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영화를 그리 찾아서 보는 편은 아니다. 영화 중간에 뜬금없는 노래와 춤이 나오는 스타일이라던가 황당무계할 정도로 액션을 과장하는 방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 하지만 잔잔한 스토리의 영화들은 인도 영화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에 가끔씩은 챙겨 본다.
아마도 언젠가 일요일 오전이었을 거다. 다들 알고 있는 개그맨에 휴일 오전에 영화를 소개해주는 프로그램. 거기서 이 영화에 대해 알게 되었을 거다. 내 기억으로는 그렇다. 가수를 꿈꾸는, 노래를 잘하는 소녀가 유튜브에 자신의 영상을 올리고, 엄청난 이슈를 만들면서 결국 슈퍼스타가 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인 줄 알았다. 약간은 뻔한 이야기 구조 안에서 어떤 디테일들을 보여줄까? 아미르 칸 특유의 재기 발랄한 개그를 기대해도 되는 걸까?
나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고, 영화의 내용도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아, 물론 가수를 꿈꾸는, 노래를 잘하는 소녀가 등장하고, 유튜브에 자신의 영상을 올리고, 엄청난 이슈가 되고, 결국 슈퍼스타가 되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거기엔 가부장적이면서 폭력적인 아버지가 있고, 자신의 세상을 한정 지어두고 딸에게도 그 세상 밖으로 벗어나지 말라고 하는 어머니가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얘기다. 가난하기 때문에, 여자이기 때문에 꿈을 꾸는 것조차 허락받을 수 없는 소녀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딸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세상과 딸의 세상을 기존의 관습 안에 가두려고 하는 어머니가 비행기에서 자신의 좌석을 쟁취하고, 남편에게 자신은 읽을 수 없는 이혼 서류를 들이밀면서 자신들은 사우디아라비아로 가지 않겠다고 얘기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얘기다.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것은 딸이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눈길을 끄는, 주인공은 어머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영화 전체에 따뜻하게 깔려있긴 하지만 그게 주제는 아니다. 어머니가 드디어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하는 이야기다. 물론 그 계기는 딸의 세상을 넓혀주려는 어머니의 사랑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생각보다 유쾌한 영화도 아니었고, 보는 내가 불편한 기분이 드는 영화다. 마지막에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그 모든 것을 씻어줄 만큼 크지도 않다. 약간은 뻔한 영화이고, 생각했던 스토리와 영화의 내용이 다르다는 반전이 있는 영화다. 딸 역할의 배우가 노래를 잘하고, 힌디어의 특이한 발음을 듣는 데에 문제가 없다면 노래들도 좋은 편이다.
나의 별점 : ★★☆ (2.5) : 찾아서 볼 정도는 아닌데 기회가 된다면 봐도 좋을 듯.
참고로 나만의 별점표는 아래와 같은 기준이다.
★★★★★ : 절대 강추, 무조건 봐야 함!
★★★★ : 기회가 된다면 꼭 볼 것!
★★★ : 찾아서 볼 정도는 아니지만 괜찮다.
★★ :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시간은 때울 수 있다.
★ : 굳이 볼 필요 없다. 사실상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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