서'를 받아 와야 한다고 한다. 반납하기 전 마지막 주유를 할 때 가득 넣어 달라고 하면 '만땅 확인서'를 발급해준다고. 특이하지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실 계기판에 있는 연료 표시만으로는 실제 가득 찬 건지 알 수가 없으니까.

 

한적한 시골길을 3-40분 정도 달렸을까? 사세보 역의 관광안내소에서도 추천해주고, 호텔의 로비에서도 추천해준 덴카이호(展海峰) 전망대에 도착했다.

 

쿠쥬쿠지마를 제대로 보기 위해 사세보에 왔고, 렌트까지 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주황색 타일로 마감한, 그리 특별하지 않은 전망대를 만날 수 있었다. 파아란 하늘이 눈에 가득 들어오는 걸 보고는 경치가 어떨지 기대감 가득! 한껏 부푼 기대를 가지고 전망대에 올라섰다.

 

사진만으로 남기기에 아쉬워서 동영상도 함께!

어제 비가 와준 것은 신의 한 수! 정말 멀리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이 경치가 바로 쿠쥬쿠지마~!
어딘가 친근한 느낌이 드는 쿠쥬쿠지마의 절경. 어딘지 모르게 남해의 바다를 닮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치는 말 그대로 정말 장관이었다. 저 먼 남쪽 나라의 바다와 내가 좋아하는 남해의 바다가 절묘하게 섞인 것 같은 절경. 99개의 섬이라는 뜻의 쿠쥬쿠지마(九十九島). 실제로는 200여 개의 섬이 모여 있는 해역이라고 한다. 아마 99라는 숫자는 '아주 많다'는 뜻이겠지.

 

이곳에서 한참 동안 크고 작은 섬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장관을 감상했다. 사세보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이 한 장면만으로 말이다. 아마도 날씨가 도와줬다는 사실이 크게 한 몫했을 거다.

 

가을을 맞아 코스모스가 한창인 꽃밭을 보며 도시락을 먹고 있는 노부부의 뒷모습은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만들었다.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 만큼, 지겹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전망대 위를 서성이고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가며 눈에, 뇌리에 경치를 담았다. 그리고 뒤로 돌아 주차장 쪽으로 내려오니 아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너무 급하게 전망대에 올라가고 싶었나 보다.

 

널찍한 공원에는 코스모스가 한창

 

전망대 아래에는 코스모스가 한창인 널찍한 공원이 있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과 살랑이는 코스모스.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이다.

 

파란 하늘과 해바라기도 가을의 상징인가

 

끝자락에는 해바라기들도 모여있어서 산책하기에 지루하지 않은, 작은 공원. 덴카이호 전망대는 단지 쿠쥬쿠지마만을 보러 오는 곳은 아니었다. 기분이 한껏 좋아져서 주차장 구석에 있는 매점에서 점심을 해결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는 사세보. 그렇다면 사세보 버거를 한 번 더 먹어줘야겠다.

 

이시다케 전망대 근처의 사세보 버거

 

재빠르게 검색 시작! 이시다케 전망대(石岳展望台園地) 근처에 경치가 좋다는 버거 가게를 발견했다. 그렇다면 굳이 이시다케 전망대에 가지 않아도 비슷한 경치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분 정도 산길을 달려 도착한 유키 아저씨의 사세보 버거(ゆきおじさんの佐世保バーガー). 구글맵에는 '사세보 버거 본점(佐世保バーガー 本店)'이라고만 되어 있어서 의아한 생각이 들었는데, 직접 가서 간판을 보니 유키 아저씨의 가게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햄버거의 맛은 평이했지만 경치가 아주 좋은 가게였다.

 

부드러운 번과 부드러운 패티 그리고 신선한 야채. 전반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라서 개성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준 것 같은 맛이랄까? 굳이 비교하자면 어제 먹은 히카리 버거가 더 내 취향이었다. 이곳은 경치가 좋아서 들러볼 만한 곳.

 

바다만 예쁜 게 아니라 차로 달리는 길도 예쁜데, 운전하느라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덴카이호 전망대와 함께 유명한 전망대인 이시다케 전망대를 들러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유키 아저씨네 가게에서 본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 차를 돌렸다. 그러던 중 차를 세울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잠깐 차를 세웠더니 이곳도 작은 전망소다. 이름은 후나코시 전망소(船越展望所).

 

(좌) 정각에 출발하는 펄 퀸호. 이걸 타고 쿠쥬쿠지마 사이사이를 항해했다. (우) 알록달록한 배는 미라이호

 

이시다케 전망대를 포기하고 달려온 곳은 쿠쥬쿠지마 펄 씨 리조트(九十九島パールシーリゾート)였다. 위에서 내려다본 쿠쥬쿠지마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왠지 그 안을 구경할 수 있는 유람선이 있을 것 같았다. 검색을 해보니 오후 3시가 마지막 출항! 그래서 부리나케 달려온 것.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마지막 유람선의 표를 살 수 있었다.

 

오랜만에 타보는 배. 그러고 보면 '범선'은 처음 타본 것 같다. 위에서 바라봤던 쿠쥬쿠지마의 사이사이를 감상.

 

아주 특별한 경치는 아니었지만 특별한 경험이었던 쿠쥬쿠지마 크루즈. 한중일 3개 국어의 안내 방송도 나온다.

 

솔직히 말하자면, 안에서 본 쿠쥬쿠지마보다 위에서 내려다본 쿠쥬쿠지마가 훨씬 좋았다. 하지만 위에서 보는 것이 너무 정적인 감상이라면 크루즈는 훨씬 역동적인 감상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이었다. 오랜만에 배를 타는 것도 좋았고, 처음 타보는 '범선'도 특별했다. 아슬아슬하게 표를 구해서 마지막 배를 탔다는 것도 한몫했을 듯.

 

쿠쥬쿠지마 펄 씨 리조트는 공원도 잘 꾸며져 있다.

 

배에서 내리고 나니 비로소 공원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나무와 잘 관리된 잔디. 햇살도 좋고 녹음도 좋아서 산책을 좀 해보기로 했다.

 

 

바다 쪽으로 길이 나 있길래 쭉~ 걸어가 보니 길 끝에 에비스 신사(恵比須神社)가 하나 있다. 에비스는 풍어와 사업번창의 신이라고 하는데, 그에 걸맞게 한 손에는 낚싯대를 한 손에는 커다란 도미를 들고 있다.

 

 

슬슬 노을이 지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 오늘은 쿠쥬쿠지마의 날로 하자. 화창한 전경을 내려다보았고, 섬들의 사이사이로 배를 타고 돌아다녔으니, 마지막으로 노을이 지는 섬들을 다시 한번 내려다봐야겠다. 그래서 다시 차를 몰고 왔던 길을 돌아서 덴카이호(展海峰) 전망대로 돌아왔다. 아직 해가 지기엔 좀 이른 시간. 전망대 위에서 '오늘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경치를 다시 바라보며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덴카이호 전망대에서의 일몰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미'를 제외하곤 실패였다. 생각보다 덴카이로 전망대에서의 일몰은 멋지지 않았다. 하루에 두 번 이곳을 찾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경치였다는 '의미'만 되새길 수 있었다.

 

오늘의 저녁은 호텔에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좀 힘든 운전이었다. 일단 처음으로 중앙선을 넘어 오른쪽 도로를 달렸다. 차선이 없는 좁은 길에서 좌회전하며 왕복 2차선 도로로 합류하는 지점이었는데, 한적한 길이라 왕래하는 차가 없었다. 일본에서의 운전에 익숙해졌다고 마음을 놓았던 것인지 나도 모르게 좌회전하며 오른쪽으로 붙었고, 약 2분 뒤에 앞에서 달려오는 빨간 스포츠카의 경적 소리에 깜짝 놀라 중앙선을 넘어 왼쪽 차선으로 돌아갔다. 아찔했던 기억이다. 이후 다시는 일본에서 중앙선을 넘어 오른쪽으로 달린 적은 없었다는 것이 큰 다행.

 

퇴근 시간이라서 그런지 도심에 가까워질수록 차가 많아지더니 결국 차가 막힐 정도로 늘어났다. 낮에 돌아다닐 때는 차가 없어서 가깝다고 생각했던 거리였는데, 차가 막히니 호텔까지 왜 이리 먼 건지... 중간에 편의점에 차를 세우고 도시락과 니혼슈를 하나 샀다. 골목 안에 뭐 그리 차가 많은지 주차하는 것도 차를 빼는 것도 힘들었다.

 

호텔에서 저녁을 먹으며 금/토/일요일 일정을 생각해봤다. 아무래도 주말이라 숙소 예약이 힘들 수도 있을 터.

  • 내일(금) - 차를 반납하고 나가사키로
  • 모레(토) - 느지막이 시마바라(島原)로 이동. JR이 아니라 지역 열차를 타야 한다.
  • 글피(일) - 배 시간을 확인해서 구마모토로 이동. 시마바라에서 구마모토는 배로 건너갈 수 있다.

이 정도로 이동 계획을 짜고 나가사키와 시마바라의 호텔을 예약했다. 일요일은 미리 예약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일정을 잡으면서 굉장히 뿌듯했다. 당연히 JR로만 이동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사세보에서 나가사키를 거쳐 구마모토로 가려면 엄청나게 빙~~ 돌아서 넘어가야 하는 거다. 그래서 시마바라를 경유해 배를 타고 구마모토로 넘어가는 것이 훨씬 코스도 짧아지고 더 재밌는 여행이 될 것 같았다.

 

하아. 이때까지는 그랬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으니까... ㅠㅜ (이 얘기는 앞으로 천천히...)

 

걸쭉한 돈코츠를 좋아하는 취향이지만 시원한 날치(토비우오) 육수의 라멘도 마음에 들었다.

 

호텔에서 저녁을 먹고 니혼슈도 한잔하고 푹 쉬다 보니 야식타임에 다시 배가 출출해진다. 급하게 근처 라멘집을 검색해보니 토비우오(날치) 라멘의 원조집이 근처에 있네? 그렇다면 출동해야지!

 

그렇게 도착한 아고라멘(あごらーめん本舗/京町店)의 마스터는 왠지 락밴드의 멤버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 가게 안에는 락밴드들의 포스터와 할리 데이비슨의 포스터가 가득했고, 메탈리카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기성품의 면을 쓰는 걸까? 싶은 평번한 면에 참기름 향이 잔뜩 올라오는 라멘이었는데 국물에서는 엄청난 감칠맛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날치 육수와 해초에서 올라오는 맛이 아니었을까? 평소 내가 좋아하는 라멘의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라멘이었는데 그다지 밉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괜찮은 라멘이었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사세보라는 도시가 마음에 들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사세보의 상점가를 순찰하는 미군 헌병들

 

라멘으로 배를 채우고 다시 호텔로 돌아오는 길. 한적하고 사람 없는 상점가에 미군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길래 자세히 살펴보니 헌병이다. 아마 해군기지가 있는 도시라 그런가 보다. 갑자기 이태원에 돌아다니던 미군 헌병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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